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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남미녀의 대명사인 김태희와 정우성. 이 두 사람의 얼굴은 왜 유독 아름다워 보일까? 그뿐이 아니다. 어떤 얼굴은 친근하고, 어떤 얼굴은 어려 보이고, 어떤 얼굴은 카리스마가 넘쳐 보인다. 사람의 얼굴은 모두 서로 다른 인상을 주며, 개개인을 구별하는 특징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얼굴의 비밀 속에는 바로 수학이 있다.



중국의 양귀비, 이집트의 네페르티티 왕비, 그리고 미국의 여배우 마릴린 먼로. 당대 최고의 미인으로 손꼽히는 이들의 얼굴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얼굴 곳곳에 황금비가 숨어 있다는 점이다. 1대 1.618 비율의 황금비는 예전부터 아름다움의 정도를 측정하는 하나의 잣대였다. ‘얼굴학자’ 한남대 조용진 교수에 따르면 입술에서 코끝까지의 길이와 코끝에서부터 두 눈의 중점까지의 길이가 황금비를 이룰수록 미인에 가깝다고 한다. 턱 끝에서부터 이마 끝까지의 길이와 턱 끝에서부터 두 눈의 중점까지의 길이 또한 마찬가지다.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다. 미국의 구강악안면외과 의사였던 스티븐 마쿼트는 얼굴에 나타나는 비례와 대칭을 연구해 미인의 공통적인 얼굴 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가면을 만들었다. 그는 은퇴 전까지 자신이 직접 집도한 성형수술 자료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예뻐지길 원하는 부위가 어디인지를 중점적으로 파악했다. 환자들은 대부분 눈 또는 코를 희망사항으로 지목했다. 두 눈 사이의 간격과 이마와 코의 길이의 비율과 같이 눈과 코 중심으로 얼굴의 비례와 대칭을 조사해 나간 마쿼트는 얼굴 곳곳에 황금비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현대 미의 기준과 수학적인 비례와 대칭이 어느 정도 유사성을 갖는 것이다.

일명 ‘마쿼트 마스크’라고 부르는 이 가면을 살펴보면 코의 중심선에서 눈 바깥쪽까지의 거리와 눈의 가로 길이 등이 황금비를 이루고 있다. 특히, 콧구멍 주변에는 72°, 36°, 72°도로 이뤄진 황금 삼각형이 나타난다. 황금 삼각형은 길이가 서로 다른 두 변의 비가 황금비를 이루는 이등변삼각형이다. 이 삼각형은 인간이 볼 때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삼각형이라고 알려져 있다.

즉 이 ‘마쿼트 마스크’를 실제 사람의 얼굴에 겹쳐 보았을 때 비슷할수록 미인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마릴린 먼로나 안젤리나 졸리와 같은 미인의 얼굴에 이 가면을 덧씌우면 거의 일치한다. 이는 ‘마쿼트 마스크’가 현재 아름다움의 기준에 어느 정도 부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후 마쿼트는 동양인과 흑인에 대해 더 조사해 인종에 맞는 여러 종류의 마스크를 선보였다.
 



“어제 만난 사람 첫인상이 참 좋았어.”

사람을 처음 마주할 때, 대부분 가장 먼저 보게 되는 얼굴. 이처럼 얼굴은 첫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판단요소다. 그런데 좋은 첫인상은 단지 ‘느낌’에 불과한 건 아니다. 첫인상의 비밀 속에는 다름 아닌 수학이 숨어있다.

지난 8월 영국 요크대 심리학과의 톰 하틀리 교수가 좋은 첫인상을 결정하는 얼굴 부위에 관한 연구결과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예전부터 첫인상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판가름 난다는 연구는 많았지만, 얼굴의 특정 부위와 첫인상의 상관관계를 밝혀낸 연구는 찾기 어려웠다.

실험에 앞서 하틀리 교수는 첫인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얼굴의 특성을 65가지로 추려냈다. 머리의 길이와 너비, 눈썹의 색과 굴곡, 코가 휘어진 정도, 면도 상태 등을 세세하게 고려했다. 그리고 1000명의 얼굴 사진을 수집한 뒤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통해 앞서 나온 65가지의 특성을 살린 그림으로 변환했다. 30명의 실험 참가자를 모은 연구팀은 얼굴을 묘사한 그림을 보고 다가가기 쉬운 정도, 동안, 카리스마의 세가지 기준으로 첫인상을 평가해 달라고 부탁했다.
 



평가 결과를 선형 모형에 대입한 결과, 각 기준에 따라 첫인상으로 높게 평가받은 얼굴 부위의 특성이 드러났다. 선형 모형은 여러 변수 사이의 관계가 선 모양으로 나타나 상관관계를 파악하기 쉽다.

우선 상대방에게 다가가기 쉬운 정도는 입과 깊은 연관이 있었다. 입의 가로 길이가 길고, 윗입술과 아랫입술의 각도가 클수록 호감도가 높아 상대에게 다가가기 쉬웠다. 또한 입이 웃는 모양을 하거나 인중의 길이가 짧을수록 그 정도는 더욱 높아졌다.

동안과 카리스마는 눈과 관련이 깊었다. 눈과 홍채의 크기가 클수록 상대방을 동안이라고 느꼈다. 또한 턱선이 가파르거나 피부색이 밝을수록 동안이라고 느끼는 정도는 더욱 높아졌다. 카리스마는 눈과 눈썹사이의 거리가 짧고 눈썹이 짙을수록 그 정도가 높게 나타났다. 카리스마는 동안이라고 느끼는 정도와는 반대로 피부색이 어둡고 얼굴의 골격이 두드러질수록 더욱 높아졌다. 또한 면도 흔적이 진할수록 카리스마를 강하게 느꼈다.

연구를 이끈 톰 하틀리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현대 사회에서 첫인상의 중요성이 높아진 만큼, 연구 결과를 활용해 자신의 첫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서도, “첫인상이라는 잣대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첫인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오해를 미연에 방지하기도 했다. 첫인상에 대한 이와 같은 구체적인 연구는 애니메이션 이나 캐릭터 산업에도 쓰일 수 있다. ‘대중의 호감을 이끌어내는 얼굴’이라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 쟤 이름이 뭐였더라?”

알고리즘이 친구의 얼굴을 인식해 떠오르지 않던 이름을 알려준다. 굳이 알고 싶지 않았던 친구의 기분도 알려준다. 사실 ‘얼굴 인식 기술’은 오래전 이야기다. 초기에는 화면에서 얼굴이 어디 있는지 찾아내기만 해도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무서워졌다. 얼굴을 보고 이름과 나이를 알아내고, 표정을 보고 기분이 어떤지도 알아챈다.

지난 3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SNS 업체 페이스북이 ‘딥 페이스’란 이름의 얼굴 인식 알고리즘을 공개했다.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면 알고리즘이 알아서 사진 속 인물의 이름을 알아낸다. 정확도는 무려 97.25%다. 실제 눈으로 사람을 구별해내는 정확도가 97.53%라는 것을 감안하면 거의 같은 수준이다. 페이스북은 이미 이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현재는 사용자가 직접 인물의 이름을 지정해 줄 필요 없이 알고리즘이 찾아준 결과만 확인하면 된다.

알고리즘의 원리는 페이스북에 쌓여 있는 사진 중에서 찾고자 하는 사람의 얼굴과 가장 비슷한 얼굴을 찾아내는 것이다. 인식해야 할 대상의 사진이 페이스북에 없다면 현재로서는 인식이 불가능하다. 얼굴 인식 과정은 다소 복잡하다. 우선 사진에서 얼굴의 주요 부분을 분석해 3D 그래픽으로 재구성한다. 이를 정면을 바라보는 각도로 변환한 후, 다시 실제 사진으로 만들어 낸다. 촬영된 각도에 상관없이 얼굴을 인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재가공된 사진을 기존의 사진과 비교하면서 가장 비슷한 사진을 찾아낸다. 페이스북에서는 향후 이 ‘딥 페이스’를 활용해 맞춤형 사진 분류,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얼굴 인식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지난 2009년 김대진 포스텍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사람의 표정을 읽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데 이어, 작년에는 최기호 광운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눈 깜박임만으로도 졸음운전을 잡아내는 기술을 선보였다. 눈이 깜박이는 패턴을 이용해 일정 시간 동안 눈의 크기가 평소보다 작아지면 카메라가 이를 포착해 졸음운전을 파악한다. 숭실대 비전시스템연구실에서는 얼굴 인식뿐만 아니라 표정이나 성별, 연령까지 알아내는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기술이 널리 쓰이면 CCTV가 스스로 범죄자나 실종된 아이를 찾아내고, 병원에서는 환자의 표정만으로 응급상황임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얼굴 인식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며 얼굴 인식을 어렵게 만드는 연구도 나타나 눈길을 끈다.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상호작용 통신을 전공하고 있는 아담 하베이는 얼굴 인식을 방해하는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얼굴 인식 알고리즘의 핵심이 눈, 코, 이마 사이의 간격을 파악한다는 데 착안해 화장으로 양 눈의 간격을 알아볼 수 없게 한 것이다.

이제 얼굴을 우리 눈으로만 보고 판단하는 시대가 지나고 있다. 어쩌면 수학은 우리 얼굴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려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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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수학동아 정보

  • 최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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