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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마른 체구에 독특한 오드아이, 붉게 염색한 머리와 알록달록하게 한 화장, 얼굴에 그려 넣은 화려한 번개무늬, 그리고 화성에 온 지기 스타더스트. 마치 마법사나 외계인을 묘사하는 것 같지만, 모두 영국의 음악가 데이비드 보위를 상징하는 것입니다.

보위는 미국 개척자 제임스 보위의 이름을 따서 만든 예명입니다. 미국 개척자의 이름으로 활동했기 때문일까요? 보위는 진짜로 미국을 지배해 버립니다. 물론 음악으로요. 1960년대 비틀즈의 시작으로 영국 음악가들이 미국 음악계를 점령해버린 문화 흐름을 ‘브리티시 인베이전’이라고 합니다. 해석하면 영국인의 침공인데, 침공자 중 한 명이 보위였거든요.

보위의 특징은 당대를 대표하는 수많은 사람과 공동 작업을 했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었지요. 마치 카멜레온처럼 앨범을 낼 때마다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냈습니다. 또 다른 미국 침공 영국밴드인 레드 제플린의 지미 페이지는 보위를 “팝의 얼굴을 바꾼 사람”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보위는 SF의 영향도 많이 받았습니다. 우주와 외계인에 관심이 많았고, 생전에 우주의 신비로운 현상에서 예술적 영감을 받는다고 말하기도 했을 정도지요. 잠시 후 소개할 ‘스페이스 오디티’라는 곡은 SF영화의 고전으로 불리는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착안해 만든 곡이에요.

외계인의 메신저, 지기 스타더스트
 

…한 청년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있었습니다. 그때 조금 이상한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라디오 디제이의 목소리는 아니었어요. 지기 스타더스트의 목소리였습니다. “하늘에서 스타맨이 기다리고 있어”…
 

데이비드 보위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은 ‘지기 스타더스트’입니다. 보위가 1972년 낸 앨범에서 만든 허구적 인물이지요. 화성에서 지구를 찾아온 이 록스타는 보위의 페르소나입니다. 원래 페르소나는 그리스 가면극에서 배우들이 썼던 ‘가면’을 나타내는 말로 가면을 쓴 인격을 뜻합니다. 영화에서는 자신의 분신이나 특정한 상징이 있는 사람을 지칭합니다.

다시 음악으로 돌아옵시다. 지구의 멸망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외계인 ‘스타맨’이 ‘지기 스타더스트’에게 구원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지기 스타더스트는 지구의 젊은이들에게 이 구원의 메시지를 전하지요. 노래 속 청년이 들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보위의 페르소나, 지기 스타더스트였던 것입니다. 밝고 즐거운 이 곡 ‘스타맨’은 유쾌하고 낙천적인 우주 재난자를 다룬 영화 ‘마션’에 배경 음악으로 나오며 명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외계인이 지구에 오는 게 마냥 좋은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지구를 찾은 외계인은 지구와 비슷한 행성에서 왔겠지요. 그럼 지구인과 비슷한 기술을 이용해 지구를 찾아냈을 거예요. 이미 외계인이 살던 행성은 살 수 없어 지구를 찾은 것이니 우리를 공격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런 생각에서 2016년 3월 미국 콜롬비아대학교 데이비드 키핑 교수팀은 외계인 침략에 대비해 지구를 숨길 방안을 냈습니다. 행성이 항성 앞을 통과할 때 빛이 어두워지는 현상을 이용해 외계 행성을 찾는 방법을 역이용하는 아이디어였습니다. 행성이 항성 앞을 지날 때 어두워지지 않도록 빛을 밝혀 지구를 숨길 수 있다는 것이지요.

계산 결과 일 년에 한 번, 약 10시간 동안 연속적으로 30메가와트의 빛이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과연 지구를 숨겨야 할 날이 올까요?

 

우주인의 노래 ‘스페이스 오디티’

…지상 통제팀이 탐 소령에게 전한다. 지상 통제팀이 탐 소령에게 전한다. 단백질 알약을 먹고 대기하라. 카운트다운. 엔진 작동. 점화상태 확인. (발사)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 탐 소령이 지상 통제팀에 전한다. 지금 문을 나서고 있다. 나는 이상한 자세로 떠 있다. …

반면 우주를 소재로 한 건 같지만 분위기는 정반대인 노래가 있습니다. ‘스페이스 오디티’입니다. 지상에 있는 통제팀과 우주로 홀로 떠난 탐 소령과의 대화로 흘러가는 곡입니다. 우주선 출발부터, 우주인이 처음 우주로 나와 지상에 보고하는 내용이 나오지요. 왜 우울하냐고요? 곡의 끝 부분에 나오는 가사입니다.

… 지상통제팀이 탐 소령에게 전한다. 문제가 생겨 통신이 끊겼다. 탐 소령 들리나? 탐 소령 들리나? …… 여기 멀리 떨어져 깡통에 있는 나. 지구는 푸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 것도 없다.…

지상에서 우주에 있는 탐 소령을 부릅니다. 대답이 없나 보군요. 탐 소령의 대사는 정말 암울함, 그 자체입니다. 이 곡도 우주재난을 다룬 또 다른 영화 ‘그래비티’의 배경음악으로 나와 다시 한 번 화제가 됐지요. 그래비티에서 스톤 박사팀이 우주 망원경을 수리하는 중에, 러시아가 위성을 미사일로 파괴하면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결국 스톤 박사는 혼자 우주에 고립됩니다. 지구에서 약 400km 떨어진 우주에 혼자 남겨진 것이지요. 스톤 박사는 필사적으로 지구에 연락을 취하지만 통신 장치가 망가졌는지 지상과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이때 스톤 박사와 비슷한 처지의 탐 소령 이야기가 담긴 ‘스페이스 오디티’가 절묘하게 흘러나오지요.

2014년에는 실제 우주인도 이 음악을 이용했습니다. 캐나다의 첫 번째 우주비행사 크리스 햇필드가 실제로 우주에서 이 음악으로 뮤직비디오를 찍었지요. 뮤직비디오는 우주정거장에서 지구로 귀환하면서 공개했습니다.

곡이 발매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첨단 기술 영화 속에 여전히 데이비드 보위, 지기 스타더스트가 있습니다. 늘 새로운 시도로 시대를 앞서 살았던 보위는 2016년 1월 암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본인의 죽음을 암시한 듯한 ‘흑성’이라는 곡을 남기고요. 비록 다른 별로 떠났지만, 보위는 새로운 곳에서도 ‘지기 스타더스트’가 되어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