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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결정, 사진으로 남기다!

대부분의 눈 결정은 육각형 나뭇가지를 닮은 모양으로 그 종류가 수백 가지나 될 만큼 다양하다. 그 모양이 워낙 아름다워 예술이나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눈 결정의 모양을 쉽게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언제부터 이토록 다양하고 아름다운 눈 결정의 모양을 알게 됐을까?

눈 결정을 최초로 사진에 담은 사람은 1865년에 태어난 미국의 사진가 윌슨 벤틀리다. 그가 처음 눈 결정을 사진으로 찍은 것은 1885년 1월 15일, 19살 때였다. 벤틀리는 15살이었을 때 선물로 받은 현미경으로 눈 결정을 관찰하다가, 눈 결정의 기하학적인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이 일을 계기로 벤틀리는 어머니를 설득해, 당시로서는 매우 고가였던 사진기를 구입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눈 결정을 촬영하는 일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눈 결정을 촬영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채집한 눈을 꺼내면 금방 녹아버려 그 형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벤틀리는 먼저 자신이 갖고 있던 현미경에 카메라를 달아서 눈 결정을 찍을 수 있는 독창적인 장치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이 장치를 써도 눈 결정의 모양은 좀처럼 잘 드러나지 않았다. 벤틀리는 주로 한낮에 태양 빛을 조명 삼아 사진을 찍었는데, 하얀 눈 배경이 너무 밝아 결정의 모양이 잘 찍히지 않았던 것이다. 벤틀리는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사진을 찍을 때마다 필름을 한 장씩 더 부착한 후, 눈 결정의 주위에 묻어 있는 감광제★를 조심스럽게 제거해 보았다.
 
감광제★ 빛에 반응해 화학적, 물리적 변화가 일어나도록 하는 물질.

이렇게 빛을 차단하기 위해 한 시간이 넘는 작업을 수차례 시도한 결과, 드디어 까만 배경에서 선명하게 드러나는 눈 결정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눈 결정 촬영을 시도한 지 2년 만의 일이었다.

이후 벤틀리는 66살이 될 때까지 무려 5000장이 넘는 눈 결정 사진을 찍었다. 눈 결정 사진에 일생을 바친 것이다. 벤틀리는 “자신이 찍은 수천 장의 눈 결정 사진 중에 똑같은 눈 결정은 단 한 개도 없었다”며 자연의 신비로움에 감탄했다.
 

과학자와 수학자, 눈 결정을 관찰하다!

윌슨 벤틀리가 눈 결정을 예술로 승화시켰다면, 눈 결정을 탐구의 대상으로 여긴 사람들도 있다. 눈 결정의 모양에 매료된 과학자와 수학자를 만나 보자.

 

1. 눈 결정 모양이 궁금해! 케플러(1571~1630)

눈 결정의 모양을 처음으로 탐구한 과학자는 행성 운동에 관한 타원 궤도 법칙을 발견 것으로 잘 알려진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이다. 케플러는 1611년에 발표한 ‘새해의 선물, 육각형의 눈송이에 대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눈 결정은 왜 항상 육각형인지를 다뤘다. 논문에서 케플러는 눈 결정의 모양이 육각형인 것이 물질을 이루는 원자의 배열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물질을 원자로 보는 시각이 발달하지 않아 케플러의 유추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플러의 이러한 추측이 놀라운 것은 현미경과 같은 장비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맨눈으로만 관찰한 결과라는 점이다. 이뿐만 아니라 케플러의 추측은 약 300년이 지난 후 ‘X선 결정학’의 등장과 함께 사실이었음이 검증되었다. 당시 과학자들은 X선으로 얼음을 포함한 다양한 결정을 촬영해 분자가 규칙적으로 쌓이는 현상을 관찰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통해 결정의 대칭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즉, 눈 결정을 이루는 물 분자가 질서 있게 배열되어 있기 때문에 눈 결정이 육각형 대칭 모양이란 걸 알게 되었다.

2. 눈 결정 생성과정이 궁금해! 데카르트(1593~1650)

기하학과 대수학을 접목한 좌표평면의 창시자인 프랑스의 수학자 르네 데카르트는 1637년, 날씨에 관한 연구서인 <;기상학>;에서 눈 결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검은 구름이 몰려오더니 거기서 여섯 개의 반원형 이빨이 달린 자그마한 장미 또는 바퀴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상당히 투명하고 아주 납작했으며,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가장 완벽한 좌우대칭을 이루고 있었다.” - 데카르트의 <;기상학>; 내용 중 일부-
 

 

눈 결정의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에 심취한 데카르트는 눈 결정이 생성되는 과정을 관찰한 뒤, 이를 평판, 각진 기둥, 조합 결정 등 12가지 형태로 구분했다. 데카르트는 눈 결정을 탐구한 최초의 수학자다.

3. 현미경으로 눈을 관찰한 생물학자, 로버트 훅(1635~1703)

17세기 중반에 이르러 현미경이 발명되면서 눈 결정 관찰은 급속도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영국의 과학자 로버트 훅이 있었다. 초기 현미경을 사용한 로버트 훅은 1665년 자신의 저서 <;마이크로그라피아>;에 현미경을 통해 관찰한 눈 결정 그림을 실었다.

당시의 현미경은 매우 초창기의 모델로, 오늘날의 돋보기보다도 기능이 떨어졌다. 하지만 훅은 매우 섬세하게 눈 결정을 표현했고, 그 결과 눈 결정의 복잡함과 결정 구조의 정교한 대칭 구조가 처음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4. 세계 최초로 인공 눈을 만든 과학자, 나카야 우키치로(1900~1962)

윌슨 벤틀리의 눈 사진을 보고 반해 자신의 전공까지 바꾼 과학자도 있다. 일본의 과학자 나카야 우키치로이다. 그의 전공은 본래 핵물리학이었는데, 일본에서도 특히 눈이 많이 오는 훗카이도대에서 자주 눈을 보다가 눈의 아름다움에 빠지게 되었다. 그는 해발 2,077m의 높이에 장비를 설치해 2년 동안 약 3000 종류의 눈 결정을 찍었고, 1936년에는 세계 최초로 인공 눈 결정을 만들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인공 눈 결정의 비밀에는 ‘토끼털’이 있다.

눈 결정은 원래 먼지와 같은 작은 물질인 핵을 중심으로 대기 중을 떠다니던 수증기가 달라붙어 그 크기가 성장한다. 하지만 인공 눈은 제한된 공간에서 크기가 자라나야 한다. 이 때문에 우키치로는 얇은 줄에 눈 결정을 걸어놓는 방법으로 인공 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그는 명주실, 무명실, 가는 철사, 심지어 거미줄까지 다양한 줄을 이용해 눈 결정을 만드는 시도를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어떤 줄을 써도 서리처럼 보이는 얼음 덩어리만 만들어질 뿐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토끼털을 사용했더니 실제 눈 결정과 비슷한 눈이 만들어졌다. 토끼털에 들어 있던 천연 지방 성분이 서리 결정은 생기지 않게 하면서, 대신 눈 결정이 따로따로 떨어져 성장하게 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우키치로는 세계 최초로 인공 눈 결정을 만든 과학자가 되었다.

‘대칭’으로 이뤄진 눈 결정

일반적으로 기하학적인 관점에서의 대칭은 ‘점’이나 ‘선’ 또는 ‘평면’을 기준으로 양쪽의 모양이 같을 때를 뜻한다. 그래서 흔히 사람들은 육각형 형태로 이뤄진 눈 결정을 완벽한 ‘대칭’ 형태라고 말한다. 하지만 수학에서의 ‘대칭’은 모양뿐만 아니라 어떤 대상을 자유롭게 이동시켜도 원래와 같은 것을 뜻한다.

여러 가지 대칭 중에서도 정육각형 모양으로 이뤄진 눈 결정은 ‘정이면체군’이라는 수학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여기서 정이면체군이란, 정삼각형이나 정사각형과 같은 정다각형에서 찾을 수 있는 회전과 반사 등의 대칭 요소를 총칭한 것이다. 쉽게 말해 정다각형의 대칭을 모은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정육각형에서 찾을 수 있는 대칭은 아래와 같다.
 
 

이처럼 정육면체는 회전 대칭 6개, 반사 대칭 6개로 모두 12개의 대칭을 갖고 있다. 이를 확장하면 ‘정n각형은 n개의 회전 대칭과 n개의 반사 대칭으로 총 2n개의 대칭을 갖는다’는 정이면체군의 성질로 일반화할 수 있다.

수학자, 컴퓨터 그래픽으로 눈 결정을 그리다!

오늘날 수학자는 눈 결정의 구조와 눈이 성장하는 과정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나타내는 연구를 하기도 한다. 한 예로 2009년 미국 위스콘신 메디슨대의 데이비드 그리피어스와, 캘리포니아 데이비스 주립대의 얀코 그라브너는 ‘눈 결정 성장에 관한 수학적 모델’이라는 제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두 수학자는 왜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눈 결정을 구현하는 연구를 한 걸까? 미국 캘리포니아 데이비스 주립대 수학과 교수인 얀코 그라브너와 인터뷰해 보았다.

미니 인터뷰

눈 결정의 성장을 수학적 모델링으로 구현한 점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이런 연구를 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무지개의 모양은 왜 둥근지, 호랑이 줄무늬의 규칙은 무엇일지와 같이 자연 현상에 대한 호기심은 무척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눈 결정에 대한 궁금증도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저는 세포 자동자★를 활용해 자연의 현상을 수학적으로 밝히는 연구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세포 자동자★ 격자 칸 하나하나를 세포로 보는 일종의 모형을 뜻한다. 이 세포들은 주변 세포에 영향을 받아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세포의 상태가 변하는 알고리즘을 따른다.


실제로 눈 결정의 과정을 실험실에서 연구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릅니다. 그래서 저는 동료인 데이비드 그리피어스와 함께 공동으로 눈 결정 성장을 컴퓨터를 활용해 구현해 보는 연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서로 다른 눈 결정이 강수량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아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눈 결정을 구현하기 위해 ‘매트랩(MATLAB)’ 프로그램을 사용했는데, 어떤 소프트웨어인가요? 또 이번 연구에 매트랩을 사용한 이유는 무엇이죠?

매트랩은 알고리즘을 구현하거나 함수나 데이터를 그림으로 나타내는 공학용 소프트웨어입니다. 기하학적 변형을 쉽게 할 수 있고, 3차원 그래픽도 나타낼 수 있어 눈 결정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그 과정을 구현하기에 적합하지요.


이처럼 요즘엔 과학자들도 시뮬레이션이나 모델링을 기반으로 한 연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함수를 만들고 그것을 기반으로 수학적인 모델링을 구현하는 일에는 여전히 수학자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어떤 연구 계획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저는 무작위로 형성된 거대한 사람들의 네트워크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그 원리를 밝히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인간 관계 조직도에서 인맥이 많은 사람이 네트워크의 핵에 해당하는데, 이런 사람들이 네트워크 형성의 출발점이지요. 자연현상과 사회현상, 두 가지는 모두 제가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분야랍니다.

이처럼 겨울에 볼 수 있는 눈 결정은 예술가와 과학자, 그리고 수학자에 의해 때로는 감동적인 작품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탐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올 겨울, 흰 눈이 내리면 눈 결정을 사랑한 예술가와 과학자, 수학자를 떠올려 보면 어떨까. 눈 결정이 주는 감동이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2014년 01월 수학동아 정보

  • 장경아(kate103@donga.com) 기자
  • 사진

    위키피디아
  • 사진

    Alexey Kljatove
  • 사진

    http://mcgyber1.blog.me
  • 기타

    <눈송이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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