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채권이 인기가 높다고 해요. 주식이나 외환보다 안전한 금융상품이기 때문입니다. 채권에 돈이 몰리면서 이자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어요. 지난번에 배운 내용과 같은 결과지요. 하지만 채권에도 위험은 숨어 있습니다. 만기가 오기 전에 채권을 발행한 기관이 망하면 아무 것도 돌려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해요.
다양한 채권 알기
채권은 누가 발행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국가에서 발행하는 국채, 금융기관에서 발행하는 금융채, 일반회사에서 발행하는 회사채 등으로 나눌 수 있어요. 발행기관이 다르면 채권의 성격도 조금씩 다릅니다.
예를 들어 3년 만기의 액면가 1억 원인 국채와 회사채가 있다고 해 봐요. 이 채권을 가진 사람은 3년 뒤에 1억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국채는 국가로부터 돈을 받고, 회사채는 회사로부터 돈을 받는 것이지요.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차이점은 3년 안에 국가가 망할 확률은 거의 없지만, 회사가 망할 확률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국가가 발행한 채권을 무위험채권, 일반회사에서 발행한 채권을 부도위험이 있는 채권이라고 부릅니다. 만일 3년 사이에 회사가 부도나면 이자뿐 아니라 투자한 1억 원도 받을 수 없습니다. 손해가 아주 크겠지요. 이와 같이 채권에 투자한 경우에는 반드시 회사가 부도날 위험이 얼마나 되는지 미리 확인을 해야 합니다.
회사의 신용등급과 이자율
아빠 : 우철아, 3년 뒤에 100만 원을 주는 국채와 회사채를 사려고 할 때, 둘 중에 현재 가격은 어느 것이 더 높을까?
우철 : 3년 뒤에 똑같이 100만 원을 주는 거니까 현재 가격은 똑같겠죠.
아빠 : 그렇지만 방금 이야기한 것처럼 회사채는 3년 사이에 회사가 부도나면 100만원을 못 받을 수도 있잖아.
우철 : 아! 그럼, 회사채가 더 싸겠네요.
아빠 : 그렇지, 국채와 회사채가 가격이 똑같다면 굳이 위험이 있는 회사채를 사려는 사람이 없을 거야. 회사채를 사려는 사람이 없으니까 가격도 내려갈 거고. 그러면 이자는 둘 중에 누가 더 높을까?
우철 : 지난번에 이자율이 높아지면 가격은 낮아진다고 했잖아요.
아빠 : 그래서?
우철 : 회사채의 가격이 낮을 걸 보면 회사채의 이자율이 더 높은 거지요.
아빠 : 맞았어, 회사채는 부도위험이 있으니까 국채와 같은 무위험채권보다 이자를 더 많이 준단다. 회사채의 이자에서 무위험채권의 이자율을 뺀 것을 그 회사의 ‘신용스프레드’라고 해.
우철 : 신용스프레드? 뭐 할 때 필요한 건가요?
아빠 : 그럼 이걸 생각해 보렴. 안정된 회사는 신용스프레드가 클까? 작을까?
우철 : 회사가 안정하면 부도위험이 적으니까 이자가 높지 않겠죠. 무위험채권의 이자율과 큰 차이가 없을 테니 신용스프레드는 작을 거 같아요.
아빠 : 맞았어. 실적이 좋지 않은 회사는 부도위험이 크기 때문에 신용스프레드가 매우 크단다. 이처럼 신용스프레드로도 회사의 신용을 알 수 있지.
신용평가회사는 일반회사의 부도위험을 평가해 등급을 부여합니다. 두 회사의 신용등급이 같다면 신용스프레드도 동일하게 적용받습니다. 예를 들어 AAA등급은 부도위험이 거의 없는 회사고, B등급은 부도위험이 상당한 회사를 뜻합니다.
미국에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가 전세계 기업의 신용을 평가합니다. 심지어는 국가의 신용등급도 평가하지요. 국가신용등급은 한 나라가 빚을 갚을 능력이 얼마나 있는지를 등급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최근 중국은 미국에 맞서 자신들이 평가한 국가신용등급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금융의 힘을 키워 세계의 나라들을 평가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는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최근 발표에 따르면 S&P는 A, 무디스는 A1, 피치는 A+로 평가한다. 국가신용등급은 일반적으로 주요 투자 적격 등급을 AAA, AA+, AA, AA-, A+, A로 나누고 있다. 과거 외환위기 때는 투자 부적격인 B-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한편 지난 7월 중국이 발표한 50개 나라의 국가신용등급에서 우리나라는 14위를 기록했다. 노르웨이가 1위, 중국은 10위, 미국과 일본은 각각 13위와 15위를 차지했다.
채권을 위한 보험
만약 큰 수익을 노린다면 이자를 많이 주는, 즉 신용스프레드가 큰 회사채에 투자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 회사가 부도가 나면 큰 손해를 입는 것도 피할 수 없습니다. 확률은 적지만 늘 부도위험에 처해 있으니까요. 그러면 채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 어떻게 하면 부도위험을 줄일 수 있을까요?
자동차를 산 사람은 누구나 자동차사고를 대비해 보험에 가입합니다. 매년 꼬박꼬박 일정한 보험료를 내야 하는데, 만일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보험료는 그대로 사라집니다. 하지만 사고가 나면 사고로 생긴 모든 손해를 보험사가 보상해 줍니다.
채권을 자동차라고 생각한다면 채권에도 자동차보험과 같은 금융상품이 있습니다. 바로 신용부도스와프(CDS)입니다. 우철이가 A라는 회사의 회사채에 투자했다고 가정해요. 우철이는 A 회사가 부도날 때를 대비해 B라는 금융기관에서 CDS를 샀어요. B 기관에 일정한 금액의 보험료를 지불한 것이죠. 만기 때까지 채권을 발행한 A 회사가 안정적으로 운 영되면 CDS는 그대로 사라집니다. 그런데 A 회사가 부도나면 우철이는 부도 때문에 발생한 모든 손실을 CDS를 판매한 B 금융기관에게서 보상받습니다. B 기관이 자동차보험회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우리나라는 아직 CDS가 많이 활성화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미 세계적으로는 엄청난양의 CDS가 거래되고 있습니다. CDS와 같은 첨단 금융상품이 나온 뒤로 채권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부도위험에서 벗어나 안심하고 금융산업에 뛰어들 수 있었습니다. 물론 CDS에도 남모를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럼 CDS의 가격은 어떻게 정할까요? 회사가 부도날 확률을 정확하게 계산해야 CDS를 사는 사람과 파는 기관 모두에게 공정할 것입니다. 하지만 언뜻 보기에도 회사가 부도날 확률을 계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CDS의 공정한 가격을 구하려면 확률과 통계 등의 복잡한 수학이 필요합니다. 금융산업에서 수학은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