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비의 시작
현대의 학생들에게도 어렵기만 한 삼각비지만, 이 삼각비는 놀랍게도 고대에서부터 만들어져 사용돼 왔다. 삼각비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가장 오래된 학자는 기원전 150년 전,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인 히파르코스다. 그는 천체를 관측하고 그 운동을 수학적으로 풀어낸 사람으로, 지구와 달의 거리를 계산하기 위해 구면 위의 두 점 사이의 거리와 각의 크기를 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삼각법을 연구했다.
그 결과 천문학에서 필요한 삼각법의 초기 공식과, ‘최초의 간단한 삼각함수표’로 불리는 현표(각에 대한 현의 길이를 나타내는 표)를 만들었다. 또한 삼각법을 이용해 일식을 예측하는 방법도 최초로 개발했다. 이런 이유로 히파르코스는 오늘날 ‘삼각법의 아버지’라고 불리고 있다.
이후 삼각법을 좀 더 체계화한 것은 9세기 이슬람의 천문학자 알 바타니였다. 알 바타니는 중세시대 유럽에 큰 영향을 미친 천문학자로, 그의 저서 <;별들의 운행에 대하여>;는 라틴어로 번역된 뒤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갈릴레이 등 많은 학자들에 의해 참고 서적으로 사용됐다. 그는 이 책에서 정식으로 사인, 탄젠트 등과 같은 삼각비 용어는 물론 사인함수 공식을 소개했다.
sin, cos, tan의 탄생
알 바타니는 그의 책에서 사인을 ‘jiba’라고 불렀다. 사실 jiba는 별 뜻이 없는 아랍어였지만, 이것이 라틴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잘못 번역돼 ‘길의 커브나 옷의 주름, 꼬불꼬불한 길’ 등 다양한 의미를 갖는 라틴어 ‘sinus’로 번역됐다. 그리고 후에 이것이 영어 ‘sine’으로 변해, 오늘날 우리가 ‘사인’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또한 그는 탄젠트를 ‘거꾸로 된 그림자’라는 뜻의 ‘umbra versa’라고 썼는데, 이는 훗날 라틴어 ‘tangent’로 번역된다. 라틴어에서 탄젠트는 ‘접촉하다’는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기하에서 탄젠트는 접선의 의미를 갖기도 한다.
그렇다면 기호 sin과 tan는 누가 만든 것일까? 두 기호는 1624년 영국의 수학자 에드먼드 건터에 의해 처음 사용됐다. sin과 tan는 sine과 tangent를 단순히 축약한 것이다. 하지만 건터가 두 기호를 독창적으로 고안한 것은 아니다. 건터 이전에도 1583년 덴마크의 수학자 토마스 핑케가 ‘sin.’, ‘tan.’이라는 거의 동일한 기호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건터와 핑케, 두 사람이 쓴 기호의 차이점은 단순히 ‘축약’을 의미하는 ‘·’이 있느냐 없느냐다.
이후 두 기호를 본격적으로 사용한 사람은 영국의 수학자 윌리엄 오트레드다. 그는 자신의 저서 <;삼각법>;(1657)에서 sin, tan뿐만 아니라 ‘sec(시컨트)’의 기호도 사용했다.
한편, 코사인(cosine)은 ‘complementary sine’의 준말로 ‘여각의 사인’이란 라틴어 ‘cosinus’에서 유래됐다. 코사인의 cos이란 기호는 1729년 스위스의 수학자 오일러가 처음 사용했다. 물론 오일러 역시 cos을 독창적으로 만든 것은 아니며, 건터와 마찬가지로 이전에 쓰이던 기호를 개량한 것이다. 우선, 1620년 건터가 라틴어 complementum(영어의 complement)와 sinus를 합친 ‘co.sinus’를 제안했고, 1658년 뉴턴이 cosinus로 수정했다. 이 cosinus가 영어로 cosine으로 번역된 뒤, 오일러가 이를 축약해 cos이라는 기호를 쓴 것이다.
sin, cos, tan란 기호가 만들어진 것은 17~18세기지만, 세 기호는 19세기 중반 이후 널리 쓰이게 된다. 이후 삼각함수는 발전을 거듭해 오늘날 현대 수학은 물론, 건축학, 음향학, 통신 등 다방면에 걸쳐 더욱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