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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원 세계로 들어간 화가, 파블로 피카소와 큐비즘

 

수학미술관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오늘부터 여러분은 저와 함께 미술 작품을 감상하며 그 속에 담긴 수학이야기를 듣게 될 겁니다. 첫 번째 시간은 현대 미술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화가 ‘파블로 피카소’와 그의 명성을 드높인 미술 사조인 큐비즘 작품을 관람할 예정이랍니다. 자 이제 저를 따라오시죠.

 

피카소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아마 제멋대로 그려진 과장된 이목구비를 한 여인의 얼굴이나 조각들을 붙여 놓은 듯한 사람의 모습이 떠오를 겁니다. 잘 그린 그림 같지도 않고, 조각조각 해체한 뒤 붙여놓은 듯해 마치 어린 아이의 그림 같기도 하지요. 그래서 처음 피카소의 그림을 본 사람들은 종종 ‘이 정도는 나도 그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유명하다는 거야?’라는 소리도 합니다. 그러나 오늘 피카소에 대해 알고 나면, 이제 그런 말은 쉽게 하지 못할 겁니다. 

 

큐비즘 작품으로 더 유명할 뿐, 피카소가 늘 큐비즘 예술만 한 것은 아닙니다. 피카소는 어렸을 때부터 이미 특출한 그림 실력으로 정평이 나 있었습니다. 우리가 자주 봤던 그림 외에 수만 점의 작품을 남겼는데 고전적인 서양 회화 방식대로 평범하게 그린 그림을 보면 ‘화가 맞네~’ 소리가 절로 나올 겁니다. 

 

초등학생 나이에 이미 내로라하는 화가만큼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니 피카소는 오히려 ‘아이처럼’ 그리는 것을 부러워했을 정도라네요. 우리가 생각했을 때는 얄밉긴 하지만, 그림을 보고 나면 실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예를 들어 피카소가 15살 때 그린 ‘첫 영성체’ 라는 작품이 있어요. 15살 아이가 그린 그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겁니다. 이 멋진 작품들을 충분히 보고 싶겠지만, 시간 관계상 다음 관으로 이동합시다.

 

 

 

 

피카소의 전성기, 큐비즘 작품

 

역시 피카소 그림의 정수는 큐비즘 작품입니다. 피카소는 원과 원뿔, 원기둥만으로 그림을 그렸던 프랑스 화가 폴 세잔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기하학적인 도형들로 여러 실험을 합니다.

 

그런데 이 시기에 피카소 그림은 좀 독특합니다. ‘무용’이라는 작품을 보면 이목구비가 심하게 왜곡돼 있지요. 오른쪽 눈은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데, 왼쪽 눈은 또 옆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눈뿐만이 아닙니다. 코도 입도 삐뚤빼뚤해 시점이 어디인지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이런 작품이 왜 대단하냐고요?

 

 

피카소의 큐비즘 작품은 단순히 아름다워서 높이 평가받는 게 아니라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큐비즘 회화를 비롯해 추상화는 사물을 눈에 보이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사실처럼 그리는 게 아니라, 점, 선, 면, 또는 색으로 사물을 표현하는 그림입니다. 그래서 기존과 다른 새로운 유형으로 작품을 표현한 방법, 아이디어가 높이 평가되지요. 그러니 피카소의 큐비즘 작품을 보고 신기하고 독특하지만 아름답지 못하다고 느끼는 게 당연합니다.

 

 

수학자, 큐비즘에 영감을 주다!

 

수학미술관만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피카소가 큐비즘 작품을 그리는 데는 다양한 곳에서 복합적으로 영감을 얻었겠지만, 아마추어 수학자 모리스 프랑세라는 친구의 역할도 컸습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유럽은 그야 말로 혼란 그 자체였습니다. 급격한 산업화로 인한 변화는 신진 학자들의 혁명적인 사상을 이끌어냈고, 그 영향으로 분야를 막론하고 구시대의 것을 타파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사조와 문화를 만들려는 운동이 움텄습니다. 

 

전통과 권위에 반대해 근대 과학과 문화에서 변화를 꾀하는 운동이 일어난 것이지요. 유럽 곳곳에서는 당대 최고의 철학자, 수학자 그리고 예술가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도 조르주 브라크와 피카소를 비롯해 시인과 문인이 모여 다양한 주제로 담론을 펼쳤습니다.

 

이중에는 프랑세라는 아마추어 수학자이자 보험계리사가 있었습니다. 프랑세는 명성 높은 프랑스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어느 날 ‘과학과 가설’이라는 글을 읽고 푸앵카레의 ‘차원론’에 대한 이야기를 피카소에게 들려줍니다. 

 

 

 

피카소의 새로운 차원 

 

피카소는 캔버스에 입체의 여러 면을 한꺼번에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즉 인물의 앞모습을 그리면서 동시에 뒷모습과 옆모습 표현하려던 것이지요. 그러나 3차원 공간에서 살고 있는 사람을 2차원 평면인 캔버스에 어떻게 투영할지가 문제였습니다. 

 

그러던 중 피카소는 프랑세와 대화하며 기하학이 당시 작업하고 있던 미술을 더 깊이 있게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특히 4차원 세계에 충격을 받습니다. 자신을 그 공간 안에 넣을 수만 있다면, 장면 하나로 모든 관점을 한 번에 볼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피카소는 프랑세와 4차원 기하학을 논하고, 보이지 않지만 실재하는 공간을 구성하는 방법을 고민하던 끝에 피카소만의 방법으로 여러 차원을 표현해 냅니다. 물론 피카소가 4차원의 수학적 의미를 알았다는 흔적은 없습니다. 다만 프랑세가 4차원에 대해 말할 때, 피카소는 나름대로의 4차원을 떠올렸을 겁니다.

 

피카소는 사물을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줄 때 숨겨진 진실을 알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피카소는 기를 쓰고 여러 각도에서 본 모습을 한 캔버스에 담으려고 했던 것이지요. 피카소는 다각도를 담은 입체주의 방법을 정립한 뒤에 드디어 완전한 형태를 그렸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피카소와 함께 영감을 주고받은 브라크, 로베트 들로네를 비롯해 이들의 영향을 받은 수많은 화가들이 입체주의 회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며 유행시킵니다. 

 

이런 4차원 세계는 일종의 시공의 개념입니다. 시공을 표현한 큐비즘 회화는 마르셀 뒤샹의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에서 잘 드러나지요. 다음 관(2월호)에서 마르셀 뒤샹을 만나보시죠.

 

 

2019년 01호 수학동아 정보

  • 조혜인 기자
  • 도움

    서울센터뮤지움
  • 기타

    [디자인]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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