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뜨거운 태양을 뚫고 도착한 세종과학고등학교 영재교육원. 과학고등학교 부설 영재교육원은 첫 방문이었기에 그동안 방문했던 영재교육원과 무엇이 다를지 궁금했다. 영재교육원 담당 교사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 차이점이 분명해 보였다. 과연 무엇이 다른 걸까?
“영재성은 갑자기 나타나는 게 아닙니다. 끊임없이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영재가 탄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종과학고 영재교육원 운영을 담당하는 윤명섭 세종과학고 교사는 한번 영재가 영원히 영재인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관심 분야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학생이라면 얼마든지 영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첨단기자재를 활용한 연구
세종과학고 영재교육원은 중학교 2학년 학생을 선발해 중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2년 동안 교육한다. 현재 세종과학고 영재교육원 2학년 학생은 4반으로 총 80명, 3학년 학생은 3반으로 총 60명이다. 앞으로 받는 신입생은 5반으로 늘릴 계획이다.
교육과정으로는 20명으로 이뤄진 각 반 학생들이 수학과 과학 수업을 듣는 공통과정(2학년)과 심화-사이버과정(3학년), 캠프, 4명씩 조를 이뤄 소논문을 쓰는 연구과정이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연구과정이다. 수학이나 과학 중에 관심 분야가 같은 학생이 모여 함께 주제를 정해 연구하는 과정으로 지도 교사가 한 팀당 한 명씩 배정된다. 윤 교사는 “주제에 따라서 세종과학고에서 보유하고 있는 천체망원경, 전자현미경, 원심분리기 같은 첨단기자재를 활용해 연구한다”고 말했다.
일부 연구 주제는 정보 분야와도 관련이 있어 정보 담당 교사가 지도를 돕기도 한다. 같은 조 학생끼리 토론하고 중간 결과 발표를 통해 점검을 한 뒤, 마지막으로 논문을 작성해 발표한다. 윤 교사는 “같은 조 학생끼리 연구 주제를 논의하고, 협력하며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친구 관계에 대해서 고민해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말했다.
열정적인 선생님과 함께하는 영재교육
세종과학고 영재교육원의 강점 중 하나는 열정적인 선생님의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예로 세종과학고 수학 교사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교과 연구 활동을 한다. 정기적으로 교육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수업 자료를 공유하는 것이다.
세종과학고 수학 교사는 총 14명으로 매주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지만, 사전에 미리 시간표를 조율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영재교육원 수학 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송온기 세종과학고 교사는 “세종과학고 교사들은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며, “세종과학고 재학생을 가르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영재교육원 수업에도 활용한다”고 말했다.
‘님 게임’이 그중 하나다. 님 게임은 두 사람이 돌아가면서 수를 말하거나, 구슬 또는 동전 무더기에서 몇 개씩 물체를 집어오는 게임이다. 배스킨라빈스 게임이 님 게임의 가장 대표적인 예다. 배스킨라빈스 게임은 1부터 시작해 한 번에 1~3개까지 수를 순서대로 말하는데, 마지막에 31을 말하는 사람이 진다.
님 게임을 그냥 가르치는 건 아니다. 님 게임의 변형도 고민하게 하며,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도록 지도한다. 그 외에도 ‘갈튼 상자’, ‘도형 직접 만들어 무게중심 찾기’ 같은 아이디어도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
송 교사는 “연구한 교육 과정을 한 번만 쓰는 게 아니라, 다양하게 활용하고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교류의 장, 수학체험전
세종과학고에서는 매년 ‘수학체험전’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로 10년째를 맞는다. 윤 교사는 “수학체험전은 세종과학고 개교 초기에 수학 교사를 중심으로 수학을 더 친근하게 소개하고, 수학이 얼마나 많은 분야와 연결돼 있는지 소개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행사”라며, “올해에는 3일 동안 40에 가까운 부스를 운영하고 수학 강연을 준비했으며, 3000명이 넘는 초·중·고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많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수학체험전은 세종과학고 학생들이 주도해 진행한다. 체험 부스를 담당하는 팀, 학생 강연을 준비하는 팀, 책자와 포스터를 담당하는 팀으로 나뉘어 준비한다. 매년 40팀 이상이 지원하고 있으며, 2018년에는 총 38팀이 참가했다.
세종과학고 영재교육원 학생은 이 수학체험전에 꼭 참가한 뒤 보고 느낀 점을 보고서로 작성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과학고 선배와 교류할 수 있다. 영재교육원에 다니는 중학생들이 관심 있는 내용을 선배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수학체험전을 총괄한 김승룡 세종과학고 교사는 “영재교육원 학생들이 수학체험전 부스를 체험하면서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과학고 영재교육원에서는 여름학교도 운영한다. 영재교육원 학생이 아니더라도, 서울 소재 중학교 2학년이라면 신청할 수 있다. 수학, 과학 내신 성적과 활동 사항을 반영한 선발 과정을 거친 60명이 여름방학 중 2일 동안 등하교를 하며 수학, 과학, 정보 분야에서 첨단기자재를 활용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윤 교사는 “여름학교인 만큼 무더위 속에서 진행하지만, 학생들이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발산하는 열기는 무더위를 능가한다”고 말했다. 올해 여름학교는 7월 30~31일에 운영했다. 관심 있는 독자는 내년에 꼭 도전해 보자!
세종과학고의 수학체험전 엿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