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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미디어] 판을 뒤집는자, 최후의 1인이 된다!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

전략과 배신의 대결, 최후의 승자는?


예능 프로그램 <;더 지니어스>;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지난해 방송된 시즌 1과 달리 배신과 속임수, 편가르기 같은 요소가 승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면서 일부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폐지 운동까지 벌였다. 그만큼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논란의 프로그램 <;더 지니어스>;를 수학적인 관점에서 들여다보았다.


<;더 지니어스>; 논란의 중심에 수학이 있다!

<;더 지니어스 : 룰 브레이커>;는 지난해 방송된 <;더 지니어스 : 게임의 법칙>;의 후속편으로, 연예인들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게임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짧은 시간 동안 논리적인 사고로 답을 추론해야 하는 게임이 많아서 10대와 20대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게임은 총 13명의 출연자가 매 방송마다 ‘메인 매치’를 벌여 각각 한 명의 우승자와 탈락 후보자를 뽑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런 뒤 탈락 후보가 자신이 지목한 출연자와 ‘데스 매치’라고 부르는 게임을 벌여 최종 탈락자를 뽑는다. 이렇게 매회 한 명씩 떨어트려 결국 최종 우승자를 뽑는 것이다. 지난 시즌에서는 프로게이머 출신인 홍진호 씨가 탁월한 수학적 전략을 펼쳐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홍진호 씨는 이번 시즌에도 출연해 뛰어난 수학적 사고력을 뽐냈지만 아쉽게도 7번째 게임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한편, 지난 시즌과 달리 이번 시즌에는 시청자들 사이에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점이 있다. 바로 속임수와 편가르기, 배신이라는 심리적인 요소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이같은 요소가 논리적인 사고력보다 게임의 승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면서 프로그램의 도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시청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상금을 얻기 위해 서로 편을 가르거나 배신하는 행위가 보는 이들에게 불쾌감을 느끼게 하고, 교육적으로도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프로그램 제작진은 출연자들 사이의 연합과 배신 같은 요소가 끝까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명한다.

사실 <;더 지니어스>;는 출연자들이 다양한 규칙을 가진 게임을 펼치며 승패를 가린다는 점에서,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생각해 볼 수 있는 수학적인 요소가 굉장히 많다. 이런 게임의 핵심보다 출연자들의 심리전만 부각된 진행 방식이 안타까운 이유다.

그런데 놀랍게도 수학자들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협력과 배신’이라는 상황조차 이미 ‘게임이론’이라는 수학 이론으로 정리해 놓았다. 그렇다면 수학의 눈으로 본 <;더 지니어스>;는 어떤 모습일까?


사고력 대결이 만들어내는 긴장감!

많은 시청자들이 <;더 지니어스>; 시리즈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치열한 전략 대결이 가져다주는 긴장감이다. 그리고 출연자의 논리적인 사고 결과가 마치 예언을 한 것처럼 착착 맞아 떨어질 때 느껴지는 희열 또한 프로그램에 몰입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승리를 부른 ‘패턴 인식’ 전략


대표적인 예가 지난 시즌 우승자인 홍진호 씨의 활약이다. 시즌 1에서 홍진호 씨가 수학적인 전략으로 시청자들을 짜릿하게 만들었던 명장면은 일명 ‘오픈, 패스’ 게임에서 나왔다. 이 게임은 20장의 카드를 이용해 수식을 만드는 게임으로, 결과값이 가장 큰 사람이 승리한다.

게임 참가자는 우선 자신이 가지고 있던 20장의 카드를 진행자에게 준다. 그러면 진행자는 이 카드를 하나씩 나열하는데, 나열할 때마다 게임 참가자는 자신이 사용할 카드는 ‘오픈’하고 버릴 카드는 ‘패스’하면서 총 10장의 카드 배열을 만든다. 10장의 카드를 모두 섞어서 뒤집어 놓았기 때문에 카드의 앞면에 무엇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하지만 홍진호 씨는 카드의 뒷면에 감춰진 놀라운 규칙을 파악해서 마치 앞면에 무엇이 쓰여 있는지 꿰뚫어 본 것처럼 가장 큰 수를 만드는 수식을 완성했다.
 
왼쪽 그림을 보면 방송에서 사용한 카드의 특징을 알 수 있다. 카드의 뒷면이 반복되는 같은 모양으로 채워진 일종의 ‘테셀레이션’인 것이다. 그런데 ①번과 ②번 그림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테셀레이션은 카드를 180°로 돌렸을 때 모양이 달라진다.

이 작은 차이를 간파한 홍진호 씨는 앞면에 곱하기(ⅹ) 모양이 그려진 카드를 모두 180°로 회전시킨 뒤 진행자에게 전달했다. 덕분에 진행자가 카드를 나열할 때마다 해당 카드가 숫자인지 곱하기인지 구별해서 ‘오픈’과 ‘패스’를 결정할 수 있었다.


상대의 허를 찌른 ‘내림차순’ 전략

방송 제작진이 홍진호를 후속편에도 출연시킨 이유는 이처럼 수학적인 전략이 가져오는 극적인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방송 초반만 하더라도 홍진호는 유감없이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면서 프로그램에 재미를 더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자리 바꾸기’ 게임이다.

자리 바꾸기 게임은 각자 자신만의 번호를 가지고 있는 12명의 출연자가 계속 자리를 바꿔앉으면서 연속된 다섯 개의 수를 만드는 게임이다. 즉, 다섯 명이 자리에 앉아 있을 때 그들에게 주어진 숫자가 연속된 다섯 개의 수가 되면 승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연속된 수가 다섯 개를 넘으면 승리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런데 게임을 하던 중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아래 그림처럼 모든 출연자가 번호 순서대로 자리에 앉게 된 것이다. 이 경우 6번과 X표를 가진 이상민과 노홍철 씨가 자리를 바꿔야 게임이 끝나게 된다. 하지만 자리를 옮기면 탈락하는 두 사람은 당연히 반발했다. 이에 모든 참가자들이 두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애쓰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이때 홍진호 씨는 두 사람이 자리를 바꾸지 않고도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다.

홍진호 씨가 제시한 전략은 바로 오름차순에서 내림차순으로 수를 세는 생각의 틀을 바꾸는 것이다. 원래 상태에서 노홍철 씨를 기준으로 시계방향으로 수를 셀 경우, 6번 이상민 씨와 X번 노홍철 씨가 자리를 바꾸지 않는 한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서 노홍철 씨를 기준으로 해서 시계방향으로 5부터 1까지 내림차순으로 자리에 앉을 수만 있다면, 굳이 두 사람을 움직이지 않고도 연속된 다섯 개의 수를 만들 수 있다. 즉 1번과 5번, 2번과 4번 참가자가 자리를 바꾸기만 하면 그만인 것이다. 이 전략을 들은 네 명의 참가자들은 서로 자리를 바꿨고, 순식간에 게임을 끝낼 수 있었다.
 
이기적인 행동의 결과도 수학으로 알 수 있다고?

이처럼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초반만 해도 게임의 수학적인 요소가 출연자들에 의해 드라마틱하게 그려지면서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배신과 속임수 같은 부정적인 모습이 부각되면서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수학자들은 이같은 게임 참가자들의 이기적인 행동까지 수학적으로 설명하는 ‘게임이론’을 만들었다.

배신과 속임수의 끝은?


게임이론은 사람들의 행동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상황에서 한 사람이 내리는 판단과, 그로 인해 달라지는 결과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사람은 모든 상황에서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고려해 판단을 하는데, 넓게 보면 국가간의 관계나 경제 현상도 결국 이런 판단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게임이론을 연구하면 각종 사회, 경제 문제의 해법을 찾는 데 적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더 지니어스>;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게임이론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선 게임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경기를 하는 사람과 전략, 경기의 결과에 따라 주어지는 보수가 필요하다. <;더 지니어스>;에는 세 가지 요소가 분명하게 존재한다.

한편 게임이론에서는 게임의 형태를 ‘협조적 게임’과 ‘비협조적 게임’으로 구분한다. 협조적 게임은 참가자의 일부 또는 전부가 특정한 규칙에 합의해서 자발적으로 연합을 이룰 수 있는 게임으로, 공동의 목표를 위해 연합을 이루는 노동조합이 대표적인 형태다. <;더 지니어스>;에서 비판을 받고 있는 연합 형성 역시 기본적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협조적 게임이론에서는 연합의 구성원이 이기적인 행동을 할 경우, 결국 협조적 게임 자체가 파기된다고 설명한다. 즉, 참가자들의 이기적인 행동 때문에 게임 자체가 성립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막기 위해 이기적인 행동을 처벌하는 규칙이 필요하다. 하지만 <;더 지니어스>;에는 이런 처벌 장치가 별로 없다. 그리고 바로 이점 때문에 계속해서 참가자들의 부정적인 행동이 일어나고 있다.

게임이론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수학자 존 폰 노이만이 만든 ‘제로섬 게임’이라는 개념을 통해 보면, 이런 상황은 결국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참가자에게도 전혀 이익이 되지 않는다.

이겨도 이긴 게 아니다!

제로섬 게임이란 한 사람의 이득이 결국 다른 사람의 손실로 이어지는 게임 형태를 말한다. 야구와 축구 같은 스포츠와 동전 던지기 같은 게임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승자의 이익이 패자의 손해보다 큰 경우는 ‘양의 합 게임’이라고 하고, 승자의 이익보다 패자의 손실이 더 큰 경우를 ‘음의 합 게임’이라고 부른다. <;더 지니어스>;는 원래 승자가 상금을 갖고 패자에게는 아무런 손해가 없는 양의 합 게임으로 설계되었다. 하지만, 현재 상황처럼 계속해서 비난 여론이 높아질 경우, 승자와 패자 모두가 대중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음의 합 게임’으로 전개될 수 있다.

한편, ‘비협조적 게임’은 참가자들이 서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을 말하는데, 함께 범죄를 저질러 재판을 받고 있는 두 죄수의 상황을 다룬 ‘죄수의 딜레마’가 대표적이다. 죄수의 딜레마에서는 죄의 자백 여부에 따라 받게 되는 형량이 다음과 같이 달라지는 상황을 가정한다.
 
이때 두 사람 모두 자신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경우는 둘 다 범죄를 부정해서 1년 형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상대방이 범죄 사실을 부정하면 자신이 9년 형을 받을 수 있다는 위험 요소가 있다. 따라서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범죄를 인정해서 석방되거나 5년 형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두 사람 다 최선의 선택을 했을 때 받게 되는 형벌의 총 합은 10년으로, 나머지 경우와 비교했을 때 최악의 경우가 되는 모순적인 상황이 된다. 즉, 자신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자신은 물론 전체에게도 최선의 선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결국 수학자들이 연구한 게임이론으로 보면, 배신과 속임수 같은 이기적인 행동은 결코 이 프로그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승리에 따른 보상을 얻는다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데도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더 지니어스>;가 본래의 취재를 살려 수학적인 전략이 넘치는 흥미진진한 두뇌 대결로 되돌아오기를 기대해 본다.

2014년 02월 수학동아 정보

  • 최영준(jxabbey@donga.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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