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눠서 만들면 더 좋다!
우리나라에서는 석유가 나지 않고, 망고나 바나나와 같은 과일도 거의 열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주유소에 들러 차에 기름을 쉽게 넣을 수 있고, 마트에는 망고나 바나나가 늘 있다. 하지만 예전에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물건들을 구하기 어려웠다. 이제 이런 물건들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데에는 무역의 힘이 크다.
무역은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 상품을 사고파는 일을 말한다. 물건을 외국에 파는 일을 수출이라고 하고, 외국에서 사오는 것을 수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무역을 바탕으로 빠르게 경제성장을 했다. 별 다른 자원이 없었지만 기술을 바탕으로 자원을 수입한 뒤, 각종 제품을 만들어 수출해서 외화를 벌었다. 1962년에는 연간 무역량이 4억 8000만 달러로 세계 무역 순위가 65위에 불과했지만, 2011년에 무역량이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세계에서 9번째로 많은 무역량이며, 아프리카 54개국 전체를 합친 것보다 많다.
만약 자원을 가진 나라가 자원을 수출을 하지 않고 직접 물건을 만들면 어떨까? 굳이 우리나라가 자원을 수입해서 물건을 만들어 수출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무역을 하는 이유는 국제적으로 나눠 일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바나나는 열대지방에서 자라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키우기가 힘들다. 만약 키운다면 큰 온실을 짓고 난방시설을 갖춰 바나나가 잘 자랄 만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돈이 들기 때문에 우리나라보다는 필리핀이나 말레이시아와 같은 열대 지방 나라에서 키우는 것이 낫다. 대신 우리나라는 자동차나 반도체 등의 상품을 만드는 기술이 뛰어나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만들어 팔아 번 돈으로 바나나를 사 먹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가장 잘하는 걸 만들어 파는 절대우위
우리나라의 자동차나 반도체 제조, 말레이시아의 바나나 재배처럼 다른 나라보다 잘하는 것을 ‘절대우위’에 있다고 말한다. 서로 절대우위에 있을 때 무역은 저절로 발생한다. 서로가 잘하는 일을 나눠하면 서로 이득이기 때문이다. 먼저 다른 나라에서 싸게 만든 물건을 수입하면, 물건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가 잘 만드는 물건을 특화해 팔면, 외국의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살 돈을 벌 수 있다.
이런 절대우위를 통한 무역이 얼마나 이득을 주는지 수학적으로 계산해 보자. A국과 B국이 모두 반도체와 바나나를 1단위씩 만들고 있다고 하자.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시간은 A국에서 6시간, B국에서는 4시간이다. 반대로 바나나를 수확하기까지 필요한 시간은 A국이 4시간, B국이 6시간이다. 이를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A국이 더 짧은 시간에 바나나 1단위를 만들므로 바나나에 절대우위가 있고, B국은 같은 이유로 반도체에 절대우위가 있다. 만약 A국과 B국이 반도체와 바나나 1단위씩을 스스로 만든다면 각각 10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A국이 바나나만을, B국이 반도체만을 특화해 10시간을 일한다면, A국은 바나나 2.5단위를, B국은 반도체 2.5단위를 만든다. 각자 바나나와 반도체를 만들 때보다 더 많은 물건을 만드는 것이다. 서로 바나나 한 단위와 반도체 한 단위를 교환하면 A국은 특화 전보다 0.5단위 많은 바나나를 갖게 되며, B국도 0.5단위 많은 반도체를 갖게 된다. 따라서 두 국가 모두 이득이다.
조금 못해도 괜찮은 비교우위
그런데 만약 반도체와 바나나 모두 한 나라가 더 잘 만든다면, 이때도 무역을 할 필요가 있을까? 미국과 같은 나라는 기술도 좋고 땅도 넓어 반도체를 잘 만들뿐만 아니라 바나나도 잘 자라지만 무역을 한다. 절대우위만으로는 무역을 설명할 수 없다.
영국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는 ‘비교우위’라는 개념으로 한 나라가 모든 물건에서 절대우위라고 해도 무역을 한다는 것을 설명했다. 한 나라가 두 상품 모두에 절대우위에 있더라도 비교우위(두 물건 중 비용이 상대적으로 더 적게 드는 것)에 있는 상품을 특화한 뒤 무역을 하면 두 나라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비교우위에 따라 무역을 하는 것이 두 나라에 이득이라는 것은 수학적으로 보일 수 있다. 다음 표는 C, D 두 나라에서 휴대전화와 자동차를 한 단위씩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을 나타낸다.
C국은 휴대전화와 자동차 모두 D국보다 짧은 시간에 만들 수 있으므로, 두 물건에서 절대우위다. 이 경우 절대우위론에 따르면 이득이 없어 무역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비교우위론에 따르면 무역을 할수록 두 나라에 이득이다.
C국은 휴대전화를 한 단위 더 만들기 위해 자동차 0.75단위를 포기해야 하고, D국에서는 1.11단위를 포기해야 한다. 반대로 C국이 자동차 한 단위를 더 만들기 위해서는 휴대전화 1.33단위를 포기해야 하며, D국은 0.9단위를 포기해야 한다. 그러므로 C국은 휴대전화에, D국은 자동차에 비교우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비교우위가 있다고 할 때 실제 두 나라 모두에게 이익이 될까? 원래 C국과 D국 모두 휴대전화와 자동차 한 단위씩을 생산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C국은 휴대전화에 비교우위가 있으므로 휴대전화만을 만들고, D국은 자동차에 비교우위가 있으므로 자동차만을 만들기 시작했다.
C국은 휴대전화를 만드는 데 14시간을 들여 휴대전화 2.33단위를 만들었고, D국은 19시간을 들여 자동차 2.1단위를 만들었다. 이때 C국과 D국이 휴대전화와 자동차 한 단위씩을 바꾼다면 C국은 휴대전화 0.33단위를, D국은 자동차 0.1단위를 특화하기 전보다 더 갖게 돼 양국 모두 이득이다.
자유무역협정, 마냥 좋지만은 않아
지난해 12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 국회에서 비준돼 지난 3월 15일자로 발효됐다. 우리나라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인도, 칠레 등과 이미 FTA를 체결했으며 캐나다, 멕시코 등등의 나라와 협상하고 있다. FTA는 비교우위론에 따라 더 많은 무역을 하기위해 국가간 자유로운 무역에 방해가 되는 여러 규제들을 없애는 국제 협정이다.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상품 생산이 많아지고, 국가가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비교우위를 통해 국제적 분업을 하는 자유무역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비교열위에 있는 여러 산업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비교열위 산업은 농업이다. 싼 가격의 외국산 농산물이 수입되면, 국산 농산물이 팔리지 않아 농민들이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농업은 국민들의 식량을 책임지는 산업인 만큼 보호해야할 필요성이 크므로, 무작정 자유무역만을 할 수는 없다.
또 각종 국가 간 규제나 국내 산업 보호 제도를 포기한다면 항공·우주와 같이 미래를 위해 육성해야 할 산업을 보호하지 못할 수도 있다. 최첨단 비행기를 만들거나 우주로 보낼 로켓을 만드는 일은 많은 돈이 들지만, 여러 이유로 성공할지가 불확실하다. 따라서 대부분 이런 산업은 국가가 주도해서 발전시켰다. 따라서 자유롭게 경쟁을 하기보다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보호할 필요가 있다.
세계의 모든 나라에서는 자유무역과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는 보호무역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도록 시행하고 있다. 물론 이때는 최대한 자국에 이익이 되도록 각종 통계를 이용해 수학적으로 계산해 판단한다. 활발한 무역은 물론, 국가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수학과 통계는 필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