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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22년 만에 다시 펼쳐진 공룡 세상 쥬라기 월드

매스미디어


 
몇 달 전 아주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어린 시절 아주 재밌게 보았던 영화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신작인 ‘쥬라기 월드’가 6월 11일 개봉한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호박에서 발견한 모기의 피에서 얻은 DNA로 티라노사우루스, 벨로시랩터(벨로키랍토르), 브라키오사우루스 같은 공룡을 복원하면서 시작된다. 새 영화 ‘쥬라기 월드’에서는 유전자 조작으로 지금껏 지구상에 한 번도 없었던 새로운 공룡까지 대거 등장할 예정이다. 공룡 마니아라면 함께 쥬라기 월드를 미리 찾아가 볼까?

코스타리카 서쪽 바다에 있는 이슬라 누블라 섬은 1993년 ‘쥬라기★ 공원’이 있었던 자리다. 이곳에서는 존 해먼드 박사가 호박에서 찾은 DNA로 공룡을 복원해 놓았다. 하지만 일반 관객에게 공개하기 전, 과학자와 탐사팀이 안전성을 시험하러 찾아왔다가 그만 공룡이 바깥으로 탈출하는 끔찍한 사고가 일어나고 만다.

그리고 22년 뒤, 해먼드 창조 연구실의 유전학자들은 유전자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공룡(하이브리드 공룡)을 탄생시키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공룡을 모아놓고 사람들이 구경할 수 있는 ‘쥬라기 월드’를 만든다. 벨로시랩터를 연구하는 주인공 오웬은 이를 반대하지만 결국 쥬라기 월드는 관객을 맞이한다. 이번에는 아무런 사건사고 없이 무사히 공룡들을 만날 수 있을까?

쥬라기★ 원래는 ‘쥐라기’가 맞다. 쥐라기는 지질시대의 하나인 중생대 가운데 약 2억 년 전부터 약 1억 4600만 년 전까지 시기를 뜻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티라노사우루스, 밸로시랩터를 비롯해 대부분 백악기(약 1억 4600만 년 전~6550만 년 전)에 살았던 공룡이 많이 나온다. 영화 제목이 ‘쥬라기 월드’이므로 이 기사에서는 쥬라기로 표기했다.

자이로스피어는 티라노사우루스보다 빠를까?

이번 영화에서는 색다른 재미를 느끼며 공룡을 관찰할 수 있다. 바로 둥근 강화유리로 만들어 공처럼 굴러다니는 운송수단인 자이로스피어! 자이로스피어를 타고 들판에 나가면 공룡이 무리지어 다니는 모습을 안전하게 볼 수 있다. 공룡 떼에게 아주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가 관찰할 수 있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자이로스피어가 스스로 위험을 감지하고 알아서 물러나와 안전거리를 확보한다.

자이로스피어는 평소 놀이기구를 좋아하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생각해 낸 것이라고 한다. 대개 시속 3km로 달리지만, 최대 시속 8km까지 달릴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이 속도로 움직였다가는 공룡에게 밟히기 딱 좋다. 특히 사람들이 좋아하는 티라노사우루스나 트리케라톱스는 몸 길이가 각각 12m와 9m, 몸무게가 각각 7t과 9t이나 나가는 거대동물이기 때문이다.

혹시 공룡은 몸이 무거우니까 자이로스피어가 최대 속도로 도망간다면 못 쫓아오지 않을까? 공룡 중에서도 덩치가 크고 몸에 비해 머리가 큰 가분수로 재빨리 뛰지 못할 것 같은 이미지인 티라노사우루스를 예로 생각해 보자.

일단 동물 다리가 움직이며 달리는 모습은 물리진자와 비슷하다. 물리진자는 수평으로 고정한 축의 둘레를 회전할 수 있는 진자를 말한다. 즉 티라노사우루스의 다리는 엉덩이 관절을 축으로 삼아 일정하게 회전하는 긴 막대로 볼 수 있다.

진자가 진동하는 공식을 이용하면 티라노사우루스가 발을 움직이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공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이 공식에 수치를 넣으면 발자국 화석을 남긴 티라노사우루스가 초속 1.41m, 즉 시속 약 5km로 걸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티라노사우루스가 전속력으로 달린 것인지 느리게 걸은 것인지는 발자국 화석만으로 정확히 알 수 없다. 또 티라노사우루스는 다리에 비해 엉덩이 관절 쪽에 살이 많아 이론상 추정한 것과 속도가 전혀 다를 수도 있다. 다만 학자들은 티라노사우루스가 몸집에 비해 머리가 큰 탓에 빠르게 달리지 못했을 거라고 추정했다.

그런데 최근 티라노사우루스가 오명을 벗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앨버타대 고생물학자인 스콧 퍼슨 박사는 공룡의 골반뼈 화석을 관찰한 결과 허벅지뼈와 꼬리를 잇는 근육인 ‘대퇴꼬리근’이 붙어 있었던 증거를 발견했다. 이 근육은 악어와 도마뱀 같은 파충류에게는 아주 발달했지만, 새에게는 거의 없다. 과거에는 닭을 토대로 티라노사우루스를 복원했기 때문에 이 근육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었다.

퍼슨 박사는 이 근육 덕분에 파충류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면서, 티라노사우루스도 시속 30km 정도로 빠르게 걸었을 거라고 추측했다. 결국 최대 시속 8km인 자이로스피어는 티라노사우루스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미국 카네기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 중인 티라노사우루스의 뼈 모형. 백악기에 살았으며 가장 난폭하고 무서운 공룡으로 알려져 있다.
 

‘바다의 티라노사우루스’의 상어 먹기 쇼!

돌고래 쇼라도 시작되는 걸까? 관객들이 호기심 반, 두려움 반 어린 표정으로 수면을 바라보고 있다. 곧 크레인에 매달린 백상아리 한 마리가 물 위로 다가온다. 수면에 파도가 이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거대한 모사사우루스가 물 위로 솟구치면서 악어처럼 입을 쫘악 벌린다. 그리고 백상아리를 한 입에 먹어치운다.

약 7000만~6600만 년 전 백악기 후기에 살았던 모사사우루스는 사실 공룡이 아니라 해양파충류다. 몸길이가 12~17m, 몸무게 5t이나 되며, ‘바다의 티라노사우루스’라는 별명을 가질 만큼 흉폭했다. 악어처럼 큰 입과 크고 날카로운 이빨로 물고기와 갑각류, 다른 해양파충류를 잡아먹었다고 한다. 모사사우루스는 얼굴이 악어와 닮았지만 전체적인 특징은 왕도마뱀과 가장 많이 닮았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 중인 모사사우루스의 뼈 모형.

도마뱀과 악어, 공룡은 어떻게 다를까?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다리 생김새와 걸음걸이가 다르다는 점이다. 도마뱀은 다리가 바깥쪽을 향해 달려 있다. 그래서 다리를 벌리고 어기적어기적 기어가는 바람에 몸무게를 잘 지탱하지 못해 배가 자주 땅에 닿는다. 악어는 도마뱀보다 훨씬 더 똑바로 설 수 있다. 그래서 도마뱀보다 훨씬 빨리 기어갈 수 있다. 공룡은 포유류처럼 다리가 몸통 아래에 수직으로 붙어 있다. 몸무게를 잘 지탱하는 덕분에 빠르게 달릴 수 있다. 특히 육식공룡은 큰 꼬리로 균형을 잡고 두 다리로 걸어 다녔다. 이런 특징 덕분에 공룡은 당시 다른 파충류에 비해 거대한 몸집을 가질 수 있었다.
 

생각보다 똑똑한 공룡의 탄생은 나비효과

자이로스피어를 타고 돌아다니던 중, 드디어 인도미누스 렉스와 맞닥뜨렸다. 인도미누스 렉스의 눈빛에 도망갈 생각조차 못하고 얼어붙어버렸다. 그때 갑자기 유리천장을 뚫고 쑥 들어오는 녀석의 발톱! 이제야 “꺄아아~!” 소리지르며 자이로스피어 바깥으로 뛰어나간다.

인도미누스 렉스는 지금껏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공룡이다. 영화에서 유전학자들은 티라노사우루스의 유전자에 벨로시랩터, 뱀, 갑오징어 등 다른 동물의 유전자를 섞어 가장 난폭하고 똑똑한 공룡인 인도미누스 렉스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인도미누스 렉스가 보인 예상치 못한 행동에 경악한다. 예를 들면 작은 공룡 떼를 모조리 죽여 놓고도 전혀 입을 대지 않았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재미삼아 자기보다 약한 공룡을 죽인 것이다.

유전자 조작으로 새로운 동물을 만들 때, 과학자들은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바로 ‘나비효과’ 때문이다. 사소한 변화가 증폭해 전혀 예상치 못한 크나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론이다. 한쪽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이로 인해 다른 한쪽에서는 태풍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유전자를 섞어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일도 이와 마찬가지로 계산기에 숫자와 기호를 넣어 답을 얻는 것처럼 일정한 공식이 정해져 있지 않다.

영화 ‘쥬라기 월드’는 화려하고 다양한 공룡과 함께 손에 땀을 쥘 만큼 재밌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새로운 생명체 탄생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에 대해 조용히 일침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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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6월 수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 사진

    UPI코리아
  • 사진

    쥬라기월드 공식 홈페이지(www.jurassicworld.com)
  • 기타

    김영사 <공룡 대박과>, 지식갤러리 <지식의 백과사전 공룡>, ZOOM DINOSAURS, 영국 브리스톨대 The Palaeobiology Research Group 홈페이지, 사람의 무늬 <세상을 바꾼 방정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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