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일을 조금 더 빨리 더 편리하게 하는 것은 디지털 시대의 주요 관심사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하는 기능을 실행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중간 과정을 생략할 수 있게 해주는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스마트폰 잠금을 풀기 위해 이용하는 지문 인식 기능을 예로 들 수 있다. 지문 인식을 이용하면 패턴을 ‘그리는’ 과정이나 비밀번호를 ‘누르는’ 과정 없이 잠금을 해제할 수 있다. 즉 그리거나 누르는 과정을 생략하고 지문을 갖다 대기만 하면 잠금을 풀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과정을 생략해 주는 기술은 내가 원하는 결과에 조금 더 빨리 더 편리하게 도달하게 해준다.
번뜩이는 아이디어, 그것은 한 끗 차이
스마트폰에 쓰이는 가상키보드 개발자가 됐다고 생각해 보자. 임무는 오타가 나지 않게 하는 가상키보드를 개발하는 것이다. 자, 그러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아마 처음에는 오타 자체를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다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오타는 어차피 날 수밖에 없으니, 조금 더 빠르게 오타를 수정할 수 있는 앱을 만들면 어떨까?’
2013년 7월에 (주)큐키를 창업한 김민철 대표의 아이디어다. 김 대표는 오타를 수정하기 위해 커서를 옮기거나, 백스페이스를 누르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하기로 했다. 그렇게 ‘큐키 키보드’가 탄생했다.
큐키 키보드의 핵심 기능은 오타 수정이다.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려는데 오타가 생겼다고 하자. 이때 문장의 끝에서 한 칸 띄우고 오타가 난 단어를 올바르게 입력한 뒤, 아래로 쓸어내리면 오타가 수정된다. 큐키 키보드가 알아서 오타를 찾아가 고쳐주는 것이다. 그러면 조금 더 빠르게 오타를 수정할 수 있다.
큐키 키보드에는 3가지 기능이 더 있다. 위쪽으로 쓸어 올리면 가장 가까운 어절★을 지운다. 오른쪽으로 밀면 가장 마지막에 쓴 글자가 반복된다. 예를 들어, ‘ㅋ’를 입력하고 오른쪽으로 밀면 ‘ㅋㅋㅋ…’와 같이 입력된다. 왼쪽으로 밀면 가장 마지막에 쓴 어절의 위치를 왼쪽으로 옮겨준다. 즉 ‘너 알아 그거’라고 입력한 뒤 왼쪽으로 밀면 ‘너 그거 알아’로 바뀐다.
김 대표는 “사람들이 의사소통을 하는 과정에서 오타 때문에 방해를 받으면 안 된다”며, “큐키 키보드는 의사소통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점점 더 기발해지는 아이디어
큐키는 이 외에도 여러 가지 SW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키보드를 쓸 수 있는 어느 앱에서든 검색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하는 ‘Texting Everywhere’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다가, 메시지를 보내야 할 일이 생겼다고 해보자. 이 경우 먼저 동영상을 끈 뒤 메신저를 켜서 메시지를 작성하고 보내야 한다. 큐키는 이 중간 과정을 생략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동영상을 실행하는 앱 안에 있는 검색 창에서 바로 메시지를 보내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목소리로 수정하는 ‘큐키 보이스’도 있다. 스마트워치에는 키보드가 없기 때문에 목소리로 입력한다. 하지만 시끄러운 곳에서는 잘못 입력되기 쉽고,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엉뚱한 단어가 입력되는 경우도 있다. 큐키 보이스는 큐키 키보드와 마찬가지로 수정에 초점을 맞췄다. 먼저 스마트워치에 기본 탑재된 음성 인식 기능으로 입력을 하고, 큐키 보이스로 오타를 수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발음이 부정확해 잘못 입력된 단어라면 다시 말로 수정한다 해도 똑같이 틀린 단어로 입력되지 않을까? 예를 들어 ‘오늘 수학동아와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라는 문장을 입력하려고 했는데, ‘오늘 수학통화와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로 잘못 입력됐다고 하자. 말하는 사람의 습관 때문에 음성 인식 기능이 또다시 ‘수학동아’를 ‘수학통화’로 인식할 확률이 있다. 하지만 큐키 보이스는 틀린 단어인 ‘수학통화’를 뺀 다른 단어 중에서 가장 비슷한 단어로 수정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수정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는 SW로 작은 아이디어를 큰 변화로 만드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작은 발상의 전환으로 큐키를 창업한 김민철 대표처럼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일단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여러분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Q 큐키를 창업하겠다고 결심하신 결정적인 계기나 이유가 있을까요?
A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창업을 하게 된 건 아니었습니다. 그냥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이것을 사람들이 쓰게 해보고 싶었습니다(웃음).
Q 실패할 수 있다는 두려움은 없으셨나요?
A 실패한다는 두려움은 딱히 없었습니다. ‘내가 이걸 실패한다고 뭐 다른 걸 못하겠어?’라는 생각이었어요. 시작하기 전부터 잘 될지 미리 계산해 보진 않았습니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본 거죠. 가벼운 마음으로 창업했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 보면 더 좋은 것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수정 기능만 있었던 큐키 키보드도 지금은 다양한 기능이 생겼고, 더 나아가 큐키 보이스라는 새로운 앱까지 개발하게 됐습니다.
Q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군요! 어린 시절에는 어떤 꿈을 가지고 있으셨나요?
A 저는 사실 어린 시절 꿈이 없는 학생이었습니다. 그저 닥친 일을 잘 처리하는 범생이었죠. 그래서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몰랐어요. 그것 때문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하고 싶은 것을 모른다고 고민하고, 힘들어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게 없다고 반드시 나쁜 건 아니거든요. 다만 무엇을 원하는지 아직 잘모른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사사로운 경험 하나하나가 모여서 나를 발전시키고,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큰 도움이 되거든요.
Q 앞으로의 목표가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A 큐키를 처음 만들 때 떠올렸던 아이디어처럼 새롭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계속 떠올리고, 실현시키는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수학동아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A ‘두려워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해라!’라고 전하고 싶어요. 남의 말에 휩쓸리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신념을 가지고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요? 아니면 말고요. 실패한다고 다른 걸 못하겠어요? 하고 싶은 게 생겼다면 지금 도전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