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가 없는 학생에게도 SW 교육이 전달되도록 다리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도 계속 지역 사회와 연계해 봉사 활동을 해나갈 생각입니다.”
경기 안산해양중학교 조광근 교사는 나눔을 실천하는 교육을 강조했다. 조 교사가 운영하는 로봇봉사동아리 회원은 2, 3학년 학생 13명이다. 이들은 3개 조로 나뉘어 매주 토요일마다 안산 지역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로봇과 SW 활용법을 가르쳐 준다. 심지어 졸업생도 틈틈이 이곳을 다시 찾아 봉사활동을 한다.
이 날은 레고에서 만든 교육 교재인 ‘위두’를 이용해 수업했다. 동아리 회원들은 더 어린 초등학생을 도와 로봇을 만들고, SW가 작동하는 원리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장래에 보안 전문가가 되는 게 꿈이라는 2학년 강동규 학생은 “2년째 봉사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데, 매번 만나다 보니 즐겁고 책임감도 생긴다”고 말했다.
안산해양중학교의 SW교육은 정규 수업과 영재학급 수업, 동아리 활동으로 이뤄져 있다. 정규 수업은 1학년 때 일주일에 3시간, 2학년 때는 일주일에 2시간씩 받는다. 정보윤리, 수치 표현, 순서도 등의 이론을 배우고, 스크래치와 햄스터로봇을 이용해 다양한 실습을 한다. 정보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김선아 교사는 “이론보다는 실습이 학생의 반응이 좋다”며, “이론 수업도 보드게임 같은 언플러그드 활동 위주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SW와 과학의 융합
안산해양중학교 SW교육의 또 다른 특징은 ‘융합’이다. 정보가 아닌 다른 수업에서도 SW를 활용한다. 이
런 융합 교육은 과학 수업에서 가장 활발하다. 조 교사는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 중에서 SW로 구현 가능
한 것을 찾아 만들어 본다”고 수업 방식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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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만든 게 태양 에너지 측정기다. 태양의 고도는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가 받는 태양에너지는
태양의 고도가 높은 여름에 많고 겨울에 적지만, 실제로 얼마나 차이 나는지는 잘 모른다. 조 교사는 학
생들과 함께 조도 센서를 이용해 태양에너지 변화를 측정하는 장치를 만들었다. 태양의 고도에 따라 태양에너지의 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직접 재보면 말로만 듣는 것보다 이해하기 더 쉽다.
다양한 물질의 어는점, 끓는점 등을 온도 센서로 측정해 그래프로 나타내는 SW를 만들어 물질의 특성을
알아보는 실험도 가능하다. 조 교사는 이처럼 SW와 과학을 융합한 수업에 쓰기 위한 앱을 몇 개 직접 개
발하기도 했다.
융합 수업은 영재학급에서도 이뤄진다. 지난 9월 7일에 있었던 영재학급 수업 시간, 학생들은 널찍한
판을 흔드는 장치를 만들었다. 그리고 막대기와 찰흙으로 구조물을 만든 뒤 판 위에 올려놓고 흔들었다.
흔드는 세기를 점점 강하게 하면 어느 순간 구조물이 무너진다.
흔드는 세기와 구조물의 모양을 각기 달리하면서 다양하게 실험하면 구조물을 어떻게 만들어야 튼튼한지 체험할 수 있다. 삼각형을 기본 단위로 구조물을 만들어야 튼튼하다는 이론이 실제로도 옳은지 직접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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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상 수상의 기쁨도
다양한 SW동아리도 내세울 만하다. 안산해양중학교에는 앞서 소개한 로봇봉사동아리 외에 앱인벤터동아리, 임베디드SW 동아리, 스멋프가 있다. 앱인벤터 동아리는 스마트폰 앱을 만드는 동아리다. 학교 축제 홍보앱을 만들기도 했으며, 앞으로는 과학실험 시뮬레이션을 VR(가상현실)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앱을 개발할 계획이다.
임베디드SW 동아리는 로봇 프로그래밍을 더욱 깊이 있게 공부하며 자율적으로 연구한다. 김 교사가 이끄는 스멋프는 1학년 26명으로 이뤄져 있으며 스크래치를 더 깊게 공부한다. 코딩 교육 교재인 ‘플레이봇’을 연계한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SW교육이 더욱 대중화될 수 있도록 학교 외부에 중요성을 알리는 활동도 하고 있다. 먼저 학부모를 초청해 SW의 중요성을 알렸다. 교육전문기업 퓨너스의 남이준 대표와 백은옥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학교를 찾았다. 지난해에는 안산시 과학문화축제와 경기과학축전, 한양대 축제에 부스를 마련하고 로봇SW에 대해 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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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SW교육 활동을 하기 위해 힘쓴 조 교사는 지난해 수상의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제45회 전국 교육자료전에서 ‘아두이노 센서를 활용한 스마트폰무선 과학 실험’으로 국무총리상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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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는 새로운 기회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은 흥미로우면서도 진로와 깊은 관련이 있어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꿈인
기계공학과 관련이 있을 것 같아 영재학급에 들어왔다는 2학년 이민우 학생은 “다양한 활동을 하며 폭넓
게 경험한 게 나중에 진로를 택할 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2학년 전성준 학생은 “처음에는 어려
워 보였지만, 포기하지 않고 하니 생각보다 쉬웠다”며, “끈기와 노력을 배웠다”고 말했다.
조 교사는 SW를 이용한 뒤로 학생들이 생각하는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영재학급의 경우 원래는 발명영재학급이었다. 여기에 SW를 덧입히자 학생들이 더욱 다양하고 창의적인 발명품을 만들게 됐다. 머리로만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SW가 실현시켜줬기 때문이다.
“재작년에 한 학생이 넘어지지 않는 휠체어라는 아이디어를 낸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실제로 만들수가 없었지요. 그런데 SW선도학교가 된 뒤에 똑같은 아이디어를 자동차에 적용했어요. 기울기 센서를 가지고 간단하게나마 실제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학생의 창의력이 실현될 기회가 넓어진 겁니다.”
세상을 넓게 보다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자 학생들의 꿈도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과학자, 의사처럼 흔하고 두루뭉술한 꿈이 많았다면, 이제는 로봇공학자, 보안전문가처럼 꿈의 폭이 넓어지고 구체적으로 변했다. 안산해양중학교는 앞으로 SW를 중심으로 과학뿐만 아니라 수학, 체육 등의 다른 교과를 융합한 수업을 시도할 계획이다. 더불어 안산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학교로서 지역 사회에 봉사하는 활동 역시 이어나갈 생각이다. 융합과 나눔이라는 철학을 실천하는 안산해양중학교의 앞날을 계속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