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만큼이나 올림픽 열기로 더욱 치열한 여름을 보냈다. 이번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다양한 종목에서 메달 행진이 이어졌으며, 다른 나라에서 치러진 원정 올림픽 중 종합 5위라는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특히 사격과 양궁은 효자종목으로 금메달을 3개씩 따내며 톡톡히 제 몫을 했다.
사격과 양궁은 알고 보면 서로 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른 특징이 있다. 수학으로 보면 더 짜릿한 승부의 세계를 만나 보자!
사격과 양궁은 모두 이산 함수!
사격과 양궁은 선수들의 실력에 따라 명쾌하게 승부가 결정되는 기록경기다. 이번 올림픽에서 여러 번 논란이 됐던 유도나 펜싱 경기처럼 심판의 판정에 따라 결과가 뒤바뀔 수 있는 판정경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특히 사격과 양궁은 승부를 예측하기 힘든 경기다. 같은 기록경기인 수영은 한 번의 레이스로 승부가 결정 되지만, 사격과 양궁은 여러 번의 기회가 주어지므로 마지막 한 발까지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
사격과 양궁의 표적을 수직선으로 나타내면 수학적으로 흥미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실수 범위의 수직선에서 1과 2 사이는 어느 쪽에 가까운지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1과 2 사이에는 1.2, 1.898…과 같이 둘 사이를 잇는 연속적인 수들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표적은 1과 2 사이가 자연수 또는 유리수로 뚝뚝 끊어진다. 이것을 수학에서는 ‘이산적’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표적은 1점 영역 안에서 0점 또는 2점 어느 쪽에 가깝게 쏴도 모두 1점이다. 또한 사격과 양궁은 표적과 점수를 내는 방식도 달라서 더욱 흥미롭다.
예선은 자연수, 결선은 유리수로 판가름!
사격은 표적까지의 거리가 가까운 종목일수록 표적의 크기가 작아진다. ‘남자 10m 공기 권총’ 종목의 표적은 전체 지름이 15.55cm에 불과하다. 10점대의 점수를 얻으려면 지름 1.15cm의 작은 원 안에 명중시켜야 한다.
사격은 예선에서는 자연수로, 결선에서는 소수 첫째자리까지 유효숫자인 양의 유리수로 점수가 표시된다. 전자표적은 각 점수를 나타내는 영역을 또 다시 10등분을 해, 컴퓨터가 점수를 확인한다. 구간의 크기가 소수점 영역으로 세분화 됐을 뿐, 점수를 매기는 방식은 양궁과 같다.
1점 줄어들 때마다 과녁의 지름은 2배로 커져
사격보다 세부 종목이 적은 양궁(실외 경기)은 세 종류의 표적을 사용한다. 지름 122cm 또는 80cm짜리 원 모양 표적과 한 변의 길이가 40cm인 정삼각형 모양의 표적이 있다.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남·녀 개인전과 여자 단체전에서는 지름 122cm의 원 모양 표적이 사용됐다. 지름 122cm짜리 표적의 10점원은 지름이 12.2cm로, 점수가 1점씩 줄어들 때마다 지름은 두 배로 커진다.
각 점수의 경계선에 화살이 맞는 경우에는 각각 더 높은 득점으로 인정한다.
사격은 누적 점수제, 양궁은 세트제
양궁은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강세를 보이는 종목이다. 국제양궁연맹은 올림픽과 같은 국제 대회에서 특정한 한 나라가 계속 상위 성적을 유지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점수 체계를 변경해 왔다.
누적 점수 제도는 개인전에서 12발씩 쏜 점수를 더해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16강까지 18발씩 쏘던 규칙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64강부터 모두 12발을 쏘는 것으로 바뀌었다.
누적 점수 제도에서는 한두 번 실수를 해도 다음번에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물론 다른 나라 선수들에 비해 실수가 적은 우리나라 선수들이 우승하기에도 좋은 점수 제도였다.
그런데 2010년 4월 이후 양궁 경기에 새로운 점수 체계인 세트제가 도입됐다. 선수들의 누적 점수를 인정하지 않는다. 8강부터는 모두 다섯 세트로 진행 되고, 한 세트 당 3발이 주어진다. 한 세트가 끝나면 승자에겐 2점, 패자에겐 0점, 무승부일 땐 두 선수 모두에게 1점씩 세트포인트가 주어진다. 먼저 두 세트(16강까지) 또는 세 세트(8강 이후)를 이기면 경기가 끝나고, 세트포인트가 동점이면 다시 1발씩 쏴서(슛-오프) 표적의 정중앙에 가까운 사람이 이긴다.
실제로 이번 올림픽 여자 개인전에서 최현주 선수는 세트제 때문에 16강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최 선수는 16강에서 만난 프랑스의 베랑제르 슈 선수보다 누적 점수가 2점이나 높았지만, 세트포인트는 동점이 되고 슛-오프에서 더 낮은 점수를 쏘며 탈락했다.
반면 사격은 예선 점수가 결선에도 영향을 미치는 누적 점수 제도다. 우리나라가 금메달과 은메달을 모두 차지한 ‘남자 50m 권총’ 종목에서는 예선 점수(10점 만점×60발)와 결선 점수(10.9점 만점×10발)가 더해져 금메달이 결정된다. 이번 대회에서는 예선전까지 은메달을 차지한 최영래 선수가 569점으로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결선에서 마지막 한 발을 실수한 최 선수는 총점 661.5점으로 662.0점을 딴 진종오 선수에게 금메달을 양보하고 말았다.
사격은 역도화, 양궁은 골프화 신고 금 사냥
사격에서 2관왕을 차지한 진종오 선수는 빨간색 역도화를 신고 경기에 나섰다. 우연히 다른 선수에게 ‘역도화가 균형감각에 큰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역도화가 사격 선수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까?
역도화의 뒷굽은 딱딱한 나무 재질로 돼 있다. 만약 역도화가 다른 신발처럼 뒷굽이 푹신푹신하다면, 바벨을 들 때 작용하는 중력과 바벨의 무게까지 발로 고스란히 전해져 선수가 중심을 잃을 수도 있다. 또한 무게를 견딜 때 미끄러지거나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데에도 평평하고 단단한 재료로 된 신발이 효과적이다. 이러한 역도화는 작은 흔들림도 점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격 선수가 무게중심을 잘 유지하도록 도와 준다.
반면 양궁 선수에게는 골프화가 안성맞춤이다. 골프는 보통 한 경기에 7km 이상, 1만 4000걸음을 걸어야 하는 경기다. 이 때문에 골프화는 일반 운동화보다 훨씬 가볍고 통풍이 잘 된다. 또한 골프는 선수가 골프채를 휘두를 때 선수의 무게중심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골프화 바닥에는 여러 종류의 돌기가 나 있다.
양궁선수가 활을 쏠 때는 골프선수처럼 흔들리지 않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양궁 선수들은 덜 미끄러지는 골프화를 신는 것이 좋다. 실제로 양궁 남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오진혁 선수는 바닥에 삼각 돌기가 규칙적으로 튀어나온 골프화를 신었다. 어떤 지형이라도 무게중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