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선생님, 저희 풀었어요!”

 

학생 3명이 동시에 손을 번쩍 들며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수학 문제를 푼 게 아니었다. 11월 11일, 울산 공업탑청소년문화의집에서 있었던 ‘놀이로 만나는 수학’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이 ‘꼬인팔 풀기’ 놀이에서 미션에 성공한 것이다.

 

김문수 울산 동평중학교 수학 교사와 동평중 수학동아리 학생 도우미 5명이 진행한 이날 행사에는 초등학생 15명이 참여했다. 김 교사와 도우미가 미리 준비한 활동을 초등학생들이 체험하는 행사로, 수학을 놀이처럼 즐기는 문화를 알리는 게 목적이다. 도우미로 참여한 동평중 2학년 허지웅 군은 “놀이로 만나는 수학은 수학을 재미있는 놀이로 바꿔 배우는 활동”이라며, “수학을 싫어하는 친구도 놀이를 통해 저절로 수학에 관심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신나게 놀고 나면 수학 사고력 쑥쑥
첫 번째 놀이는 ‘꼬인팔 풀기’였다. 왼팔이 오른팔 위로 오게 겹쳐 손을 잡은 뒤, 손을 놓지 않은 채로 꼬인팔을 풀어 모두 안쪽을 보게 해야 한다. 처음에는 2명씩 짝을 지어 시도했다. 학생들은 몸을 돌려가며 역동적으로 해결했다. 2명에서 시작한 놀이는 3명, 4명, …, 15명으로 인원을 늘려가며 난이도를 높여 계속됐다. 학생들은 마치 춤을 추듯이 돌기도 하고 팔 밑으로 기어가기도 하며 문제를 해결했고, 입에는 웃음꽃이 폈다.

 

두 번째 놀이는 ‘막대 게임’이었다. 최소 4명 이상을 한 조로 해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놀이다. 이날은 5명씩 3조로 팀을 짰다. 5명이 원을 만들어 막대를 각자 앞에 놓고 넘어지지 않도록 잡고 있다가, 진행자가 부르는 수에 따라 조원 전원이 잡고 있던 막대를 놓고 오른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리고 옮겨간 자리의 막대를 재빠르게 잡아 넘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모든 막대가 넘어지지 않으면 성공이다. 예를 들어, 수가 1이라면 모두 오른쪽으로 한 칸씩 움직인다. 조원 모두의 호흡과 순발력이 필요하다.

 

 

이날 주로 도전한 수는 2다. 1일 때는 간단하지만, 2부터는 다르다. 2칸을 움직일 때 모두 오른쪽 방향으로만 이동하면 모든 사람이 자기 자리로 가기 전에 막대가 넘어져 버릴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래서 원의 안쪽으로 움직이는 조원도 있어야 한다. 대각선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학생들은 반복해 연습하며, 자연스럽게 생긴 조장의 주도 하에 작전을 계획했다.

 

수많은 시도 끝에 성공한 조는 환호했다. 연습을 반복할수록 조원끼리 단합되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에는 모든 조가 성공했다. 이날 활동에 참여한 울산 격동초등학교 4학년 하은진 양은 “마치 운동하는 것 같아요”라며, “조원들과 함께 계획을 짜서 문제를 해결하니 정말 재미있어요”라고 말했다.

 

마지막 놀이인 ‘멀린게임’을 끝으로 이날 행사는 마무리됐다. 멀린게임은 흑백게임이라고도 불리며, 규칙에 따라 앞, 뒷면의 색이 다른 모든 바둑돌을 한 가지 색으로 만들어야 하는 게임이다. 대칭 개념을 활용하면 어떤 문제든 풀 수 있어, 대칭을 이해하는 데 효과적이다. 규칙이 어렵지 않아 가족과도 함께 즐기며 놀 수 있다.

 

도우미로 참여한 동평중 2학년 이찬 군은 “초등학생 동생들에게 내용을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허 군은 “배울 때는 나만 이해하면 되지만, 누군가에게 가르쳐 줄 때는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제대로 설명해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라며, “가르치는 게 또 다른 학습이고, 학습의 정점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놀이로 만나는 수학 행사를 통해서 수학문화가 자연스럽게 퍼지고 있었다.

 

체험으로 수학 배운다
경상남도교육청은 수학문화 확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5년 8월에 개관한 양산수학체험센터를 비롯해 최근 개관한 밀양수학체험마루, 곧 개관할 김해수학체험센터, 앞으로 건립 예정인 진주와 거제의 수학체험센터까지 총 5개의 수학체험센터 건립 계획을 실행 중이다. 그리고 경남 창원에는 2018년 1월에 체험센터의 중심 역할을 할 경남수학문화관이 들어선다.

 

수학체험센터는 수학 교육과 관련된 체험 공간으로 학생이 주로 이용한다. 한편 수학문화관은 수학 교육과 관련된 체험 공간은 물론, 수학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공간도 운영할 예정이기 때문에 학생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다. 경남수학문화관 건립을 이끈 정인수 경상남도교육청 창의인재과 수학 담당 장학사는 “수학문화가 대중화되면 쉽게 바뀌기 힘든 시험 위주의 학교 교육도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수학도 즐길 수 있다는 인식을 널리 퍼뜨리는 게 경남수학문화관의 목표”라고 밝혔다.

 

수학문화를 퍼뜨리는 일은 이제 막 자리 잡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경남수학문화관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길 바란다. 수학문화가 자연스러워진 날, 수학문화관이 하나의 문화 명소로 자리 잡을 날을 기대해 본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7년 12호 수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김경환 기자(dalgudot@donga.com)
  • 기타

    [일러스트] lemarr

🎓️ 진로 추천

  • 수학
  • 교육학
  • 심리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