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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한 가지 의문이 남았다. 몇몇 환자의 경우 메르스 진단 결과는 왜 바뀌었던 걸까? 사실 정확한 진단은 진단 방법은 물론 병에 걸린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도 관련이 있다. 확률로 진단 방법의 정확성을 확인하는 오늘과 맞춤 의학으로 질병을 예방하는 내일의 모습을 지금 만나 보자.

6월 내내 온 국민을 두렵게 한 메르스는 며칠째 새로운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 걸 보니 정리가 되는 모양이다. 메르스 유행이 끝나는 건 다행이지만 메르스 진단 결과가 잘못 나왔던 몇몇 사례를 떠올리면 정말 안심해도 될지 의문이다.

지난 6월 10일, 경기도에 사는 한 초등학생이 열이 나 메르스 진단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는 ‘음성’이였다. 메르스에 걸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틀 뒤 다시 한 번 받은 검사에서는 메르스에 걸렸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학생은 진단 검사를 여러 번 다시 받았고, 3번 음성 판정이 나와 퇴원했다. 강남 모 병원에 입원한 30대 남성도 처음에는 검사 결과가 음성이었다가 나중에 메르스에 걸렸다는 판정을 받았다.

메르스 진단은 메르스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찾아내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우선 열이 나거나 호흡기 이상과 같은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서 가래를 얻는다. 여기에 메르스 바이러스의 유전물질(RNA)을 탐지하는 시약을 넣고 RNA를 복제, 증폭한다. 환자의 가래에 메르스 바이러스 조각이 있다면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진단하는 것이다. 인하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예방의학을 가르치는 황승식 교수에 따르면, 진단 과정에서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는 가래를 뱉기 어렵다. 그래서 감염된 환자라도 가래를 충분히 뱉지 못하면 메르스 바이러스를 감지할 수 없다.

하지만 진단 결과가 달라진 사례는 메르스뿐만이 아니다. 진단을 할 때 몸속 사진을 찍어 판독해야 하는 경우 예상과 다른 진단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과연 의사의 진단은 얼마나 정확한 걸까?



질병 진단도 확률에 영향 받는다!

의사가 최소한의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하는 데는 확률이 도움이 된다. 16세기 영국의 수학자 토마스 베이즈가 발표한 ‘베이즈 이론’은 새로운 사실이 발견됐을 때 어떤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려준다. 이 이론은 1950년대부터 의사가 질병을 진단하는 데 쓰였다. 예를 들어 전체 인구의 5%가 갑상선 질환을 앓고, 전체 인구의 10%는 불면증이라고 가정하자. 어느 날 갑상선 질환 환자의 30%는 불면증에 걸린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베이즈 이론을 써서 계산한 결과, 불면증 때문에 병원을 찾은 환자가 실제로 갑상선 질환에 걸렸을 확률은 15%다. 불면증과 갑상선 질환의 관계가 밝혀지니 갑상선 질환을 진단할 확률이 5%에서 15%로 늘어난 것이다. 의사들은 이 사실을 통해 갑상선 질환을 놓치는 경우를 줄일 수 있었다.
 

진단 방식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민감도’와 ‘특이도’로 비교한다. 민감도는 특정한 병에 걸린 사람을 ‘병에 걸렸다(양성)’고 진단할 확률이다. 반면 특이도는 병에 걸리지 않은 건강한 사람을 ‘병에 걸리지 않았다(음성)’고 진단할 확률이다. 민감도와 특이도 값이 높을수록 정확한 진단 방식이다. 그렇다면, 민감도와 특이도가 모두 99%인 진단 방식의 결과는 얼마나 정확할까?

안과를 찾은 환자에게 결막염 진단 검사를 한 결과와 실제 결막염 여부를 조사한 결과가 아래의 표와 같다고 가정하자. 실제 결막염 환자는 100명인데 검사 결과 결막염에 걸렸다(양성)고 진단받은 사람은 99명이다. 즉, 이 진단 방법의 민감도는 99%다. 결막염에 걸리지 않은 사람은 100명인데 진단 결과도 음성으로 나온 사람이 99명이므로 특이도는 99%다. 이 검사로 결막염이라고 진단받은 사람이 실제로 결막염 환자일 확률은 99/100이다. 진단 결과는 비교적 믿을 만하다.
 

메르스 진단이 어려운 이유

그렇다면 민감도와 특이도가 모두 99%인 진단 방법으로 걸릴 확률이 십만 분의 일쯤 되는 희귀병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을까?
 

민감도와 특이도가 99%인 진단 방법으로 천만 명 중 100명 정도 걸리는 희귀병을 검사한다고 가정하자. 이때 희귀병으로 진단받은 사람이 실제로 희귀병 환자일 확률은 99/(99+99,999)다. 즉, 희귀병 진단이 맞을 확률이 0.1%보다 낮다.

서울대 시스템 바이오 정보의학 국가핵심연구센터 김주한 교수는 “민감도와 특이도가 99.9%인 기계도 희귀한 병을 맞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진단 기계의 정확성보다 병에 걸릴 확률이 진단이 맞을 확률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하물며 메르스는 전체 인구 중 186명이 감염된 병이다. 걸릴 확률이 십만 분의 일보다 낮다. 김 교수는 이 경우 반복 검사를 통해 진단 오류를 줄인다고 말했다.



빅데이터로 더욱 정확한 진단~!

우리를 위협하는 질병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질병의 종류가 많아지면 의사가 처방하는 약과 치료법도 그에 맞게 늘어난다. 하지만 사람은 모두 유전자가 다르고, 생활 습관과 건강 상태도 제각각이다. 그래서 똑같은 병에 걸린 두 환자의 치료법이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물질에 알레르기 반응을 나타내는 환자는 그 물질이 들어 있는 약을 먹을 때 더 주의해야 한다.

의사가 병원을 찾는 환자에게 맞춤형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환자의 식습관, 진료 기록, 평소에 먹는 약의 성분과 같은 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환자가 방문한 병원에만 진료 기록이 남아 있을 뿐 환자는 자기 자신의 의료 정보를 잘 알지 못한다. 인제대 서울 백병원 신장내과와 서울대 의과대학 정보의학실, 시스템 바이오 정보의학 국가핵심연구센터는 지난 3월, 신장병 환자가 본인의 의료 정보를 스마트폰에 저장해 언제 어느 병원에서든 정확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아바타 빈즈’라는 앱을 개발했다.



병원에서 환자가 투석받는 혈액의 성분이나 먹어야 할 영양 정보 등을 환자의 스마트폰으로 전송해 주면 환자는 생활 습관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 또 의사는 환자의 의료 정보를 종합적으로 볼 수 있어 정확하게 진단하고 안전한 처방을 내릴 수 있다. 앱 개발 연구를 이끈 김 교수는 “환자의 유전정보, 진료기록과 같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질병 예방은 물론 맞춤형 치료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을 예방하고 안전하게 치료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우선이다. 환자의 건강에 대한 정보가 많을수록 정확하게 진단할 확률도 높아진다. 의료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환자와 의사가 모두 만족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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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수학동아 정보

  • 고은영 기자
  • 도움

    김주한 교수
  • 도움

    황승식 교수
  • 기타

    논문 ‘의학적 의사결정 도구들에 대한 고찰:Bayesian analysis and ROC analysis(이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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