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불러온 새로운 보안 문제
1947년 에니악이 등장하면서 과학자들과 군대에서는 컴퓨터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사람이 하기 어려운 복잡하고 긴 계산을 빠른 시간 동안 정확하게 처리했기 때문이다. 또 노버트 위너라는 수학자가 컴퓨터 계산으로 적군 비행기의 비행 경로를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어내면서, 군대에서는 컴퓨터 기술 개발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에 따른 기술 발달에 힘입어 1970년대 초부터는 가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작은 컴퓨터가 등장했고, 가격도 일반인이 구입할 수 있을 만큼 낮아졌다. 그리고 1976년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내놓은 ‘애플Ⅰ’이라는 컴퓨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컴퓨터 대중화에 가속도가 붙었다.
하지만 컴퓨터의 대중화는 예상치 못한 문제를 불러 일으켰다. 많은 정보를 컴퓨터로 처리하고 저장할 수 있게 되면서 보안 문제가 등장한 것이다. 이전에는 중요한 문서를 암호화해서 안전한 비밀 금고에 저장할 수 있었지만, 컴퓨터는 그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통 암호를 발전시킨 대칭 암호
컴퓨터로 처리하고 저장하는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가장 먼저 등장한 방법은 ‘대칭 암호’ 방식이다. 대칭 암호란, 전통적으로 사용했던 암호화 방법을 디지털 방식으로 발전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대 로마에서 사용했던 ‘대체 암호’에서는 암호를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암호를 만드는 방법을 공유했다. A대신 알파벳 두 개를 건너 뛴 D를 쓴다는 약속 아래 모든 철자를 바꿔 쓰기로 했다면, 메시지를 받은 사람은 모든 철자에서 알파벳 두 개를 거슬러올라가 원래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즉,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2라는 암호키를 공유하고, 그것으로 문서를 암호화하거나 복호화하는 것이다.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대칭 암호 역시 이처럼 암호를 만든 방법을 아는 사람만 메시지를 풀어 볼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복잡한 수학적인 계산을 통해 암호를 만든다는 점이 과거와 다르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칭 암호는 1970년대 말까지 비교적 안전한 암호체계로 컴퓨터 정보 보안에 이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