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직업을 선택하고 싶다면, 수학 능력은 필수!
최근 미국 노동부가 운영하는 ‘직업명칭사전’에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오늘날의 주요 직업 150여 개를 수학학습 수준에 따라 나누어 정리한 것으로, 특히 업무를 수행할 때 수학 능력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조사해 6단계로 직업을 분류했다. 이는 미국의 노동통계국과 센서스가 제공한 2007년 5월까지의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한 결과물이다.
이번에 발표된 ‘수학 능력에 따른 선택 가능 직업군’을 살펴보면 수학 능력이 우수한 5, 6단계에 속할 때 선택할 수 있는 직업군은 무려 50여 종이나 됐다. 반면 수학 능력이 전혀 요구되지 않는 1, 2단계에 속한 직업군은 20개 이하로 적었다. 이같은 결과는 현대사회에서 수학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이향숙 이화여대 수학과 교수는 “수학을 잘하면 학문의 특성상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힘이 강화되고 적용 능력과 상상력도 풍부해진다”며,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고 주어진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중요한 장점이 돼 다양한 직업에서 수학 능력이 빛을 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는 “이제는 수학을 이해하는 사람과 나라만이 새로운 과학과 문명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의미에서 수학은 미래 직업을 정하는 기준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수학을 공부하면,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을까?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전공과 직업의 종류에 상관없이, 수학의 활용도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미국의 취업정보사이트인 커리어캐스트 조사 결과, 수학자는 미국에서 올해 최고의 직업으로 선정되었다. 이번에 발표된 수학자 연봉의 중앙값은 무려 10만 1360달러(약 1억 237만 원)로, 2022년까지 23%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수학자가 최고의 직업으로 손꼽히고 있진 않지만, 상위권 인재들이 수학과로 모이는 현상은 분명하다. 각 대학 입학본부에서는 점수를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수학과 교수들은 그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말한다.
“서울대 수학과에 최우수 학생들이 입학하기 시작한 것은 벌써 4~5년 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점차 국내 상위권 대학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최상위권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수학과를 선택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좀더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수학이라는 학문 자체의 매력과 현대 사회에서 수학의 실용성이 점차 확대되어가는 추세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_(김명환, 서울대 수리과학과 교수)
수학, 정말 뜨는 걸까?
수학이 미래 산업의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고, 미국에서는 수학자가 최고의 직업이라고 하니 우리나라 청소년들도 한 번 쯤 ‘수학과 진학’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수학과 졸업 후 진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다.
실제로 교육부에서 제공하고 있는 자료에는 수학과 관련 직업으로 금융자산운용가, 보험 관리자, 보험 사무원, 보험인수심사원, 수학과 교수, 수학 교사, 인공위성 개발원, 자연과학 시험원과 같이 8개만 안내돼 있다. 또한 졸업 후 진출 분야로 크게 기업체와 연구소 두 분야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수학과 출신 또는 수학에 적성이 있는 사람들이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는지를 설명한 자료는 없었다. 또한 현장에서 실제로 일을 하고 있는 멘토들의 이야기도 찾을 수 없었다.
이에 수학동아에서는 각 대학 홈페이지, 미국 명칭사전, 각 분야의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수학적 능력’이 도움이 될 만한 직업군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 봤다.
미래 산업의 원동력은 수학!
사실 수학은 이미 다양한 산업 현장 속에서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금융계, 정보통신계, 예술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이 수학을 활용해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봤다.
“이제 곧 수학의 시대가 올 겁니다!”
김이식 상무(KT 미래사업개발그룹 빅데이터 프로젝트담당)
지난해 서울시는 0시부터 5시까지 운행하는 ‘심야버스’를 선보였다. 심야버스는 해당 시간에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지나는 노선을 정해야 효율적으로 운행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KT와 손을 잡고 ‘빅데이터★ 분석’을 진행했다. KT는 자신들이 보유한 심야시간 통화량 통계 데이터 30억 건과, 서울시가 보유한 심야택시 승하차 데이터 500만 건을 활용해 심야시간 사람들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관찰했다. 그 결과 시민도 만족하고 운영하는 자치단체도 만족하는 ‘올빼미 버스’를 선보일 수 있었다.
이러한 빅데이터 분석은 수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다. 실제로 서울시 ‘심야버스’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KT 미래사업개발그룹 빅데이터 프로젝트담당 김이식 상무는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대수적 위상수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수학과 출신 인재다.
“빅테이터 분석은 논리적 사고가 바탕이 되어야만 합니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 ‘논리적 사고’를 배울 수 있는 과목은 수학이 유일합니다. 수학에 빠져들수록 문제해결형 사고를 할 수 있게 되니까요. 우리는 수학 문제를 풀 때, 풀이집에 적힌 순서대로만 문제를 풀지 않습니다. 문제에서 제시한 조건과 정답 사이를 오가며 찾아낸 각각 정보들을 연결하며 답을 찾아내죠. 이렇게 전체를 관찰하며 문제의 구조를 파악하는 능력은 무수히 많은 정보 속에서 유용한 것만을 골라 활용하는 빅데이터 분야에 꼭 필요하답니다.”
빅데이터★ 사람들이 평소 인터넷, 휴대전화, 태블릿 기기 등을 사용하면서 여기저기에 두루 남긴 다양하고 엄청난 양의 데이터들을 말한다.
“수학은 기본, 멀티플레이어가 되라!”
유시완 본부장(하나은행 정보전략본부장)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금융 보안 전문가로, 하나금융그룹에서 20여 년 동안 주요 직책을 담당해온 하나은행 유시완 본부장에게 ‘수학’에 대해 물었다. 유시완 본부장은 고려대 수학과를 졸업했고, 현재 하나은행 최고정보책임자(CIO)를 담당하고 있다.
“저는 순수학문인 수학을 전공했지만, 누구보다 빨리 취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전산학을 더 공부했어요. 저는 전문 분야 이론과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이 더해져 지금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정보 보안 설계에 수학은 필수거든요.
저 역시 학창시절에는 ‘수학의 쓰임새’에 대해 정말 궁금했어요. 그런데 사회에 나와 보니, 수학이 사물을 관찰하고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데에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오늘날은 융합형 인재를 원하는 시대이니, 학생들이 수학을 포함해 학문의 편식없이 다양한 경험을 하면 좋겠어요.”
“평생 수학을 활용한 예술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폴 닐랜더(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
폴 닐랜더는 미국에서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1998년 서점에서 우연히 본 만델브로의 프랙탈 덕분에 수학과 사랑에 빠졌다. “제 취미는 수학 디자인이에요. 저는 수학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제 작품들은 모두 수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수학이란 학문은 점점 공부할수록 예술은 물론, 제가 원래 공부하던 컴퓨터 프로그래밍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취미로 시작한 수학이었는데, 현실에 적용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죠. 지금처럼 평생 수학을 활용한 작품 활동을 계속할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