(※.기사에 실린 작품은 서울 성동구 서울숲 갤러리아포레에서 4월 7일 일요일까지 볼 수 있는 ‘슈가플래닛’ 전시입니다)
3월 14일은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사탕을 나눠 먹으며 사랑을 나누는 ‘화이트 데이’이기도 한데요, 달달한 사탕만큼이나 달콤한 수학을 소개하기 위해 수학미술관이 특별전을 준비했습니다.
알록달록한 사탕, 푹신푹신한 초콜릿, 말랑말랑한 젤리까지 지구상 최고의 디저트를 모두 모아 놓았습니다. 그냥 먹으면 재미없으니, 퀴즈를 하나 내겠습니다. 이 디저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네, 모두 설탕을 재료로 만든 간식이에요. 우리가 먹는 디저트는 대부분 설탕을 주성분으로 만듭니다. 설탕은 사탕수수나 사탕무에서 얻은 원당을 정제해 만든 것인데요, 먹으면 우리 기분을 매우 좋게 만들지요. 여러분의 기분을 한층 더 좋게 만들기 위해 이번 전시는 설탕으로 만든 디저트를 보고, 만지고, 맛 볼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자, 왼쪽을 보세요. 오색찬란한 행성들과 별로 이뤄진 우주가 나왔습니다. 놀랍게도 여기 있는 행성과 별은 모두 설탕으로 만든 사탕이에요. 감쪽같지요? 설탕이 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면 과일 숲을 따라 조금 더 들어가 봐요~!
각설탕 조합으로 만든 달콤한 단어
글자가 적힌 주사위 모양의 단어 조각들이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정육면체 모양의 각설탕이에요. 각 면에 여러가지 단어를 적어 놓았죠. 여기서 원하는 단어를 적절히 조합하면 나만의 문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조합이요~? 수학적으로 서로 다른 n개의 원소에서 순서에 상관없이 r개를 택하는 것을 말합니다. 비슷한 수학 개념인 순열은 조합을 한 뒤에 나열하는 순서까지 생각한 경우입니다.
각설탕은 정육면체 모양이므로 1개에서 총 6가지 단어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각설탕 2개로는 6×6=36개, 3개로는 6×6×6=216개의 단어 조합을 만들 수 있는 것이죠. 같은 방법으로 각설탕 n개로는 6n개 조합을 만들 수 있는 겁니다.
이제 각설탕으로 여러분 마음에 쏙 드는 단어 조합으로 문장을 만들어 보세요!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단어만 단순히 나열하는 게 아니라 문맥에 맞는 문장을 만들려면 따져봐야 하는 경우의 수가 더 많아지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너와 나의 달콤한 순간’이라는 문장을 만든다면 ‘너’와 ‘나’ 같은 단어가 적힌 각설탕 조각이 있어야 할 위치와 ‘의’, ‘와’와 같은 조사가 적힌 각설탕 조각이 있어야 할 위치가 정해져야 하지요. 명사, 조사, 부사의 위치까지 모두 고려해 문장을 만드는조합은 여러분이 직접 계산해 보시죠.
솜사탕, 탄생의 비밀
여러분이 선택한 각설탕 조각으로 솜사탕을 만들어 볼게요. 솜사탕은 설탕을 부풀린 모양의 사탕입니다. 재밌게도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솜사탕을 처음 만든 사람은 치과의사랍니다! 1897년 미국의 윌리엄 모리슨이라는 치과의사이자 발명가가 존 원톤이라는 과자 장인과 함께 처음 솜사탕을 고안했습니다. 치과의사가 어린이들의 이를 잘 썩게 만드는 솜사탕을 만들어 냈다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그런데 솜사탕 기계에 설탕만 넣었을 뿐인데, 어떻게 설탕이 솜처럼 푹신푹신한 솜뭉치처럼 변하는 걸까요? 단단한 설탕 가루가 푹신한 솜사탕으로 변신하게 만드는 비법은 바로 ‘원심력’에 있습니다.
끈 한쪽에 돌을 매달고, 반대쪽 끝을 손으로 꼭 잡고 돌려보세요. 돌이 그리는 곡선은 원이 됩니다. 끈을 잡고 있는 손이 원의 중심이 되고요. 이때 손은 돌이 원 밖으로 튕겨 나가지 않게 중심쪽으로 당깁니다. 이 힘이 ‘구심력’입니다. 구심력은 원운동에서 운동의 중심 방향으로 작용해 물체의 경로를 바꾸는 힘으로, 힘의 방향은 물체의 순간적인 운동방향과 늘 수직을 이룹니다. 그리고 물체가 회전할 때 구심력과 반대방향으로 발생하는 힘이 바로 원심력입니다.
솜사탕을 만드는 비법은 원심력
자, 그럼 솜사탕 기계에서 원심력은 어떻게 작용하는 걸까요? 솜사탕 기계를 자세히 보면 정 가운데에는 구멍이 뚫려있고, 설탕을 담을 수 있는 통이 있습니다. 그 아래에서는 통을 가열하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이 구멍에 고체 상태의 설탕을 넣으면, 설탕은 스르르 녹아 액체 상태로 변합니다. 통은 전동기와 연결돼 있어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데, 이때 원심력이 발생합니다.
통의 회전으로 원심력이 생긴 액체 상태의 설탕은 통의 벽에 뚫려있는 미세한 구멍 밖으로 튀어나갑니다. 액체 상태의 설탕은 직선을 그리며 뻗어나가다가 공기 중에서 순간적으로 식으며 아주 가는 실 모양으로 변합니다. 이런 실들을 젓가락으로 돌돌 감으면 솜사탕이 되지요!
머신러닝을 이용한 달콤한 처방전
이제 여러분이 지금 먹고 싶은 디저트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머신러닝을 이용한 감정 상태 분석기만 있으면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들의 표정에는 기쁨, 슬픔, 행복, 사랑, 분노와 같은 다양한 감정이 담겨있습니다. 머신러닝을 이용한 인공지능 기술은 우리 표정을 분석해 감정 상태를 맞힐 수 있습니다. 머신러닝이란 인공지능이 수많은 기존 자료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패턴을 분석해 새로운 자료를 입력해도 기존의 기준에 따라 분석하는 기술입니다.
머신러닝 기술이 이용된 감정 분석기는 여러분의 얼굴을 사진 촬영한 뒤, 표정을 분석해 그 안에 분노, 멸시, 행복, 슬픔, 놀람 등의 감정이 어떤 비율로 배합돼 있는지 알아냅니다. 그렇게 감정 상태를 파악한 뒤, 지금 감정에 맞는 적절한 디저트를 처방해 줍니다.
표정만 보고 여러분에게 딱 맞는 디저트를 제공한다니, 정말 놀랍지 않나요~? 그럼 여러분의 달콤한 처방전 속 디저트를 맛보는 것으로 오늘은 마무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