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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도전과 재미가 무한대로 발산한다 용인외대부고 큐이디(Q.E.D.)

동아리 탐방


 
오후에 비 소식이 있던 4월 어느 날, 수리논술부터 수학잡지 제작까지 척척 해낸다는 놀라운(!)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 수학동아리 ‘큐이디’를 만났다. 직접 수학잡지를 만든다는 큐이디에 수학동아 기자로서 묘한 경쟁심을 느끼며 학교로 들어섰다. 수학으로 노는 큐이디를 함께 만나 보자.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인지 교실마다 수업이 한창이었다. 구경할 겸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벽에 붙어 있는 수학 문제를 발견했다. 호기심에 문제를 들여다봤더니 풀이가 끝나는 곳엔 어김없이 ‘Q.E.D.’가 적혀 있는 게 아닌가? 카메라로 이 문제 저 문제를 찍고 있으니 어딘가 낯익은 학생이 다가와 인사를 했다. 작년에 서울에서 열렸던 ‘ICM 2014 세계수학자대회’ 때 수학동아 독자기자로 제임스 사이먼스 교수를 인터뷰했던 유수민 학생이었다. 못 본 지 1년 사이에 어엿한 큐이디의 부장이 돼 있었다. 수민 학생은 올해 큐이디는 수학에 관심 있는 1, 2학년 20여 명이 각각 10기와 9기로 활동한다고 소개했다.

동아리 모임 장소에 들어서니 토론하기 좋게 책상을 ‘ㅠ’ 모양으로 옮기던 학생들이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학생들은 곁을 서성이는 기자에게 동아리 이름에 대해 설명했다. Q.E.D.는 명제의 증명 과정 끝에 적는 기호인데, 무작정 공식을 외우기보다는 능동적으로 증명을 익히고 끝맺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자유로운 토론으로 생각의 씨를 뿌리다

교실 책상 위에는 두꺼운 책 두 권이 놓여 있었다. 유키 히로시의 <;수학 걸>;과 윌리엄 던햄의 <;미적분학 갤러리>;였다. 속을 들춰보니 수열, 대수 같은 쉽지 않은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큐이디 회원에게는 기수별로 지정도서가 있다. 모든 활동은 조별로 한다. 약속한 분량을 일주일 동안 읽은 다음 매주 목요일에 모여 책에 나온 중요한 지식을 정리해 발표하고, 궁금한 내용을 묻고 답한다.

“<;미적분학 갤러리>;에서 뉴턴이 사인 급수를 구할 때 테일러 급수와는 접근법이 전혀 달랐다는 걸 알게 됐어요. 먼저 발견된 뉴턴의 사인 급수가 테일러 급수 발견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부원들과 얘기해 보려고 정리해왔어요.” _2학년 이승환

독서토론을 참관한 기자는 원주율 π의 근삿값을 구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발표를 지켜봤다. 책에 자세한 증명 과정은 없었지만, 학생들은 직접 찾은 자료를 바탕으로 수학자의 증명 과정을 발표했다. 존 월리스, 레온하르트 오일러 같은 수학자들이 π값을 계산하는 과정에는 아크탄젠트 급수, 이상 적분 같은 어려운 개념도 등장했다.

“독서토론 발표를 준비할 때는 인터넷이나 다른 책을 참고해요. 이번에는 복잡한 함수를 적분해야 했는데 같은 조인 유보근, 김승근 학생이 도와 줬어요. 혼자선 어려운 내용도 조원들끼리 도우면 이해할 수 있죠. 그 덕분에 동아리 분위기도 더 활발해지고요.” _2학년 박효린

“저희가 가장 재미있어하는 활동은 자유토론이에요. 1학년과 2학년이 주제를 자유롭게 선정하니까 토론의 깊이도 얕지 않아요. 무엇보다 수학 외의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어요.” _2학년 황인건

마침 취재 간 날 학생들은 모임에서 앞으로 어떤 주제를 다루고 싶은지 의견을 냈다. 학생들은 “푸리에 변환은 영상 처리에 쓴다는데…”, “대학교에서 배운다는 공업수학에 도전해 보는 건 어때?”하며 난이도에 상관없이 관심 있는 주제를 쏟아냈다.
 

스스로 연구자가 돼 호기심을 꽃 피우다

큐이디의 가장 특별한 활동은 매 학기마다 잡지를 직접 만든다는 것이다. 혹시 선생님이 시키신 게 아닐까? 담당 선생님께 여쭤보니 돌아오는 대답이 놀라웠다.
 

“부원들이 토의를 해서 이해하기 적당한 주제를 정해 잡지를 만들어요. 기획부터 인쇄까지 모든 과정을 학생 스스로 합니다. 큐이디의 특징은 보상이 없더라도 스스로 문제를 풀어내려 한다는 겁니다. 복도에 가면 화이트보드로 벽을 만든 라운지가 있습니다. 올해는 그 곳에 영화 ‘굿윌헌팅’에서처럼 수학 심화 문제를 누구나 자유롭게 풀 수 있도록 게시해 놓았는데요. 가장 열심히 문제를 푸는 친구들이 바로 큐이디 학생들이랍니다.” _김하혜 수학선생님

그동안 큐이디가 만든 잡지를 보니 비유클리드 기하학, 조화수처럼 관심 있는 소재를 가상인터뷰, 소설 패러디 같은 재미있는 방식으로 설명해 놓았다. 잡지를 만드는 모든 과정을 어른의 도움 없이 해 나가는 데 어려움은 없을까?

“친구들의 기사를 모두 모아 정리하고 디자인하는 일을 올해 처음 해봐서 어려웠지만 수학자를 꿈꾸는 만큼 동아리 활동을 하며 얻는 것이 많아요. 그래서 별로 힘들다는 느낌이 없어요.” _2학년 유수민
 

친구들과 함께하는 도전이 가장 큰 수확

큐이디는 독서토론과 조별 탐구토론, 잡지 만들기 외에도 대학별 수리논술을 함께 연습한다. 논술을 할 때는 절대 모범답안을 보지 않고 글을 써야 한다는 규칙을 정했다. 선생님 없이 논술을 하면 전문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학생들은 “선생님 풀이를 듣는 것보다 친구들과 고민하고 발표해 보는 게 문제를 이해하기도 쉽고 유익하다”는 발칙한(?) 대답을 했다.

“수학논술학원을 중3때부터 다녔는데 학원에서는 대강의실에 모여 선생님의 강의를 듣는 게 전부였어요. 수강생이 많으니 내가 관심 있는 주제를 다루는 것도, 궁금한 것을 제때 질문하는 것도 어렵죠. 큐이디에서 논술을 할 때는 질문할 기회를 놓친 적이 없어요. 자유롭게 묻고 내용을 꼼꼼히 이해할 수 있어요. 친구들 앞에서 설명하고 만약 더 나은 풀이가 있다면 공유하기도 해요. 그래서 작년에 학원을 관뒀어요. 동아리 활동으로 충분하다고 느꼈으니까요.” _2학년 공원상

논술이 생각을 정리하는 기회라기보다 입시의 부담거리가 돼버린 요즘, 모범답안에 연연하지 않고 물음표를 던지며 대화를 이끄는 학생들의 모습은 신선했다. 왜 시험기간에도 동아리 활동에 열심인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동아리에서 모르는 걸 배우고, 대단하다고 느끼는 친구들과 함께 토론하면서 저도 자신감을 얻어요. 학술동아리라 지루할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아요. 친한 친구들과 함께하니 일주일 중 가장 기대되는 시간이죠.” _1학년 전오준

토론을 할 때는 한없이 진지했지만, 사소한 얘기에도 웃음을 터뜨리며 수다를 떠는 모습은 여느 학생들과 다름없었다. 기자가 수학동아리에 대해 편견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을까. 즐거운 시간을 선물해 준 큐이디 친구들이 힘든 내신 경쟁 속에서도 재미와 공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하길 응원한다.

2015년 05월 수학동아 정보

  • 고은영 기자
  • 사진

    염지현 기자
  • 사진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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