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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최초 필즈상 수상자 미르자카니 눈을 감다

2014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필즈상 수상자가 나왔다. 이란 출신의 마리암 미르자카니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수학과 교수다. 미르자카니 교수는 기하학과 곡면의 역학을 다룬 공로로 필즈상을 받았다. 그러나 3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7월 15일, 안타깝게도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미르자카니 교수의 삶은 어땠으며 그의 업적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수학계에서 가장 큰 행사는 세계수학자대회다. 세계수학자대회는 4년에 한 번씩 열리는데, 하이라이트는 필즈상 시상식이다. 필즈상은 만 40세 이하의 수학자만 받을 수 있고, 세계수학자대회가 열리는 국가의 원수가 수상자에게 필즈 메달을 수여한다.

 

2014년 세계수학자대회 및 필즈상 시상식은 우리나라 서울에서 열렸다. 이날 4명의 필즈상 수상자가 나왔다. 마리암 미르자카니 스탠퍼드대 수학과 교수가 그중 한 사람이었다. 미르자카니 교수는 기하학과 곡면의 역학을 다룬 논문으로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필즈상 수상자로 뽑혔다.

 

필즈상이 생긴 1936년부터 2014년까지 모두 56명의 수상자가 나왔다. 이 56명 중에 여성 수학자는 미르자카니 교수가 최초이고, 유일하다. 이슬람권 국가 출신 수학자로도 최초다.

 

 

늘 최초가 되는 미르자카니


1979년 이란은 이슬람교의 한 종파인 시아파 혁명으로 혼란스러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80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이란을 침공했다. 이에 미국, 러시아를 비롯한 여러 국가가 전쟁에 가담하며 혼란은 더 커져만 갔다. 미르자카니 교수는 늘 전쟁이 도사리고 있던 이란의 테헤란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소설 읽는 게 좋아 작가를 꿈꾸던 미르자카니 교수는 도전하는 게 좋아 서서히 수학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 그리고 다행히도 미르자카니 교수가 10살이 되던 1987년 전쟁이 멈췄다. 덕분에 영재개발을 위해 국가기관에서 운영하는 명문 파르자네한 여자중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그리고 1994년, 당시 17살이었던 미르자카니 교수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출전했다.

 

자카니 교수는 지도 교수로 커티스 맥멀런 교수를 만난다. 이후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수학과 조교수로 일하다 2008년부터는 스탠퍼드대학교 수학과 교수가 됐다.

 

2014년 서울 세계수학자대회 개막식에 참석한 미르자카니 교수(왼쪽에서 두번째).

 

수학의 여러 분야를 잇다


미르자카니 교수의 초기 관심사는 쌍곡 기하학이었다. 평면 위의 기하학을 평면 기하학, 구면 위의 기하학은 구면 기하학이라 부르듯이 쌍곡기하학은 안으로 굽은 공간인 쌍곡곡면을 다루는 기하학을 말한다.

 

 

따라서 각이나 길이, 넓이와 같은 기하학적 성질도 공간에 따라 달라진다. 미르자카니 교수는 쌍곡곡면 위에서 기하의 성질을 관찰하면서 쌍곡곡면의 구조를 연구했다. 구체적으로는 쌍곡곡면에 있는 ‘닫힌 측지선’의 개수에 대한 연구를 했다.

 

측지선은 두 점을 연결하는 가장 짧은 직선을 말하는데. 평면에서 측지선은 직선과 같다. 그러나 쌍곡곡면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쌍곡곡면에서 측지선은 곡선으로 그려지며, 길이는 무한대이고 평면과 다르게 여러 개다. 닫힌 측지선이란 부드럽게 변형하면 그 길이가 더 이상 짧아질 수 없는 닫힌 곡선이다.

 

또 ‘모듈라이 공간’을 새로운 방법으로 해석했다. 모듈라이 공간이란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곡선을 포함한 공간이다. 모듈라이 공간의 전체 구조는 매우 복잡해 수학자들은 오랫동안 이 공간의 부피를 구하기 위해 머리를 싸맸다. 그런데 이 문제를 미르자카니 교수가 해결했다.

 

미르자카니 교수는 모듈라이 공간의 부피를 구하는 논문에서 물리학자 에드워드 위튼이 제기했던 추측에 대한 새로운 증명도 제시했다. 공간 표면에 고리를 그린 뒤 그 길이를 계산해 부피를 구하는 방법을 이용해 이룬 성과다. 이로부터 단순 측지선의 개수에 대한 결과도 도출해냈다.

 

쌍곡기하학을 연구한 미르자카니 교수의 노트.

 

미르자카니 교수의 연구 결과는 우주 공간의 모양과 부피를 이해하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기하학으로 수학의 다양한 분야를 연결했다고 평가받았다. 이런 연구 성과로 미르자카니 교수는 2014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수학대회에서 여성 최초로 필즈상을 수상했다. 이란의 첫 필즈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수학계의 별이 지다


그런데 2017년 7월 충격적인 소식이 수학계에 전해졌다. 유방암 투병 중이던 미르자카니 교수가 7월 15일 미국에서 40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던 것이다. ‘최초’ 수식어를 받은 뒤 채 3년이 지나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다.

 

이 소식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란 출신의 세계적 수학자 미르자카니의 죽음을 애도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SNS에도 추모글을 올렸다. 미르자카니 교수가 재직했던 스탠퍼드대학교를 비롯해 국내외 수학자와 과학자들도 미르자카니 교수의 죽음에 조의를 표했다.

 

미르자카니 교수를 수학의 길로 인도한 사람이자 지도 교수였던 맥멀런 교수는 “미르자카니는 능숙한 통찰력과 호기심, 뛰어난 문제 해결 능력을 겸비했다”며, “대담한 야망으로 새로운 수학에 접근한 수학자”라고 말했다.

 

천재 수학자 미르자카니는 이제 세상에 없다. 그러나 그가 새롭게 던져 놓고 간 문제는 후대 수학자들이 연구할 과제로 남았으며,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그의 업적들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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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9호 수학동아 정보

  • 조혜인 기자(heyn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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