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인 듯 양궁 아닌 다트
다트는 영국의 왕이었던 헨리 8세가 궁수를 훈련시키기 위해 고안했다고 해요. 궁수가 비 오는 날에 목표물을 정확하게 맞히는 연습을 하도록 실내에서 작은 화살촉을 나무판에 던지게 한 것이 다트의 시초이지요. 이후 장비가 간단하고 좁은 공간에서 즐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영국의 각 지역으로 퍼져 독자적으로 발전했고, 1차 세계대전 때 영국 군인들이 다른 나라에 전파하면서 세계로 퍼져 나갔어요.
활을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던진다는 것만 빼면 다트는 양궁과 매우 비슷합니다. 다트 보드라고 부르는 과녁을 향해 다트를 던지고, 다트가 박힌 영역에 해당하는 점수를 얻는 방식이니까요.
다트와 양궁의 가장 큰 차이는 과녁의 점수 영역을 나누는 방법과 점수 계산 방법입니다. 다트 보드는 총 83개 영역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황소의 눈을 닮아 불 또는 불스아이라고 부르는 작은 원을 중심으로 동심원 4개가 피자처럼 잘려져 있지요. 부채꼴처럼 생긴 20개 영역은 1부터 20까지 기본 점수가 하나씩 쓰여 있고, 부채꼴 안에서 어디에 맞았느냐에 따라 기본 점수의 2배(더블) 또는 3배(트리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양궁은 과녁의 정중앙을 맞혀야 가장 높은 점수를 얻지만, 다트는 기본 점수가 17~20점인 영역의 트리플 영역을 맞히면 각각 17×3=51, 18×3=54, 19×3=57, 20×3=60점을 얻을 수 있어 정중앙의 점수인 50점보다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어요. 양궁처럼 무작정 가운데만 노리면 손해를 볼지도 모르니 잘 생각해서 던져야 해요.
다트 보드에 수학이?
다트가 탄생한 이후 다트 보드의 크기, 재질부터 점수 영역, 점수 분배 방식 등이 변했어요. 특히 점수를 분배하는 방식은 다트의 규칙과 재미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학자들이 여전히 고민하는 문제예요.
현재 사용하는 다트 보드는 부채꼴 모양의 20개 영역에 1~20점까지 점수가 있어요. 가장 높은 20점을 12시 방향에 놓고, 점수가 높은 영역 주변에 낮은 점수를 배치해 높은 점수를 겨냥했다 실패하면 낮은 점수를 얻도록 만들었죠.
그런데 지금의 점수 배열은 공정할까요? 2012년 데이비드 퍼시 영국 샐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점수를 새롭게 배열한 다트 보드를 공개했어요. 퍼시 교수는 기존 다트 보드의 아래쪽에 7, 19, 3, 17 등 홀수가 모여 있다는 점과 8과 16이 붙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다트를 던져 얻은 점수를 더해 특정 수를 정확하게 만드는 게임에서 공평하지 않다고 주장했어요. 목표가 101 같은 홀수라면 더하는 점수 중에 반드시 홀수가 있어야 해요. 그런데 다트 보드의 7, 19, 3, 17이 모여 있는 곳을 겨냥하면 별다른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홀수를 맞힐 수 있기 때문에 공정하지 않지요.
8과 16이 붙어 있으면 무엇이 문제일까요? 28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14점 더블을 향해 던진 다트가 빗나가 11점이나 9점 영역을 맞히면 다시 새로운 점수 조합을 생각해야 해요. 그런데 32점을 만드는 경우, 16점 더블을 향해 던진 다트가 빗나가 16점 싱글 혹은 8점 싱글, 8점 더블에 맞아도 다시 16점 싱글, 8점 더블, 8점 싱글, 16점 싱글을 맞히면 돼서 실수해도 별로 위험하지 않아요.
퍼시 교수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해 새로운 다트 보드를 제안했어요. 이 다트 보드는 2013년 다트 월드챔피언십 대회에서 처음 시연을 했지만, 아쉽게도 영국에서는 아직 새로운 다트 보드로 바꿀 계획은 없다고 해요.
여전히 많은 사람이 ‘더 완벽한 점수 배열이 없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시간이 지나면 퍼시 교수가 제안한 다트 보드보다 좋은 다트 보드가 나올 수도 있겠죠?
차라리 눈을 감고 던져라!
2011년 카네기대학교 통계학과 연구팀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정확도가 낮은 초보자에게 다트 100발을 던지게 한 뒤 한 발당 평균 점수를 내보니 약 11.65점이 나왔어요. 그런데 특정 영역을 조준하지 않고 무작위로 던졌을 때 점수의 기댓값은 12.82점이었어요. 초보자는 높은 점수를 노리지만 정확도가 낮아 옆에 있는 낮은 점수를 얻기 때문에 무작위로 던졌을 때보다 오히려 낮은 점수를 받은 거지요.
연구팀은 먼저 다트의 중앙을 겨냥해 50발을 던졌을 때 퍼지는 모양을 관찰한 뒤, 모양별로 어디를 겨냥해야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했어요.
그 결과 다트가 사방으로 퍼지는 사람은 19점 더블 영역을, 원 모양으로 퍼지는 사람은 8점 영역에서 정중앙에 가까운 싱글 영역을 향해 던져야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어요.
결국 정확도가 낮은 사람이 높은 점수를 노리는 건 좋은 전략이 아니라는 사실! 여러분도 다트를 던져서 모양을 관찰한 뒤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영역을 노려보세요!
조광희 국가대표 프로 다트 선수 인터뷰
다트, 희망을 던지다
2017 다트 월드컵에 국가대표로 뽑힌 조광희 선수를 수학동아가 만나봤습니다. 놀랍게도 조광희 선수는 몇 년 전 사고로 식물인간 판정을 받았어요. 지팡이를 쥔 채 다트로 재활운동을 시작한 뒤, 프로 다트 선수가 됐다는 조광희 선수의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프로 다트 선수가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재활운동을 하려고 지팡이를 들고 왔다갔다 걷는 연습을 했어요. 기왕이면 뭐라도 하면서 걷는 게 좋다고 생각해 다트를 떠올렸어요. 다트를 던지고 떨어진 다트를 주워서 돌아오는 방식으로 운동을 했죠. 몸이 회복된 뒤에도 혼자 연습을 했는데, 주변에서 실력이 좋으니 선수로 나가보라고 해서 도전하게 됐죠.
다트를 가르쳐 준 사람이 있나요?
던지는 방법부터 전략까지 혼자서 터득했어요. 다른 선수들이 저를 보면 왜 그렇게 던지냐고 물어보기도 합니다. 1+1이 2지만 0.5+1.5도 2인 것처럼 저만의 방식으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성적도 나오고요!
조광희 선수가 생각하는 다트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영국에서는 8살 아이가 시합에 나오기도 해요. 그리고 던지자마자 결과를 볼 수 있으니까 바로 희열을 느낄 수 있고, 공간이 좁아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손님을 초대해서 즐길 수도 있고요. 취미나 레저스포츠로 적극 추천해요.
다트를 잘하기 위한 팁이 있나요?
무엇보다 집중력을 기르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대회장에 가면 바로 옆에서 소음이 나고, 심지어 야유도 들려요.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집중해야 하고, 설령 지고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 끈기도 필요하죠.
수학동아 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항상 긍정적인 생각과 태도를 갖고 자기만의 개성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즐겁게, 욕심 부리지 말고, 스스로 개성을 찾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