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B612에 사는 어린왕자는 추석 연휴를 맞아 지구의 위성인 달에 여행을 가기로 했습니다. 처음 방문하는 달을 어떻게 돌아보면 좋을까 고민하는 어린왕자에게 투어가이드인 토끼가 다가와 달 지도를 건넸습니다. 이 지도에 독특한 여행 코스가 있다는데요?
“이건 세계 최초의 달 지도입니다. 달 투어 노선 보시고 코스 선택하세요~.”
달 지도를 받아든 어린왕자는 어떤 코스를 선택할지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그중 이름이 독특한 노선이 있었습니다.
“달로 간 수학자 투어 코스는 뭐예요?”
“달 지도를 처음으로 그린 수학자 토마스 해리엇을 기리는 의미에서 만든 특별 코스입니다~.”
“달 지도를 처음으로 그린 건 갈릴레오 갈릴레이 아니에요?”
그러자 토끼는 기다렸다는 듯 마이크를 켜고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세계 최초의 달 지도 그린 수학자
“많은 사람이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세계 최초로 달 지도를 그린 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가장 먼저 달 지도를 그린 사람은 영국의 수학자 토마스 해리엇입니다. 1607년에 나타난 핼리 혜성을 보고 천체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해리엇은 갈릴레이보다 6개월 앞선 1609년 7월 26일에 달의 지도를 그렸습니다. 2009년 왕립 천문 학회는 해리엇의 그림이 갈릴레이의 그림보다 더 정확하다고 밝혔습니다.
해리엇의 달 지도에는 지구에서 본 달의 낮과 밤의 경계, 달의 바다인 ‘위난의 바다’, ‘고요의 바다’, ‘풍요의 바다’가 그려져 있습니다. 1609년에 첫 달 지도를 그린 뒤 해리엇은 이를 꾸준히 발전시켜1613년에는 두 장에 걸친 달 전체 지도를 완성했습니다. 여기엔 정확한 상대 위치가 표시된 크레이터도 여러 개 있었습니다. 그 뒤 몇십 년 동안 이 수준을 뛰어넘는 달 지도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대단한 달 지도가 유명하지 않았던 것은 자신의 그림을 출판한 갈릴레이와 달리 해리엇은달 지도를 출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과학사를 연구하는 알란 채프만 박사는 ‘해리엇은 숨겨진 영웅’이라며 ‘해리엇의 그림은 현대 천문학의 시작’이라고 말했
습니다.”
어린왕자는 가장 먼저 달 지도를 그린 사람이 수학자라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이 기회에 수학자에 대해 좀 더 알면 좋을 것 같았죠. 토끼는 달에 훌륭한 위인이 많이 살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수학자 코스가 재미있다며 어린왕자를 재촉했습니다. 천문학자나 우주 공학자가 달에 산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수학자가 많은 줄은 몰랐던 어린왕자는 ‘달로 간 수학자 투어 코스’를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어떤 수학자가 있을지, 어떻게 달에 왔을지 궁금했습니다.
“수학자 코스, 투어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안내 책자의 설명부터 봐주세요.”
안내 책자에는 크레이터에 관한 설명이 쓰여 있었습니다.
달에 간 수학자는 107명
‘달에는 30만 개 이상의 크고 작은 크레이터가 있다. 1651년 이탈리아 천문학자 조반니 리치올리가 달 앞면 바다와 분화구에 처음 이름을 붙인 뒤로 크레이터마다 우후죽순 이름이 생겨났는데, 지구의 단체인 국제 천문 연맹에서 혼란을 막고자 달의 지명을 정리했다. 현재 이름이 붙은 크레이터는 9193개이고 그중 수학자 이름이 붙은 크레이터는 840여 개다. 가우스A, 가우스B 같은 중복을 빼면 총 107명의 수학자가 있다. 이는 국제 천문 연맹의 명명법에서 ‘수학자’라고만 기원이 쓰인 사람을 센 수다.’
책자를 다 읽자 토끼가 다시 창밖을 가리키며 마이크를 들었습니다. 여러분도 토끼와 함께 수학자 코스를 둘러 보시죠.
달로 간 수학자 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