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어떻게 된 거야? 왜 메비우스 공작이 4명이나?!”
4명의 메비우스 공작이 허공에 둥둥 뜬 채 각자 ‘내가 진짜!’라고 폴 일행에게 주장하고 있다. 시간의 붕괴를 막을 ‘시간의 열쇠’를 찾기 위해 폴 일행은 10개의 방을 거치며 모험하고 있다. 이번엔 대체 무슨 방이기에 이렇게 여러 명의 메비우스 공작이 나타나 폴 일행을 괴롭히는 걸까? 테스티의 음모를 막기 위한 폴 일행의 여정은 어떻게 돼 가고 있는지 확인해 보자.
미션 ❶ 환상의 방을 탈출하라!
“어? 환상의 방? 세 번째 방의 이름인가?”
세 번째 방 앞에 도착한 폴 일행이 문을 열었다.
“환상은커녕 삭막하기만 한 방이네.”
심지어 이 좁은 방에는 나가는 문조차 보이질 않았다. 네 번째 방을 찾을 단서도 보이지 않았다.
“다들 앉아 봐.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자.”
하루가 자리에 앉으며 무심결에 손거울을 꺼내 들여다봤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어? 얘들아! 거울이 이상해!”
거울에 비친 것은 바로 자신들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거울 속 자신들은 지금 거울을 보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 거울 속의 우리가 성냥을 켜고 있잖아?”
“혹시 이 주변에 성냥 없어? 한번 찾아보자.”
피타가 작은 책걸상 밑 서랍장 한 구석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성냥 4개를 찾아냈다.
“얼른 켜 보자.”
성냥을 켜자 바람도 없는데 작은 불빛이 일렁거리더니 뭔가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총 40개의 성냥개비로 만들어진 정사각형 구조물이 나타났다. 그런데 아래서부터 성냥개비가 하나씩 없어지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 , 여덟, 아홉? 엇?”
아홉 개의 성냥개비가 없어지자 정사각형 구조물이 와르르 무너지더니, 갖가지 직사각형 성냥개비 구조물들이 어지럽게 날아다녔다. 그리고는 성냥이 꺼졌다. 폴이 남은 성냥을 다시 켰지만, 이번에도 똑같은 환상만 보였다. 남은 성냥은 단 두 개. 이때 폴리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아홉 개의 성냥을 없애서 모든 도형이 직사각형이 되도록 만드는 건 아닐까?”
고민하던 하루는 다시 손거울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거울 속 폴 일행이 성냥 불빛 안에 손을 넣고 성냥을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울에 나타난 것처럼 불빛에 손을 넣어 성냥을 움직여 보자!”
폴리스는 성냥 불빛 안쪽으로 슬쩍 손을 밀어 넣어 봤다. 놀랍게도 불 안쪽은 하나도 뜨겁지 않았다. 불빛 속 성냥을 조심스럽게 건드리자 성냥이 움직였다. 그때 작은 성냥이 다시 금새 꺼졌다. 이제 남은 성냥은 한 개뿐! 폴이 성냥을 켜며 말했다.
“9개의 성냥개비를 제거해서 모든 도형이 직사각형이 되도록 만들고,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자.”
미션 ❷ 미로를 통과해 다섯 번째 방으로 이동하라!
폴 일행이 문제를 풀자 하루의 손거울 속 폴 일행은 환상의 방 밖으로 유유히 빠져나갔다. 하지만 실제 방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거울 속에는 문이 있는데, 실제로는 문이 없네. 이제 어떻게 하지?”
답답한 마음에 폴이 미션1을 풀면서 생긴 9개의 성냥개비 중 하나를 켰다. 그러자 성냥개비가 만들어낸 작은 불빛이 일렁이며 문고리가 보였다.
“어? 불빛 속에 문고리가 있는데?”
불빛이 꺼지려고 할 때, 폴이 잽싸게 다음 성냥개비를 켜고 불빛 속 문고리를 돌렸다. 그러자….
“끼익~!”
거짓말처럼 문고리가 돌아가며 실제 벽이 문처럼 열렸다. 가장 놀란 사람은 문을 연 폴 자신이었다.
“어…, 어디서 문이 나타난 거야?”
“어쨌든 빨리 나가자!”
폴과 친구들은 혹시 어렵게 연 문이 금세 닫힐까봐 얼른 문을 열고 나왔다. 그리고 폴리스가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만약 손거울과 성냥이 없었더라면 환상의 방을 탈출할 수 없었을 거야. 아무래도 아이템들은 각각의 특수한 능력이 있는 것 같아.”
하루가 손거울을 들여다봤지만 지금은 그저 평범한 거울일 뿐이었다. 그러자 다소 실망한 말투로 말했다.
“각 아이템들은 사용 방법이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한 어떤 조건이 있는 것 같아. 손거울과 성냥 모두 환상을 보여 주는 것 같긴 한데…. 손거울은 다음 행동을 암시하는 환상을 만들어내고, 성냥은 필요한 물건을 실제화 시키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 그리고 각 방에서 얻은 다른 아이템들도 특별한 능력이 있겠지. ”
그러자 폴이 주사위를 들고 물었다.
“그럼 주사위는 어떤 능력이 있는 거지?”
“글쎄. 넌 지금부터 주사위를 잘 관찰해 봐. 그리고 방에서 무엇이든 눈길이 가는 아이템이 있으면 꼭 들고 나오도록 하자.”
의논을 하며 걷던 폴 일행 앞에 네 번째 방 문이 나타났다. 그리고 문에는 ‘미로의 방’이라고 써 있었다.
“윽, 미로의 방?”
문을 열자 매우 좁은 통로가 보였다. 그리고 몇 걸음 더 걸어가자 바로 갈림길이 나왔다.
“다섯 번째 방으로 가려면 이 미로를 통과해야 한단 말이지?”
미션 ❸ 폴을 사칭한 자는 누구? 누명을 벗어라!
“헤헤. 내가 미로의 방에서 나침반을 줍지 않았더라면 어쩔 뻔했어~.”
폴은 자랑스러운 얼굴로 손에 나침반을 들고 친구들에게 말하고 있었다. 폴 일행은 미로의 방을 탈출하고 다섯 번째 방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그들은 얽히고 설킨 복잡한 복도를 돌고 도는 중이었지만, 늘 정확한 방향으로 인도하는 신통방통한 나침반 덕분에 한결 편한 마음으로 걷고 있었다.
“저기! 다섯 번째 방이 보여!”
다섯 번째 방 문 앞에 도착한 폴 일행은 지체하지 않고 바로 들어갔다. 그러자….
“감히 나를 속이려 하다니!”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누군가 다짜고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누군가 앞에 있던 피타에게 번개처럼 다가와 그를 결박했다. 모든 게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피타를 잡아간 사람은 배가 불룩하고 매우 큰 덩치를 지닌….
“엥? 이번엔 동전맨…?”
동전맨은 한 손에는 피타를, 다른 한 손에는 웬 종이를 들고 의기양양하게 서 있었다.
“너희들은 내게 동전 27개를 빌려가며 1시까지 다시 갚겠다고 약속했어. 그런데 감히 위조 동전을 섞어? 거짓말쟁이들!”
“뭐? 우린 그런 계약을 한 적이 없어. 그러니 내 친구를 놓아 줘!”
그러자 계약서를 내밀었다.
“오리발이냐? 여기! 너희들 이름이 적혀 있잖아!”
계약서에는 정말 동전맨이 말한 내용은 물론 폴의 이름과 사인까지 적혀 있었다. 깜짝 놀란 폴이 아무 말도 못하자 동전맨은 커다란 팔을 들고 피타를 바닥으로 내동댕이치려고 했다. 그때 무슨 힘이 솟았는지 폴이 동전맨의 커다란 팔을 막았고, 그 반동으로 폴은 멀리 튕겨져 나가고 만다.
“폴!”
“으윽…. 피…, 피타는…? ”
폴은 자신이 다쳤음에도 피타 걱정부터 하고 있었다. 이를 보고 하루는 분노와 용기가 솟았다.
“이 봐! 우린 정말 그런 계약을 한 적이 없다고! 누군가 우리 모두를 속인 거야!”
동전맨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분명 같은 모습이었는데. 뭔가 느낌이 다른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계약은 유효해. 저 녀석의 이름과 사인이 적혀 있잖아. 하지만 기회를 주지. 저울을 사용해 27개의 동전 중 한 개의 위조 동전을 찾아내라. 위조 동전의 무게는 다른 것들보다 가볍지. 단, 저울을 사용할 수 있는 횟수는 딱 세 번뿐!”
미션 ❹ 진짜 메비우스 공작을 찾아라! 속임수의 방
폴은 문제를 풀고 다소 지친 기색이었지만, 눈빛만은 살아 있었다. 폴의 눈빛과 표정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동전맨은 한결 누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
“흠. 이제 보니 아까 그 녀석은 분명 너와 같은 모습이었지만, 확실히 느낌이 다르군. 널 다치게 해서 미안하다. 대신 나의 소중한 동전을 하나 주지.”
동전맨은 폴에게 동전을 하나 건네며 말했다.
“날 속인 나쁜 녀석은 너희들보다 2시간 먼저 이곳을 떠났어. 나한테서 동전도 하나 훔쳐갔지. 그를 막으려면 어서 서둘러라. 이쪽으로 가거라.”
동전맨이 알려준 방향으로 가자 바로 다음 방이 나왔다.
“드디어 여섯 번째 방이군.”
폴리스가 문을 열기 전 친구들을 돌아봤다. 하루와 피타가 폴을 부축하고 있었다. 폴리스는 걱정스런 얼굴이었다. 이때 하루가 주먹을 불끈 쥐며 친구들을 격려했다.
“우리를 사칭한 건 테스티였을 거야. 테스티는 변신을 해서 동전맨이 우릴 해치도록 함정을 판 거겠지. 이번 방에도 무슨 함정이 있을지 모르지만 함께 힘을 합해 이겨내자!”
폴리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었다.
“쿄쿄쿄. 이제 왔나?”
메비우스 공작이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테스티가 변신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폴 일행은 의심스러운 눈길로 공작을 경계했다. 그때였다.
“쿄쿄쿄쿄. 늦었구만.”
“쿄쿄쿄. 거짓말의 방에 온 것을 환영하네.”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네 명의 메비우스 공작이 하늘에 둥둥 떠서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또 뭐야? 왜 메비우스 공작이 네 명이나?”
“아까 메비우스 공작이 거짓말의 방이라고 했지? 그렇다면….”
폴 일행이 의논하는 사이에도 네 명의 메비우스 공작은 서로 자신이 진짜라고 주장하며 각각 자신만 따라오라고 떠들고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던 하루가 크게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다들 그만! 물어 보는 말에만 답해요! 당신은 참말을 하고 있습니까?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까?”
하루의 질문에 네 명의 메비우스 공작은 각기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① 우리 네 사람은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② 거짓말 하는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습니다
③ 네 사람 중 두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④ 나는 참말을 하고 있습니다
베일을 벗는 아이템들의 비밀
“휴우~, 이제 4개의 방이 남았네.”
진짜 메비우스 공작을 가려내고 거짓말의 방을 탈출한 폴과 친구들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중간 점검을 해 보기로 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아이템은 손거울, 주사위, 성냥 7개, 동전, 나침반 …. 이것 뿐인가…?”
폴리스가 이 말을 하는데 갑자기 피타가 펄쩍펄쩍 뛰며 손을 내밀었다. 피타의 손에는 영롱한 푸른 빛의 돌멩이가 하나 들려 있었다. 폴리스는 한참 돌을 들여다보다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좋아. 피타가 갖고 나온 돌멩이까지 해서, 우리가 갖고 있는 아이템은 손거울, 주사위, 성냥, 동전, 나침반, 그리고 이 돌멩이란 말이지.”
사실 돌멩이는 매우 평범해 보였다. 그때 하루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피타가 들고 있는 돌, 나도 거짓말의 방에서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지금은 푸른 빛을 띠고 있지만, 아깐 빨간 빛을 띠었다가 푸른 빛을 띠었다가 색깔이 막 바뀌더라고. 색깔이 변하는게 신기했는데, 갖고 나온다는 생각은 못했어. 그런데 그걸 피타가 들고 나온 거야.”
하루의 말에 폴은 다시 신기하다는 듯이 돌멩이를 봤다. 그러다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외쳤다.
“아! 나 왠지 이 돌멩이가 어떤 아이템인지 알 것 같아. 거짓말과 관계 있는 것 아닐까? 지금은 푸른 빛을 띠고 있지만, 아까 여러 명의 메비우스 공작이 거짓말을 할 땐 빨간 빛을 띠었단 말이잖아. 혹시 거짓말에 색깔로 반응하는 건 아닐까?”
“마치 거짓말 탐지기처럼 말이야?”
폴 일행은 실제로 거짓말을 해 보며 돌멩이의 능력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난 모든 수학 시험에서 100점을 맞았다?”
“난 초절정 인기녀였다?”
실험 결과, 폴의 추측대로 돌멩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 땐 푸른 빛, 거짓말을 하면 빨간 빛을 띠며 반응했다. 그리고 거짓말의 강도에 따라 색깔의 세기도 달라졌다. 한참 돌멩이를 시험하며 신기해 하던 폴이 친구들에게 말했다.
“난 항상 메비우스 공작의 의도가 궁금했어. 그는 정말 우릴 돕고 있는 걸까? 나중에 그가 다시 나타나면 한번 시험해 보자! 엇? 돌멩이가 갑자기 새빨갛게 변했어!”
이와 동시에 익숙한 웃음소리가 들려 왔다.
“쿄쿄쿄쿄쿄. 여기까지 오다니 대단하군요. 이제 여러분께 내 도움이 필요한 때인 것 같아요.”
피타는 새빨갛게 변한 돌멩이를 메비우스 공작이 눈치채지 못하게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폴은 메비우스 공작을 경계하며 물었다.
“어떤 도움 말이죠?”
“일곱 번째 방에 들어가려면 지금까지 찾은 아이템들을 모두 놓고 들어가야 한답니다. 쿄쿄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