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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서울미술고 권순현 선생님 수업이 살아 있네~


 
선생님 대신 학생들이 칠판 앞에 섰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노래와 율동, 소림사 권법에 기합까지 넣는다. 문학이나 음악, 체육 시간이 아니다. 서울미술고 권순현 선생님의 수학 시간이다. 그런데 선생님이 아니라 학생이 수업을 이끌어 가고 있었다. 학생이 수업을 받는 게 아니라 수업을 한다니 무슨 일일까?

미술을 공부하는 학생이 수학에 애정을 쏟기란 쉽지 않다. 미술고에서는 수학을 성적에 크게 반영하지 않는다. 게다가 하루도 실기 공부를 게을리 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미술고라고 하면, 다른 학교보다 수학과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서울미술고 수학 교사인 권순현 선생님은 오랫동안 이런 분위기를 피부로 느꼈다. 열심히 준비하고 열정적으로 가르쳐도 학생들은 수학 수업에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선생님은 힘에 부칠 때마다 공부하지 않는 학생들을 탓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런 분위기를 바꿔 줄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교사 연수가 있으면 부리나케 달려갔고, 이동할 때나 쉴 때나 교수법 강의를 들으며 열심히 관련 책을 들춰 봤다. 다른 과목을 가르치는 방법까지 열심히 찾아다니며 어떻게 하면 수학 수업에 적용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얼마나 열심히 연구에 매달렸는지, 선생님의 이런 습관은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고 했다.

그러던 중 선생님은 학생들의 수업 태도는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사의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선생님 혼자 수업을 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수업을 만드는 ‘참여 수업’을 떠올린 것도 그때부터다. 오히려 선생님보다 학생들이 더 적극적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수포자’ 많은 미술고, 수학에 날개를 달다!

“꽃게 박수 시~~작!”
“꽃게한테 물렸네~ 아야~ 아야~”

언제부턴가 권순현 선생님의 교실에서 숫자와 공식 대신 엉뚱한 이야기와 웃음소리가 들리기시작했다. 선생님 스스로가 학생들 앞에서 ‘재미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 결과다. 선생님은 수업을 처음 시작할 때 제대로 이목을 끌면 학생들의 수업 태도가 달라지는 것을 보고 학생들의 관심을 살 만한 것이 무엇일까 늘 고민했다.

누구나 뻔한 이야기보다는 엉뚱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에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이런 이야기는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선생님은 이야기 중심의 수학 수업이라고 하더라도, 학생들에게 진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강의식 수업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간단한 공식을 장황하게 설명하면, 오히려 더 지루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수업은 이야기뿐만 아니라 오락, 시각적인 자극, 활동적인 움직임이 함께 포함된 수업이었다. 학생들은 직접 수학 주제를 갖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만들었고, 노래와 율동을 하거나 랩을 하며 즐겁게 개념을 익혔다. 학생들 스스로 이야기의 주인공, 수업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활동적인 스토리텔링 수학에서 시작해, 선생님은 끊임없이 새로운 방법에 도전했다. 미국의 밥 파이크가 고안한 창의적 교수법, 협동 학습을 하는 배움의 공동체, 몸을 움직이면서 개념을 배우는 액션러닝 등이다. 매년 새로운 과제와 목표를 설정하고 학생들에게 적용해 보면서 여러 교수법을 한 데 통합해 ‘참여 수업’ 모델을 만들어갔다.

선생님이 활용한 교수법 중 하나인 ‘하브루타’는 유대인들이 서로 소통했던 방식으로, 짝을 지어 서로 논쟁을 통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자유롭게 질문하고 토론하면서 학생들은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짝 지은 학생들 중 열심히 참여하는 학생도 있었지만,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도 있었다. 선생님은 상대방이 듣지 않는다 하더라도 말하는 것을 멈추지 말라고 지도했다. 상대방에게 설명하는 것 자체가 학습효과를 갖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방식인 ‘거꾸로 교실’은 말 그대로 교실과 집을 서로 뒤바꾼 것을 말한다. 보통은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집에 가서 과제를 한다. 하지만 ‘거꾸로 교실’은 집에서 동영상 수업을 미리 듣고 학교에서 과제를 한다. 이는 강의식 수업을 완전히 뒤바꿔 놓은 개념으로, 교실에서 친구들과 함께 토론하며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선생님이 변화하자, 학생들도 달라졌다.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면서 선생님은 학생들과 자연스레 소통할 수 있게 됐고, 서먹하기만 했던 학생들과의 관계도 훨씬 좋아졌다. 이렇게 수학 시간이 모두에게 즐거운 시간이 되자 학생들의 수업 태도는 물론 성적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타났다.
 

수학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요

“수업이 변하면 인성도 변합니다. 학교의 중심은 수업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수업의 중심은 학생이어야 합니다. 주입식, 강의식인 교사 중심의 수업이 아니고 학생이 중심이 되는 참여식 수업이어야 합니다. 여러분도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교사로서 진정한 행복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권순현 선생님이 교사 연수 맨 마지막에 선생님들에게 전하는 당부의 말이다. 선생님은 현재 전국을 돌아다니며 교사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티처빌’이라는 온라인 교사 교육 사이트에서도 인기 강사로 꼽힌다.

선생님은 수학 교사라면 수학을 가르칠 게 아니라, 수학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풀이는 ‘진짜 수학’이 아니기 때문이다. 축구로 치면 직접 공격수가 돼 골을 넣는 것이 아니라, 선수가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코치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논리적인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수학을 배우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선생님은 수학 교사뿐만 아니라 학부모까지도 수학 교육에 올바른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대중 강연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앞으로 선생님으로 인해 바뀔 더 많은 교사들과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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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2월 수학동아 정보

  • 송경은 기자
  • 도움

    권순현 수학 교사
  • 사진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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