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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최고의 암호학자, 로버트 랭던. 그런 그가 지난 밤 자신의 서재에서 누군가에게 살해됐다. 랭던이 죽기 전에 남긴 이 쪽지는 분명 자신을 죽인 범인을 암시하는 표식일 것이다. 쪽지에 쓰여 있는 이 말의 뜻은 무엇일까? 랭던을 죽인 사람은 도대체 누굴까?

두 얼굴의 글자, 앰비그램

랭던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쓴 첫 단어, a.m.b.i.g.r.a.m. 앰비그램? 처음 들어 보는 단어군. 게다가 ‘여보게 저기 저게 보여’라니…. 대체 무슨 뜻일까? 단서를 찾기 위해 앰비그램에 대해 알아봐야겠어.


‘앰비그램’이란, 하나 혹은 그 이상의 단어가 어떤 관점에 따라 본래와 똑같이 또는 완전히 다르게 읽혀지는 것을 뜻한다. ‘양방향’을 뜻하는 ‘Ambi-’와 ‘그림’을 뜻하는 ‘-gram’이 합쳐진 단어다. 쉽게 말해 앰비그램은 양방향으로 읽을 수 있는 두 얼굴의 글자다. 쪽지에 쓰여 있는 ‘ambigram’은 대표적인 앰비그램의 예로, 단어를 180° 뒤집어 보아도 본래와 똑같은 ambigram으로 읽혀진다.

앰비그램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1893년 삽화작가로 유명한 피터 뉴엘에 의해서였다. 피터 뉴엘은 자신의 책 ‘Topsys & Turvys’의 마지막 페이지에 하나의 앰비그램을 남겼다. 똑바로 보면 ‘The End’지만, 180° 뒤집어 읽으면 ‘Puzzle’로 보인다.

이후 많은 사람들은 다양한 앰비그램을 만들었다. 기업의 로고를 앰비그램으로 만드는 디자이너는 물론이고, 이 자체의 매력에 빠져들어 앰비그램을 만드는 일에 몰두하는 예술가와 퍼즐전문가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앰비그램을 만드는 많은 사람들 중에 앰비그램의 대가로는 단연 미국의 디자이너 ‘존 랭던’과 퍼즐전문가 ‘스캇 김’을 꼽는다.

본래 디자이너였던 존 랭던은 디자인 분야 중에서도 문자나 로고에 관심이 많았다. 1960년대부터 앰비그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다양한 앰비그램을 만들었고, 이것은 기업의 로고나 앨범 표지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었다.

반면 스캇 김은 퍼즐디자이너다. 앰비그램이 갖고 있는 매력에 빠져 지금까지 다양한 앰비그램을 만들고 있다. 2008년 스캇 김은 전 세계 각 분야 사람들의 강연을 동영상으로 담은 ‘테드(TED)’에서 자신의 앰비그램 퍼즐을 소개하기도 했다.
 

앰비그램의 핵심 원리는 ‘대칭’

앰비그램이라…. 두 얼굴을 가진 글자였군. 그런데 어떻게 보는 관점에 따라 똑같게 또는 다르게 읽힐 수 있는 거지? 앰비그램을 좀 더 자세히 조사해 보면 알 수 있겠지. 여기에 분명히 랭던을 죽인 자에 대한 정보가 들어 있을 거야.


보는 관점에 따라 때로는 본래와 똑같이, 또 때로는 전혀 다른 글자로 읽히는 앰비그램의 핵심 원리는 수학의 ‘대칭’에 있다. 예를 들어 쪽지에 쓰여 있던 ‘ambigram’을 살펴보자. 이 단어를 180° 뒤집어도 똑같은 ‘ambigram’으로 보이는 것은 점대칭도형이 되도록 글씨체를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점대칭도형이란, 특정한 점을 기준으로 도형을 180° 돌려도 본래와 완전히 포개어지는 도형을 뜻한다.
 

점대칭도형 이외에도 선대칭도형으로 이뤄져 있는 앰비그램도 있다. 선대칭도형이란, 특정한 선(대칭축)을 기준으로 접었을 때 완전히 포개어지는 도형을 뜻한다. 다음은 선대칭도형으로 만든 앰비그램이다.
 

이밖에도 앰비그램에는 원래의 문자를 뒤집었을 때 전혀 다른 글자로 읽히는 공생관계형, 착시를 활용한 여백형, 3차원, 자연적 앰비그램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수식으로 만든 앰비그램
❶ 61-(8+8+8+8+8)=(8+8+8+8+8)-19
❷ 98×99-(609+6969+111) =(111+6969+609)-66×86
❶, ❷는 각각 모두 180도 회전해도 본래의 식과 같은 앰비그램 수식이다.

종류도 모양도 가지각색 앰비그램!

 

용의자 중 범인을 찾아라!

랭던을 죽인 범인은 분명 두 얼굴의 글자인 앰비그램과 어떤 관련이 있을 거야. 그런데 그게 뭘까…. 아, 맞다! ‘여보게 저기 저게 보여’도 있었지. 대체 뭐가 보인다는 거지? 오호라! 이 문장에도 비밀이 있군!


‘여보게 저기 저게 보여’를 뒤에서부터 읽어 보자. 띄어쓰기에 차이는 있지만 여전히 ‘여보게 저기 저게 보여’가 된다. 이와 같이 단어나 구, 문장 등을 왼쪽부터 읽은 것과 오른쪽부터 읽은 것이 서로 같은 것을 ‘팰린드롬’이라고 한다. 이탈리아어로 ‘뒤로 되돌아가기’란 뜻의 ‘palin drom’에서 유래된 말이다. 앰비그램이 모양에 초점을 둔 글자퍼즐이라면, 팰린드롬은 읽혀지는 소리에 초점을 뒀다고 볼 수 있다.

간단한 단어로는 영어의 ‘level’, ‘refer’와 같은 것이 있고, 한글에서도 ‘토마토’, ‘기러기’, ‘다시다’ 등 팰린드롬이 되는 단어는 무척 많다. 또 왼쪽과 같이 문장으로 된 팰린드롬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팰린드롬은 수에서도 찾을 수 있다. ‘121’, ‘43234’와 같이 왼쪽부터 읽거나 오른쪽부터 읽어도 같은 수를 ‘팰린드롬 수’ 또는 ‘대칭수’라고 부른다.

그런데 팰린드롬 수와 관련해서는 재밌는 알고리즘이 하나 있다. 1984년 미국의 컴퓨터 학자인 그루엔버거는 팰린드롬 수를 만드는 알고리즘을 발표했다. 어떤 수라도 이 알고리즘을 따르면 팰린드롬 수가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단 한 숫자만은 이 알고리즘에 의해 팰린드롬 수가 되지 않았다. 그 수는 바로 ‘196’이다. 196은 위의 알고리즘을 두 번 해 봐도 팰린드롬 수가 되지 않았다.

팰린드롬 수를 만드는 알고리즘
 

이 알고리즘에 숫자 134와 같은 수를 대입해 보자. 과정❷에서 134는 431이 되고, 과정❸에서는 134+431=565가 된다. 한 번의 과정만으로 팰린드롬 수가 되었다.
반면, 두 번의 과정을 거쳐야 팰린드롬 수가 되는 수도 있다. 19를 알고리즘에 대입해 보자. 과정❷에서 19는 91이 되고, 과정❸에서는 19+91=110이다. 팰린드롬 수가 아니다.
그러나 과정❷로 다시 돌아가 과정❸을 거치면 110+011=121으로 팰린드롬 수가 된다.

이에 많은 사람들은 196도 언젠가는 팰린드롬 수가 되리라는 믿음으로 알고리즘을 수차례 시도하기 시작했다. 존 워커는 1987년부터 1990년까지 컴퓨터로 무려 100만 자리가 될 때까지 연산을 해 보았고, 1995년 팀 어빈은 두 달 동안 200만 자리까지 계산했다. 또 2001년 제이슨 도세트는 1300만 자리까지, 반 랜딩험은 7000만 자리까지 해 보았지만 196은 팰린드롬 수가 되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196은 알고리즘을 통해 팰린드롬 수가 되지 않는 최초의 수이자 가장 작은 수로 알려져 있고, 이것은 아직 수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한 상태다. 그리고 이러한 수를 ‘라이크렐 수’라고 부른다.

랭던의 쪽지를 조사하는 동안 사건의 알리바이를 토대로 용의자를 3명으로 좁혔다. 이제 이 세 사람 중에서 범인을 추리하는 일만 남았군. 앰비그램과도 관련이 있고, 왼쪽부터 읽은 것과 오른쪽부터 읽은 것이 똑같은 팰린드롬과도 연관이 있는 범인…. 그래! 범인은 바로 너야!

2013년 07월 수학동아 정보

  • 장경아 기자
  • 김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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