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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6일 미국에서 벌건 대낮에 한 남성이 할아버지 얼굴을 사정없이 물어뜯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남성은 경찰이 출동한 후에도 할아버지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으며, 경찰에게 “당신을 먹어 버리겠다”라는 엽기적인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6월 들어 이런 비슷한 사건이 네 차례 연이어 벌어졌다는 것입니다. 현재 SNS을 중심으로 좀비 바이러스로 인해 인류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퍼져 나가면서 공포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좀비 바이러스, 실제 존재하는 것일까요?



미스터리 1 좀비가 나타나면 인류는 멸망할까?

경찰은 이번 좀비 사건이 신종 마약 때문에 벌어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좀비의 소행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만약 실제 좀비가 벌인 일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좀비는 전염병처럼 퍼진다!


어둠 속에서 느릿느릿 걸어 나오는 사람들. 휘청거리며 걷는 모습이 조금 이상하다 싶어 자세히 살펴보면 얼굴에 피를 묻히고 있다. 바로 공포 영화 속 좀비의 모습이다. 좀비는 인간에서 영혼을 뽑아낸 존재로, 영화에서는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인해 다시 부활한 시체로 많이 등장한다. 대개 사람의 뇌를 먹고 살기 때문에 사람을 공격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좀비에게 공격을 받아 상처를 입으면 부상자도 좀비로 변한다. 즉 원인을 알 수 없는 좀비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어 좀비로 변하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지구상에 좀비가 실제로 나타나면 순식간에 사람들을 전염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에 캐나다 오타대 수학과 로버트 스미스 교수팀은 좀비의 공격으로 벌어질 수 있는 재앙을 수학적으로 계산해 보기로 했다. 이때 좀비가 확산되어 가는 과정은 ‘전염병 모델’을 이용했다.

*미분방정식으로 표현되는 전염병 모델은 전염성 바이러스가 어떻게 확산되어 가는지를 보여 준다. 미분방정식은 시간에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양을 나타내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변화를 분석하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예측할 수 있다. 미분방정식의 변수로는 시간과 감염자가 하루에 감염시킬 수 있는 사람의 수(감염률), 감염자들이 완쾌되거나 죽어서 발병 사태가 끝나는 속도가 포함된다.

여기서 감염률은 병의 특징과 전염 방식에 따라 그 값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독감은 이미 독감에 걸린 사람이 걸리지 않은 사람 근처에서 기침을 하거나 만질 때 전염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한 사람이 하루 동안 만나는 사람의 수를 계산해 구한다. 좀비 바이러스도 좀비와 사람이 만났을 때 감염되기 때문에 일종의 전염성 바이러스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연구팀은 전염병 모델을 이용해 좀비의 수를 예측하기로 한 것이다.

*미분방정식 원래 함수와 도함수 사이의 관계를 나타낸 방정식으로, 방정식의 해를 해석하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도함수란 원래 함수에서 순간적으로 변화한 값을 치역으로 갖는 함수다.

좀비의 확산은 3개의 방정식으로 표현된다

그런데 일반 전염병과 달리 좀비는 죽은 사람도 부활해 좀비가 된다. 따라서 연구팀은 상황에 맞게 전염병 모델을 수정했다.

기존 전염병 모델에서는 사람을 예비 감염자, 감염자, 사망자로 분류한다. 대개 감염자는 회복하여 다시 예비 감염자가 되거나 죽음을 맞이해 사망자가 되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상황만 고려해 방정식을 세우면 된다. 그런데 좀비에 경우에는 사망한 사람이 부활해 좀비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사망자에서 감염자로 가는 것도 고려해 방정식을 세워야 한다. 사망자에는 완전히 죽은 좀비도 포함되는데, 연구팀은 영화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에 나오는 좀비처럼 좀비의 머리를 자르거나 뇌에 큰 손상을 입히면 좀비가 죽는다고 가정했다.

따라서 좀비 수의 변화율은 예비 감염자 수와 좀비 수, 완전히 죽은 좀비 수와 좀비가 될 수도 있는 사망자 수를 비교해 구하면 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시간당 출생자 수와 사망자 수의 변화율도 고려해야 한다.

이처럼 좀비 확산 모델을 완성하려면 세 개의 미분방정식을 세워야 한다. 즉 예비감염자 수의 변화와 좀비 수의 변화, 여기에 사망자 수의 변화까지 나타낸 세 방정식을 연립해서 풀어야 좀비의 확산을 설명할 수 있다. 이것을 ‘연립 상미분방정식’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만약 좀비에게 공격을 당했는데, 몇 주일 지나서 좀비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럴 경우 방정식의 수는 하나 더 늘어난다. 아직 좀비는 아니지만 언젠가 좀비가 될 잠복 보균자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방정식을 풀어본 결과, 잠복기의 기간이 좀비화 속도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잠복기가 없다면 손써 볼 새도 없이 단 4일 만에 인류는 멸망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다행히 잠복기의 기간이 길다면 좀비를 단번에 없앨 약을 개발하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약 개발이 쉽지 않다면? 연구팀은 그럴 땐 ‘치고 빠지기 전략’을 써야 좀비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영화에서처럼 좀비로부터 사람들을 격리시키는 방법은 좋지 않습니다. 숨어 있는 곳이 발각될 경우 좀비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치고 빠지기 전략’을 써야 하죠. 치고 빠지기 전략이란, 좀비가 모여 있는 곳을 집중적으로 여러 차례 공격해 좀비의 수를 급격하게 줄여 나가는 방법입니다. 이때 좀비들을 모두 깔끔히 처리해야 하죠. 안 그러면 영화에서처럼 큰 재앙이 닥칠 수 있습니다.

캐나다 오타대 수학과 로버트 스미스 교수.

좀비화는 에르되시 수

좀비의 확산은 사람과 좀비의 접촉 횟수에 비례한다. 따라서 사람들의 인맥이 좀비화의 속도를 크게 좌우한다. 이때 사람들의 인맥은 ‘에르되시 수’를 이용해 파악할 수도 있다.

에르되시 수는 몇 단계에 걸쳐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는지 나타내는 수다. 헝가리의 수학자 폴 에르되시가 논문을 공동으로 쓴 사람 간의 관계를 그래프로 나타내 연구했다.

폴 에르되시 자신은 0, 에르되시와 같이 논문을 쓴 A는 1, A와 같이 논문을 쓴 B는 에르되시 수가 2라고 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거의 모든 사람이 6단계만 걸치면 아는 사이라는 점이다.

수학자들은 좀비가 나타났을 때 에르되시 수를 이용해 감염 가능성이 높은 집단을 찾아내 먼저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좀비화 속도를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휴대전화로 에르되시 수를 구한다. GPS 추적 및 통화 기록 기능이 있는 휴대전화를 이용하면 임의의 두 사람이 친구인지, 낯선 사람인지 판단할 수 있다. 만약 친구가 많다면 에르되시 수가 작을 것이고, 이 사람은 좀비가 될 확률이 다른 사람보다 높다. 따라서 좀비 바이러스가 나타났을 땐 마당발인 사람을 되도록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미스터리 2 뱀파이어는 있다? 없다?

좀비 사건을 해결하고 나니, 이번엔 뱀파이어 사건이 일어나 미국이 다시 공포에 빠져 있다는 소식입니다. 지난 6월 11일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쇼핑몰에서 한 남자가 노숙자의 얼굴과 복부를 무차별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찰 조사 중 유난히 두드러진 양쪽 날카로운 이빨이 공개돼 뱀파이어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과연 뱀파이어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요? 궁금증을 풀고자 수학동아 편집부에선 뱀파이어 존재 여부를 둘러싼 100분 토론을 마련했습니다. 지금부터 수학자들의 열띤 공방을 들어보시죠.

뱀파이어는 없다!


뱀파이어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죠. 만약 뱀파이어가 있다면 뱀파이어 사건이 빈번히 일어났겠죠. 하지만 뱀파이어를 실제로 목격한 사람은 없잖아요? 영화에서처럼 정부에서 뱀파이어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하더라도 뱀파이어가 죽인 사람은 뱀파이어로 부활하기 때문에, 뱀파이어가 수가 급증해 인류는 일찌감치 멸망했을 겁니다.

뱀파이어 수가 어떻게 늘어나는지, 뱀파이어 설화를 바탕으로 수학적으로 계산해 보죠. 1600년 1월 1일 최초의 뱀파이어 1명이 출현해 한 달에 한 번 흡혈을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한 달이 지나면 뱀파이어 수는 2명이 되겠죠. 3월에는 4명, 4월에는 8명. 즉 2의 거듭제곱씩 증가하게 됩니다. 따라서 지나간 달 수를 $n$이라고 하면 뱀파이어 수는 2ⁿ이 됩니다.

그런데 당시 세계 총 인구수가 5억 3천 687만 911명이었으므로, 2년 6개월 만에 사람은 모두 뱀파이어가 됐을 겁니다. 즉 뱀파이어가 있다면 인류는 진작 멸망했을 거라는 결론이 나오지요. 따라서 뱀파이어는 없습니다.
 

 

 


뱀파이어는 있다!

뱀파이어가 바봅니까? 닥치는 대로 사람을 흡열하게. 먹이인 사람이 멸종하면 결국 자신들의 존재도 위협받게 되는 걸 아는데 말이죠. 뱀파이어는 아마도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수요 공급의 법칙을 이용해 효율적인 흡열주기를 계산해서 흡열했을 겁니다. 수요 공급의 법칙은 수요와 가격은 반비례 관계를, 공급과 가격은 정비례 관례를 가진다는 거예요. 즉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가격을 올려 수요를 줄이게 되죠. 따라서 흡열주기를 가격이라고 할 때 사람(공급)보다 뱀파이어(수요) 수가 많아지면 흡열주기를 늘려 사람 수를 조절했을 겁니다.

또 설화에 의하면 뱀파이어는 마늘과 십자가에 약해 힘을 쓰지 못하고, 뱀파이어의 심장에 쇠말뚝을 박거나 성수를 이용하면 뱀파이어를 죽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뱀파이어를 무찌를 수 있는 방법이 있는 한, 사람들은 뱀파이어에 대항에 싸웠을 겁니다. 아마 뱀파이어들은 지금도 루마니아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을 겁니다.

뱀파이어가 사람 수를 관리했다는 말씀이십니까? 저도 뱀파이어가 있다고 확신하지만, 뱀파이어가 사람 수를 관리했다기보다는 사람이 뱀파이어 수를 관리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은둔형인 뱀파이어를 멸종시키는 것이 사회적으로 분명 최적의 선택은 아니었을 겁니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뱀파이어 수를 유지시켰을 겁니다.

지금까지 모든 연구는 뱀파이어를 최상의 포식자로 여기고 진행되고 있지만, 뱀파이어를 먹고 사는 더 최상위 포식자도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는 이 점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뱀파이어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좀비 바이러스도 마찬가지고요. 지난 6월 1일 미국 국립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는 현재 좀비 바이러스는 없다고 발표했지만, 앞으로 좀비 바이러스가 출현할지도 모르는 일이잖습니까? 따라서 판단은 여러분에게 맡기겠습니다. 그런데 만약 뱀파이어와 좀비가 있다면 우리를 위협할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수학자들이 이런 재앙을 대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그 대신 만약을 대비해 좀비나 뱀파이어에 대해 좀 더 알아두는게 좋겠죠? 무더위도 날릴 겸 으스스한 좀비와 뱀파이어 영화를 보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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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8월 수학동아 정보

  • 조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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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천판타스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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