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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이슬람의 기하학 패턴을 찾아, 말레이시아로!

매스투어


 
이슬람 하면 어떤 게 떠오르나요? 중동 국가? 차도르를 쓴 여인? 혹은 무장 세력까지? 이슬람이라고 하면 멀게만 느껴지는 친구들 많을 거예요. 그런데 이슬람의 기하학 패턴에서 수학의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나요? 게다가 중동 국가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동남아시아 지역에도 이슬람 문화와 예술을 접할 수 있는 나라가 있어요. 바로 말레이시아예요. 건축과 예술의 원형이 되고 있는 이슬람의 기하학 패턴을 찾아 말레이시아로 떠나 볼까요?
 

말레이시아의 역사를 한눈에! 말라카

이번 여행의 시작은 말레이시아의 역사와 다양한 문화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아름다운 도시, 말라카입니다. 말라카는 말라카 해협의 항구 도시로, 예로부터 동서양을 잇는 해상 실크로드★의 길목에 있어요. 덕분에 일찍이 물류와 해상의 중심지로 번성했고, 여러 민족과 토착민들이 어우러져 다채로운 문화와 예술이 발달했지요. 하지만 16세기부터 서구 열강의 침입이 끊이지 않으면서 수백 년의 길고 고된 식민 지배를 받게 돼요.

말라카는 14세기 말 수마트라섬에서 온 파라메스바라가 술탄국을 세우면서부터 이슬람교를 믿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1511년 포르투갈이 술탄국을 무너뜨리자 말라카는 아시아 최초의 유럽 식민지가 됐지요. 그 뒤에도 서구 열강들의 침입이 계속되면서 말라카는 1641년에는 네덜란드, 약 200년 뒤인 1867년에는 영국의 소유가 되었답니다. 그리고 20세기에 이르러서는 말레이시아가 일본의 지배를 받으며 말라카의 아픈 역사는 수백 년이나 계속 이어졌지요. 그러다가 1957년, 드디어 말레이시아가 독립을 맞이하며 말라카도 드디어 자유를 찾을 수 있었답니다.

아픔의 세월을 기억하려는 듯 말라카에는 아직도 식민지 시절 각국의 역사 유물과 건축 양식이 그대로 남아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여러 나라의 유산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공존하는 독특한 매력 덕분에 말라카는 200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수 있었습니다.

실크로드★ 고대 중국과 서역 국가 간에 비단 등 여러 가지 무역을 하면서 정치ㆍ경제ㆍ문화를 이어 준 교통로.



꼭짓점이 8개인 별 모양에 주목하라!

전 이번 말레이시아 여행에서 특별한 목표가 있었어요. 바로 말레이시아 건축과 예술의 원형이 된 이슬람의 기하학 패턴을 찾는 일이었지요. 제가 이슬람의 기하학 패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17개 벽지군★과 에셔의 테셀레이션에 대해 연구하면서부터예요. 벽지군 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이슬람의 기하학 패턴이거든요. 그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있던 제게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로 떠난 여행은 좋은 기회였습니다.
 

이슬람의 기하학 패턴을 찾기 위해 먼저 이슬람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모스크를 찾았어요. 모스크는 이슬람교의 예배당을 말해요. 우선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가장 오래된 모스크 중 하나인 ‘자멕 모스크’에 갔어요. 이슬람 국가에서는 도시 중심부에 ‘자멕’이라는 이름을 가진 모스크를 짓는다고 해요. 이곳 자멕 모스크 역시 1965년 국립 모스크가 생기기 전까지 쿠알라룸푸르 모스크의 중심이었지요. 둘러보니 과연 오랜 역사와 명성에 걸맞은 아름다움과 경건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붉은 벽돌과 흰색 벽의 조화, 지붕에 있는 세 개의 흰색 돔, 그리고 창문의 기하학 패턴까지 넘치거나 부족하지 않은 간결한 아름다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절 정말 놀라게 한 건 국립 모스크였어요. 탁 트인 홀에 반짝이는 대리석 바닥도 아름다웠지만, 건물의 벽과 천장, 난간, 기둥, 카펫, 심지어는 정원과 분수대, 광장의 타일에 이르기까지 기하학적 패턴의 아름다움에 눈이 휘둥그레졌지요. 대리석, 돌, 나무, 철, 직물 같은 다양한 재료로 어떻게 이렇듯 복잡한 기하학 패턴을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었어요.

또 쿠알라룸푸르에서는 꼭짓점이 8개인 별 모양도 빼놓을 수 없어요.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와 함께 쿠알라룸푸르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다야부미 복합빌딩’은 이슬람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만든 것으로 유명해요. 이 건물은 꼭짓점이 8개인 별 모양인데, 이 도형은 이슬람 디자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성스러운 의미의 다각형이에요. 마지막으로 쿠알라룸푸르에서 반드시 봐야 할 건물은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예요. 낮보다 밤에 보는 것이 더욱 멋지죠. 한국과 일본이 합작해서 세운 이 건물 역시 꼭짓점이 8개인 별 모양을 본떠 단면을 만들었답니다.
 



 

핑크빛 돔과 철제 돔을 찾아라!

푸트라자야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인구를 분산하기 위해 만든 신행정도시로, 우리나라 행정도시인 세종시의 모델이 되었다고 해요. 쿠알라룸푸르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푸트라자야역에서 내린 뒤, 버스를 타고 푸트라자야 시내로 이동할 수 있답니다.

푸트라자야에서도 제1 모스크인 푸트라 모스크를 가장 먼저 방문했어요. 푸트라 모스크를 처음 보면 핑크빛 돔 색깔에 한 번 놀라고, 모스크의 웅장함에 또 한 번 놀라게 됩니다. 일명 ‘핑크 모스크’라고도 불리는 푸트라 모스크는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일단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만큼 분위기가 사뭇 장엄합니다. 입장해 보니 곳곳에 새겨져 있는 이슬람의 기하학적 패턴이 같은 듯 보이면서도 조금씩 달랐어요.
 





이 기하학적 패턴은 푸트라 모스크에서 벗어나 푸트라 다리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어요. 푸트라 다리는 푸트라자야의 행정구역과 복합개발구역인 섬의 중심부를 이어주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다리예요. 흡사 중세 유럽의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다리의 모양과 이를 장식한 무늬가 무척 아름다웠어요.

다리 위로 쭉 뻗은 대로를 따라 가다 보면 푸트라 광장이 나와요. 광장에는 거대한 철제 구조물이 마치 프랑스의 개선문처럼 우뚝 서 있는데, 이 구조물은 푸트라자야 광장의 대표 건물이자 시내를 둘러 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해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정상까지 올라가자 푸트라자야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어요.

특히 우리나라의 국회의사당과 비슷하게 생긴 ‘술탄 미잔 자이날 아비딘 모스크’와 잘 정돈된 이슬람식 정원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었어요. 술탄 미잔 자이날 아비딘 모스크는 푸트라자야의 제2 모스크로, 전체적인 외관을 철로 만들었다고 해서 ‘철의 모스크’라고도 불려요.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둘러본 다른 모스크와 달리 매우 현대적이고 세련된 느낌입니다. 특히 은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철제 돔과 기하학 패턴, 그리고 두 개의 원이 서로 겹쳐질 때 만들어지는 ‘베시카 피시스’ 모양의 기둥은 위대한 신의 힘과 조화로움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이슬람의 기하학 패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슬람 사람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복잡한 세상 뒤에 신이 창조했던 아름답고 간결한 우주의 질서와 조화의 원리가 숨어 있다고 믿었어요. 그 질서와 조화의 원리를 찾기 위해 이슬람의 학자들은 일찍부터 유클리드, 피타고라스, 브라마굽타와 같은 고대 수학자의 저서를 아랍어로 번역해 읽으며 기하학적 패턴을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덕분에 그들은 평면 기하뿐만 아니라 구면 기하★까지 대단히 앞선 기하학 지식을 가질 수 있었고, 결국 이슬람만의 독특한 예술과 건축 문화를 탄생시키기에 이릅니다.

이슬람의 기하학 패턴을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도형은 ‘원’입니다. 삼각형, 사각형, 육각형과 같은 다각형들도 중요하지만 모두 원을 가지고 작도할 수 있답니다. 신이 세상을 창조했듯이 ‘원’으로부터 다른 다각형들을 만들어낼 수 있어, 이슬람 사람들은 원을 신과 같은 의미로 해석합니다. 삼각형은 인간의 의식과 조화의 원리를, 사각형은 물리적인 현상과 경험을, 육각형은 천국을 상징하지요.

이슬람의 기하학 패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도형은 별이에요. 별은 6개, 8개, 10개, 12개, 16개 등의 꼭짓점을 갖는데, 이들 별 모양은 모두 원을 균등 분할해 작도할 수 있어요. 이슬람 사람들은 작도로 얻은 별의 중심이 원의 중심과 일치하고, 원의 중심에서 나온 별의 꼭짓점이 균등한 것과 같이, 세상의 빛 역시 모든 방향으로 동일하게 퍼져 나간다고 생각했어요.

이슬람 사람들은 이렇게 원에서 시작해 삼각형, 사각형, 육각형, 팔각형, 십이각형과 별이 결합해 만들어내는 복잡하면서도 조화로운 기하학적 패턴을 모스크에 담았어요. 이슬람 사람들에게 모스크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신의 원리를 반영해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예술 작품이랍니다.

구면 기하★ 구면 위의 도형을 다루는 기하학의 한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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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수학동아 정보

  • 문태선 수학교사
  • 사진

    문태선 수학교사
  • 진행

    장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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