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는 일년 내내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는 날이다. 곳곳에서 흥겨운 축제가 펼쳐지고, 사랑하는 사람끼리 정성을 담은 선물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경상북도 김천에 있는 김천중학교에는 지역 주민들과 친구들에게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즐거운 수학을 선물하는 수학 동아리 ‘X-MATH’가 있다. 이런 수학동아리 활동이 스스로에게도 커다란 선물이라는 X-MATH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지역사회에 수학 축제를 선물하는 동아리!
김천중학교 수학동아리 X-MATH는 만들어진 지 4년밖에 안 됐지만,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아리 중 하나다. 동아리원이 되면 1년에 한 번 열리는 김천 지역 최대 수학 축제인 수학체험전을 준비하는 기회를 누리게 되기 때문이다. 수학체험전은 김천중학교에서 주최하는 수학 축제지만, 지역 주민들과 다른 학교 학생들까지 찾아올 정도로 규모가 큰 행사다. 작년에도 김천중학교를 중심으로 네 개 학교가 연합해서 행사를 치렀다. 이렇게 큰 지역 축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매년 X-MATH 동아리에 들어가기 위한 학생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다.
동아리에 가입하기 위해서 꼭 뛰어난 수학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X-MATH는 동아리원을 뽑을 때 열정과 성실함을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본다. 수학체험전을 준비하는 동안 밤 늦게까지 집에 가지 못할 때도 많고, 심지어 주말에도 학교에 나올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아리원을 뽑을 때 수학 문제를 푸는 시험은 보지 않지만, 면접을 통해 얼마나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지 자세히 살펴본다.
이렇게 매년 15명 안팎의 동아리원을 뽑은 결과, 지금은 전체 동아리원이 47명이나 된다. 하지만 힘들다고 중간에 그만 두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매년 10월에 있는 수학체험전은 한 달 가까이 준비해야 하는 큰 행사예요. 행사 준비를 위해서 1주일에 3~4일 이상, 거의 매일 모여야 해요. 하지만 우리 학교뿐 아니라 다른 학교 친구들까지 모이는 큰 행사를 직접 준비하는 만큼 보람도 커요. _장세영(3학년)
수학체험전은 그 이름처럼 참가한 사람들이 직접 그리고, 만들고, 놀면서 수학을 즐기도록 하는 게 목적인 수학 축제다. 행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동아리원이 직접 계획하고 준비하는데, 작년엔 동아리원끼리 팀을 나눠서 ‘정다면체 순환’, ‘에셔의 도마뱀 테셀레이션’, ‘수학 티셔츠 만들기’ 등을 비롯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3학년들이 각 팀의 리더를 맡아 1, 2학년 동생들을 이끌면서 행사를 준비했는데, 그러는 동안 동아리원 사이에 끈끈한 정이 쌓였다. 평소에는 학년별로 따로 활동하기 때문에 만날 기회가 자주 없었는데, 축제를 준비하며 47명 모두가 서로 이름을 다 알 정도로 가까워졌다.
저는 형들과 함께 정다면체 순환을 준비했어요. 정다면체 순환은 정다면체의 면이나 모서리 중심을 연결하면 계속해서 새로운 정다면체를 만들 수 있다는 개념이에요. 저는 체험하는 사람들을 돕는 역할을 했는데, 준비하는 동안 형들한테 수학 원리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_이태헌(2학년)
수학체험전에 참가한 사람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주변 학교 친구들은 물론 지역 초등학생들과 학부모님들까지 300명 이상이 방문해 수학을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전국 규모의 수학, 과학 축전들은 많지만 이렇게 지역 단위의 수학 축전은 흔치 않고, 그 행사를 학생들이 직접 준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서인지 동아리원들은 학년에 관계 없이 친형제들처럼 친하다. 또 일년 내내 수학을 생각하고 수학과 가까이 지내다 보니, 수학에 대한 흥미가 더 커지는 것은 물론 수학 성적도 좋아졌다.
여러 가지 수학 체험활동을 주도적으로 하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동생들을 이끌면서 리더십도 생겼어요. 자신감이 생겨서 그런지 성적도 많이 좋아졌어요. _여환정(3학년)
끝없이 확장되는 수학 체험
X-MATH의 활동은 수학체험전이 전부가 아니다. 공식적인 동아리 모임은 한 달에 한두 번 정도지만, 거의 매주 모여 다양한 활동을 한다. 1학년 이민준 군은 다양한 체험활동 중에서 수학독서토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았다. 수학이나 수학자를 소재로 한 책을 읽고 각자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데, 이 활동 덕분에 수학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말하는 능력도 향상됐기 때문이다.
독서토론을 할 때는 다른 사람이 말하는 모습에서 안 좋은 습관을 찾아 서로 바로잡아 줘요. 토론하면서 수학 지식도 쌓고, 말하는 습관도 고칠 수 있어서 좋아요. _박기범(3학년)
또 한 가지 X-MATH 동아리원들을 들뜨게 만드는 건 전국 방방곡곡으로 떠나는 ‘수학 여행’이다. 동아리원들은 담당 선생님과 함께 서울, 과천, 대구, 부산 등 다양한 도시에서 열리는 수학 체험 행사를 탐방하고 직접 참여하면서 견문을 넓힌다. 특히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리는 수학문화축전은 1회 때부터 도우미로 참가하면서 다양한 수학 체험활동을 경험해 왔다.
기자가 동아리원들에게 X-MATH의 자랑이 뭐냐고 묻자, 이구동성으로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선생님들을 꼽았다. 다른 동아리와 다르게 X-MATH는 김천중학교 수학교사인 권기상, 장병현, 최은정 선생님이 함께 지도하고 있는데, 일년 내내 선생님이 가족처럼 느껴질 정도로 자주 만난다고 한다.
세 선생님은 올해부터 <;수학동아>;를 활용한 수학 체험학습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체험을 준비하는 모습에서 아이들을 위해 쉼없이 노력하는 선생님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X-MATH 동아리에 가득한 수학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오래도록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지도교사의 한 마디
수학 동아리에서 수학 멘토를 만나 보세요!
X-MATH의 활동은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때로는 주말까지 쉬지 않고 매일 모여야 할 때도 있고, 밤 늦게 돌아갈 때도 많거든요. 그런데도 불평 한 마디 안 하고 활동하는 아이들을 보면 저희가 더 고마워요. 특히 학년이 올라가면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선생님이 해 줄 수 없는 부분까지 챙겨 주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했어요. 수학동아 독자 여러분도 수학 동아리 활동에 참여해 보세요. 자기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를 뿐 아니라, 좋은 멘토까지 만날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