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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세계를 바로잡는 첫 발, 다시 학교로!


 
“폴리스, 조심해.”
폴 일행은 갈루마 저택에 폴리스를 혼자 남겨 두고 떠나는 수밖에 없었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이 이상한 모든 일들을 어서 빨리 끝내려면 서둘러야 했다.
“시작된 곳에서 3개를 던지면 끝이 난다니, 이게 대체 무슨 말일까요?”
폴의 질문에 러일로가 무거운 얼굴로 대답했다.
“글쎄. 그걸 알아 내려면 괴짜 수학자들보다 한 발 앞서 비밀을 찾아내야겠지. 자, 출발!”

문제 ❶ 입체도형을 예측하라!


갈루마 저택을 떠난 지 한참 지났지만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말 많고 쾌활하던 폴이 조용하자 피타조차 묵묵히 걷기만 했다.
“드리클류 형님의 집까지는 3일이면 간다네. 집에서 학교까지는 매우 가까우니, 형님과 내가 너희들을 안내하지.”
러일로가 말을 해도 폴은 묵묵부답이었다.
“폴? 폴!”
“응? 아…, 미안해. 내가 잠시 다른 생각을….”
폴은 당장 며칠 뒤면 학교에 가서 괴짜 수학자들을 다시 만나야 하고, 어떻게든 집으로 돌아갈 단서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다 잘 될까? 정말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걸까?’
“휴~, 잠시 쉬었다가 가지.”
폴 일행이 잠시 앉아 쉬고 있을 때, 화려하게 치장한 어릿광대가 다가왔다.
“여기 초상이라도 났나요? 어째 분위기가 이렇게 어두워? 킥킥. 제가 재미있는 걸 보여 드리죠.”
어릿광대는 현란한 저글링을 보여 주며 폴 일행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바쁜 길에 지체할 수 없어 길을 떠나려는 순간, 어릿광대가 말했다.
“에이,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제가 내는 문제를 맞히면 드리클류에 관한 중요한 소식을 알려 주죠.”
“뭐? 자넨 누군가? 형님께 무슨 일이 생긴 건가?”
“훗~, 자세한 건 문제를 맞히면 알려 줄게요. 단, 여기 두 학생만 문제를 풀어야 돼요.”
그는 폴과 폴b를 가리켰다.
“걱정하지 마세요. 문제는 아주 쉬우니까요. 게다가 객관식이랍니다. 도전할 건가요?”
“틀릴 경우, 어떻게 되지?”
“간단해요. 둘 중 한 사람이 여기 남아 나와 함께 평생 동안 어릿광대 놀음을 하면 됩니다. 후훗~.”
폴은 덜컥 겁이 났다. 이런 내기는 하지 않는 게 상책이었다. 어서 가서 드리클류의 안부를 확인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형님을 걱정하는 러일로의 얼굴을 보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좋아, 도전하겠어.”
폴의 대답에 어릿광대는 입이 찢어져라 크게 웃으며 뭔가를 꺼냈다. 어릿광대의 손에 들린 건 복잡한 그림이었다.
“이 그림들이 입체가 되면 어떤 모양이 될까요?”

문제 ❷ 드리클류의 집을 찾아라!

폴b가 문제를 맞히자 어릿광대의 표정이 갑자기 침통하게 바뀌었다.
“우리가 문제를 맞힌 게 그렇게 억울하냐?”
폴의 호통에 어릿광대가 갑자기 무릎을 꿇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흑흑, 드리클류 님이 잡혀갔어요.”
“형님이 잡혀갔다고? 그런데 넌 누구냐?”
그러자 어릿광대가 가면을 벗으며 말했다.
“러일로 님, 저예요. 덤덤 형제의 둘째예요. 형도 드리클류 님과 함께 잡혀가고 저만 도망쳤어요.”
“그런데 왜 변장을 하고 있는 거냐?”
드리클류가 잡혀가던 날, 러일로의 모습을 한 사람이 나타나 드리클류를 방심하게 만든 뒤 그들을 잡아갔다는 것이다. 덤덤 형제의 둘째(이하 덤덤2)는 언젠가 러일로가 나타나면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어릿광대로 분장을 하고 그들을 기다린 것이다.
“그러다가 러일로 님과 폴을 봤어요. 전 당신들도 변장을 한 건 아닌지 한 번 시험해 본 거예요.”
“형님을 납치한 건 혹시 괴짜 수학자들이냐?”
“모르겠어요. 나중에 살짝 집에 가 보니, 괴한들이 집에 어떤 표식을 남겨 두었더라고요.”
덤덤2의 말에 러일로는 한참을 멈춰 서 있었다. 그러더니 짐을 주섬주섬 챙기며 폴에게 말했다.
“먼저 집으로 가 봐야겠어. 덤덤2, 나를 태우고 집으로 가자! 너희들은 뒤따라오거라.”
“네? 하지만 저희는 길을 모르는데….”
폴b가 당황한 얼굴로 묻자 러일로가 한 장의 사진을 꺼내더니 말했다.
“이 길을 쭉 따라 걷다 보면 기차역이 나올 거야. 기차를 타면 우리 집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기차를 탄 다음에는요? 이 사진은 뭐죠?”
“형님과 난 어렸을 때부터 사진 찍는 걸 매우 좋아했지. 이 사진은 내가 형님의 집안에서 찍은 거야. 기차를 타면 창밖 풍경을 놓치지 말게. 그럼 기차에서 바라본 풍경과 집 안에서 바깥을 바라본 사진 속 풍경을 통해 우리 집의 위치를 찾을 수 있을거야.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길은 상세한 이정표가 있으니, 찾기 쉬울 걸세.”
“네? 이 사진 만으로 어떻게 집을 찾아요?”
“너희들이라면 할 수 있을 거야. 난 급하니 먼저 가 보겠네. 혹시 내가 집에 없거든 학교도 가볼 생각이니 거기서 보자고!”
러일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덤덤2가 그를 업고 무서운 속도로 사라져 버렸다.

문제 ❸ 1부터 9까지 자연수를 넣어 빈 칸을 모두 채워라

폴 일행은 눈이 빨개지도록 기차에서 차창 밖을 응시한 끝에 드리클류의 집을 찾아냈다.
“어? 문이 열려 있네? 러일로! 저희 왔어요!”
하지만 드리클류의 집은 텅 비어 있었다. 러일로가 왔다가 급하게 나간 듯 집 안은 어질러져 있었고, 문도 제대로 닫히지 않은 상태였다.
“휴…, 학교에도 우리끼리 가 봐야겠네.”
러일로의 말대로 드리클류의 마을에는 이정표가 많았다. 그런데 이정표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게다가 이정표를 보려면 마을 주민 코드를 입력해야 했다. 폴b가 동네를 두리번거리며 투덜거렸다.
“학교로 가는 이정표를 보려면 1부터 9까지 자연수로 된 주민 인증 코드를 넣으라고? 쳇, 이정표를 보려면 주민 코드를 입력해야 한다는 걸 러일로가 깜빡했나 봐.”
“마을 주민이 아니면 이정표를 보기 위해 1000 크레딧이나 내래. 무슨 마을 인심이 이렇게 야박하냐! 폴b! 너 돈 좀 있냐?”
폴과 폴b는 주머니를 탈탈 털어 보았지만 한 푼도 나오지 않았다. 피타의 주머니에서 데구르르 굴러 나온 1 크레딧 동전이 전부였다.
“윽, 셋이 합쳐도 이게 전부야. 어떻게 하지?”
“어째 이 동네에는 지나가는 사람이 한 명도 없냐~? 누군가 지나가면 부탁이나 해 보려고 했더니….”
폴과 폴b가 이정표 앞에서 두리번거리며 난감해 하고 있을 때 피타가 폴짝거리기 시작했다. 뭔가 발견한 모양이었다.
“피타피타!”
피타는 해맑게 웃으며 주민 코드를 입력하는 전자키를 마구 누르고 있었다. 이를 보고 폴b가 화들짝 놀라며 피타를 말렸다.
“그렇게 아무 키나 누르면 안 돼! 고장 나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
혹시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긴장한 폴b가 주변을 살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자 폴이 웃으며 말했다.
“주민 코드가 틀려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나봐. 그렇다면…?”
“피타피타!”
폴이 이정표 화면에 떠 있는 몇 개의 숫자와 사칙연산 기호를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말했다.
“우리가 직접 주민 코드를 구해 보자!”

문제 ❹ 망가진 탬버린 수식을 원상복귀 시켜라!

주민 코드를 입력하고 이정표를 따라 학교 앞까지 찾아 온 폴 일행. 하지만 교문이 굳게 잠겨 들어갈 수가 없었다. 폴 일행은 난감하기만 했다.
“예전 세계에서는 선생님 몰래 드나들던 쪽문이 있었는데…. 한번 가 볼까?”
하지만 폴이 예전 세계에서 드나들던 쪽문이 있던 자리는 쪽문은커녕 담을 넘거나 숨어 들어갈 수 조차 없도록 더욱 철저하게 막혀 있었다.
“윽, 이 세계에는 나만의 쪽문이 없네. 세계마다 조금씩 다른가 봐.”
일행은 의기소침해진 폴과 함께 다시 학교 정문으로 향했다. 그런데 학교 정문 앞에 아까와 달리 웬 탬버린들이 쫙 깔려 있었다.
“웬 탬버린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네?”
폴은 누가 말릴 새도 없이 탬버린 몇 개를 발로 차 찰랑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때였다. 교문 옆 아무도 없어 보이던 수위실에서 누군가 뛰어 나오며 소리를 질렀다.
“누구야? 누가 탬버린을 발로 찬 거야!”
그는 폴이 어지러트려 놓은 탬버린을 발견하곤 노발대발 화를 내기 시작했다
“누구야! 누가 그런 거야! 당장 나오지 못해!”
“우아! 수위 아저씨는 그대로네? 아저씨!”
폴은 반가운 마음에 아저씨를 향해 달려가다가 화가 난 얼굴을 보고 멈칫했다. 이 모습을 보고 수위 아저씨가 폴을 잔뜩 노려보며 말했다.
“너냐? 네가 그런 거지? 이거 원래 모양 그대로 돌려놔!”
“네? 하지만 처음에 어떻게 돼 있었는지 보지도 못했는데요?”
“흥! 보아 하니 학교에 들어가려고 한 모양인데, 탬버린을 원래대로 돌려놓지 않으면 절대로 교문을 열어 주지 않을 거야!”
그때였다.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바닥을 자세히 살펴봐.”
폴리스였다. 폴리스가 멀리서 일행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폴은 폴리스를 보자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수위 아저씨는 폴리스가 일행을 향해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도록 했다.
“저 놈 도움을 받으려는 거야? 그런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 너 혼자 원상태로 돌려놓는 거야.”
폴은 한숨을 쉬며 바닥을 살펴 보았다.
다행히 탬버린 3개만 튕겨져 나가고 나머지는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 이건 사칙연산 기호들이잖아? 그렇다면….”

어긋난 세계, 되살아난 두려움

수위 아저씨는 폴이 문제를 풀자 교문을 열어 줬다.
“옛다, 이 말썽쟁이 녀석! 들어가라. 지난 달부터 “옛다, 이 말썽쟁이 녀석! 들어가라. 지난 달부터는 통 안 보여서 버릇을 좀 고쳤나 했더니….”
“네? 저를 아세요?”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 내가 맨날 지각하던 녀석 얼굴도 모르겠냐? 쯧쯧. 그런데 넌…?”
수위 아저씨는 그제야 폴b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폴리스는 수위 아저씨의 눈을 피하려는 듯 황급히 일행의 등을 떠밀었다.
“쌍둥인가?”
조용한 학교 안으로 들어오자 폴b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왠지 우리가 두 명인 걸 들키면 안 될 것 같아. 피타도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해야 할 것 같고.”
“피타피타!”
“수위 아저씨가 이 세계의 폴이 한 달 전부터 보이지 않았다고 했잖아? 원래 폴은 어디로 간 거지?”
폴리스가 폴b를 보며 말했다.
“지난 달부터면…. 폴, 너희들이 나타난 때야.”
그때였다.
“폴! 오랜만이다? 그 동안 어디 다녀온 거야?”
어디선가 학생이 나타나 폴에게 아는 척을 했다. 폴도 아는 얼굴이었다. 폴b는 다시 고개를 황급히 숙이며 가방에서 모자를 꺼내 눌러썼다. 폴은 적당히 장단을 맞추며 대꾸했다.
“으…, 응…. 가족 여행을 좀….”
“가족 여행? 부모님은 오래 전에 다른 나라로 이민 가시고 너만 한국에 남았다고 하지 않았어?”
“아! 동생이랑 부모님을 만나러 다녀 온 거야.”
“뭐? 동생? 동생 얘기는 한 번도 못 들었는데. 넌 누나만 있는 줄 알았지.”
폴은 괜히 더 얘기했다가는 이상한 점을 들킬까봐 어색하게 웃으며 대화를 마무리 하려고 했다. 하지만 친구는 눈치 없이 계속해서 말했다.
“그런데 새 친구들이야? 아! 맞다. 아까 모일러 선생님이 널 찾더라. 빨리 교무실로 오라는데?”
“뭐? 모일러가 선생님이야?”
“얘가 오늘 이상하네. 도대체 왜 그래? 아까 널 찾는 방송까지 하던데? 무슨 사고쳤냐?”
폴은 무서운 기분이 들었다. 처음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느낀 뭔가 어긋난 듯한, 두려운 느낌이 되살아난 것이다. 이곳은 예전 세계와 닮은 듯하면서 다른 점들이 많았다. 게다가 모일러가 벌써 자신들이 온 걸 알았다니 두려움은 한결 커졌다. 그러자 원래 고질병이던 신경성 장 트러블이 재발했다.
“꾸르륵….”
“자…, 잠깐! 나 급하게 화장실 좀…”
폴은 폴b와 폴리스의 말은 듣지도 않고 화장실로 직행했다. 둘이 폴을 불러 세웠지만 폴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폴은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고 한참을 앉아 있은 후에 밖으로 나와 세면대 앞에 섰다. 그런데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이 왠지 좀 달라 보였다.
“기분 탓인가?”
손을 씻고 다시 한번 거울을 보다가 폴은 주저 앉고 말았다. 거울 속 폴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2012년 10월 수학동아 정보

  • 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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