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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X-파일 사라진 수학자를 찾아라!


“여보세요? 112죠? 누군가 납치된 것 같아요!”
“뭐라고요? 위치가 어디죠? 정확히 설명해 주세요.”
“여기 한국대학교 앞인데요, 어떤 사람들이 아저씨를 강제로 차에 싣더니….”
저녁 7시 30분경, 한국대학교 앞에서 누군가 검은 승합차에 실려 납치됐다는 신고 전화가 걸려온다. 납치범은 물론 납치된 사람이 누구인지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이 사건,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사건 파일 1 수학자가 납치됐다

한국대학교를 중심으로 탐문 수사를 벌인 결과, 납치된 사람은 한국대학교 수학과에 재직 중인 현명한 교수라고 밝혀졌다. 수학자를 대체 왜 납치한 건지 수사팀은 골치가 아팠다. 수사를 책임지게 된 강력반 맹 반장은 과학수사센터와 공동 수사를 하기로 하고 사건 파일을 공유하기로 한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 수사에 참여하게 된 과학수사센터의 K라고 합니다. 현재 이 사건을 몸값을 노린 납치 사건이라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범인이 전화를 걸어 올지도 몰라 수학자의 전화를 계속 모니터 하고 있습니다. 그럼 간략히 <;수학자 납치 사건 파일>;을 공유하고 과학수사센터에서 맡은 부분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수학자 납치 사건 파일 1. 초기 수사 결과

▶ 납치된 사람 | 현명한(한국대 수학과 교수)
▶ 신고자 | 한국대학교 학생
▶ 신고 접수 시간 | 2012년 6월 1일 저녁 7시 30분
▶ 탐문사항
1. 납치 당일 현 교수는 평소와 다름 없이 연구실에서 책을 보다가 퇴근하는 길이었다고 함.
2. 최근 협박 전화를 받았다거나 불안해 하는 기미는 보이지 않았음.
3. 현 교수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천재 수학자라고 함.
▶ 특이사항
1. 근처 CCTV에 범행 당시 영상이 남아 있긴 하지만, 해질녘 저녁이고 워낙 멀리서 찍힌 저화질 영상이라 과학수사센터에 영상 복원을 요청해 놓은 상태임.
2. 목격자가 납치범의 얼굴을 뚜렷이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 범인의 몽타주를 그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 따라서 과학수사센터 법최면 팀의 도움을 받아 다시 몽타주를 그릴 예정임.

“따르릉!”

다들 조용! 부인, 침착하게 전화를 받으세요. 바로 위치 정보 파악해! “여…, 여보세요.”

난 현명한 교수를 데리고 있다. 그를 무사히 만나고 싶다면 나에게….
 

삼각형과 원으로 범인의 위치를 추적하라!

휴대전화 위치추적에는 GPS 위성이나, 이동통신사의 기지국과 휴대전화 사이의 거리를 측정해 위치를 추정하는 방식이 주로 쓰인다. GPS 방식은 휴대전화의 GPS 수신기와 위성 신호를 바탕으로 위치를 계산하고, 기지국 방식은 휴대전화와 기지국 사이의 신호를 바탕으로 위치를 계산한다.

GPS 방식은 신고자의 위치 범위를 20~50m까지 좁힐 수 있지만, 휴대전화에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가 내장돼 있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 또 GPS가 내장돼 있다 하더라도, 실내에서는 위성 신호를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기지국을 통한 위치 추적은 휴대전화가 기지국과 주고받는 신호를 이용한다. 신호의 세기나 전파의 도달 시간, 무선 신호가 수신되는 각도 등을 이용해 거리를 측정하고 위치를 추정한다. 이 때 위치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대표적으로 삼변측량 기법이 쓰인다. 삼변측량은 세 개의 위성이나 기지국, 그리고 위치를 알고자 하는 휴대전화 사이의 거리를 측정해 휴대전화의 위치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세 기지국과의 거리를 계산하려면 휴대전화가 통신할 수 있는 기지국이 근방에 세 개 이상 있어야 한다. 즉, 기지국이 촘촘히 있어야 하는 것이다. 도심 지역은 기지국이 몰려 있지만, 외곽으로 갈수록 띄엄띄엄 있기 때문에 삼변측량이 어렵다. 또한 기지국 방식은 위치 추적 범위가 수백m에서 수 km에 이를 정도로 넓은 단점도 있다.
 

납치범의 위치,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만약 납치범이 X 지점에서 협박 전화를 걸었다면, 통화를 하기 위해 휴대전화는 계속해서 주변의 A, B 기지국과 신호를 주고받는다.

이 때 기지국과 휴대전화 사이의 거리가 멀수록 신호가 전달되는 거리도 길어져서 신호의 세기가 약해진다. 이 정보를 토대로 A, B와 휴대전화 X 사이의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그 밖에 전파의 도달 시간이나 무선 신호가 수신되는 각도 등을 통해서도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이렇게 두 기지국 A, B와 휴대전화 X 사이의 거리를 알았다면, 이 거리를 반지름으로 하는 원을 두 개 그릴 수 있다. 두 원의 교점 중의 하나에 납치범이 있는 것이다. 추가로 기지국 C에서도 X와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면, 두 개의 교점 중 기지국 C와의 거리를 반지름으로 하는 원을 하나 더 그려 납치범이 어디서 전화를 했는지 바로 알 수 있다.
 
 


기지국을 통한 위치 추적 결과가 나왔지만, 그 범위가 수백m에 이릅니다!

할 수 없지. 위치 추적 범위에서 수상한 검은 승합차량을 본 적이 없는지 탐문 수색을 시작해!



사건 파일 2 지워진 디지털 흔적을 찾아라!

드디어 범인이 전화를 건 장소를 찾았군. 모두 잘 들어. 범인을 잡는 것보다 피해자를 안전하게 구출하는 게 먼저다! 하나, 둘, 셋 하면 바로 침투한다. 하나, 둘, 셋! 손 들어!


이런…, 아무도 없잖아? 한발 늦었군. 아직 컴퓨터 화면이 켜져 있는 걸 보니 급하게 떠난 것 같군. 자료는 이미 삭제했겠지? 그런데 범인이 그림 애호가라도 되나? 웬 명화 파일이 잔뜩 있네?

컴퓨터에 분명 범행과 관련된 기록이 남아 있을 겁니다. *디지털포렌식 수사를 해 보겠습니다. 명화 파일도 뭔가 수상해요. 흠….

디저털포…. 뭐? 암튼 그걸로 좀 더 조사해 보라구. 근처에 CCTV도 있으니 영상도 복원해 보고!

* 디지털포렌식 컴퓨터나 저장매체, 인터넷 사용 내역, 이메일 등 디지털기기에 남은 정보들을 통해 범죄 증거를 찾는 수사기법을 말한다. 임시 파일 및 삭제된 파일을 복구하기도 하고, 검색어 및 사이트 방문기록 등을 조사해 다음 범행 계획을 예측할 수도 있다.

 


편미분방정식으로 영상을 복원하라!

CCTV에 찍힌 영상은 저화질이거나 손상된 경우도 많다. 이런 영상을 복원하는 방법을 ‘인페인팅’이라고 한다. 원래 인페인팅은 훼손된 미술 작품을 복원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실제로 복원 미술가들은 미술 작품에서 손상된 부분의 가장자리부터 안쪽으로 명암에 따라 색깔을 입히는 방식으로 복원을 한다.

디지털 이미지 인페인팅 역시 화소 값을 알고 있는 주변에서부터 손상된 부분 안쪽으로 점점 이미지를 채워나가며 오래된 영상이나 손상된 사진을 복원한다. 가장자리에서 안쪽으로 이미지 밝기의 변화를 예측하면서 복원하는데, 이 때 *편미분방정식이 사용된다.

왼쪽 그림을 보면 A는 복원해야 할 부분이고, B는 화소 값을 알고 있는 부분이다. A와 B의 경계에는 일정한 밝기를 가진 점들을 연결한 곡선인 등광도선이 있다. 편미분방정식을 이용하면, B의 이미지 밝기 값이 어떻게 변하는지 계산할 수 있다. 그 결과 A와 B의 경계에서부터 등광도선을 따라 안쪽으로 점점 이미지를 채워나갈 수 있다.


 


명화 속 암호를 찾아라! 스테가노그래피

‘스테가노그래피’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숨기는 암호 기술이다. 보통 암호란 제3자가 이해할 수 없도록 내용을 변형시키거나 기호화 하는 것인데, 스테가노그래피는 제3자는 메시지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사진이나 mp3 파일 등 다양한 디지털 매체에 비밀 메시지를 숨겨 전송하는 방법이 주로 쓰이고 있다. 지난 해 독일에서는 야한 동영상 속에서 알카에다의 비밀 문서가 발견되기도 했다. 모르고 보면 평범한 동영상이지만, 이 속에는 과거 알카에다가 공격했던 상세한 자료와 앞으로 계획까지 100건에 달하는 비밀 문서가 숨겨져 있었다.

메시지를 숨기는 스테가노그래피 기술과 반대로, 스테가노그래피가 들어 있는 영상이나 음악을 찾아내는 기술도 있다. 바로 ‘스테그분석’이다. 스테그분석은 원래 영상과 스테가노그래피 영상 간에 차이를 찾아낸다.

자연스러운 영상에서는 화소의 데이터 분포 그래프가 정규분포를 이루며 균일하지 않다. 하지만 스테가노그래피 영상에서는 원래 영상의 통계적 특징이 깨지며 화소의 데이터 분포가 비교적 균일한 분포를 이룬다. 원래 영상과의 이런 통계적 차이를 이용하면 비밀 메시지가 들어 있는지 판별할 수 있다.


 

 
오사마 빈 라덴은 9·11 테러 당시 스테가노그래피 기법으로 <;모나리자>; 속에 메시지를 숨겨
테러 계획을 전달했다(위).
비밀 메시지는 화소 단위로 삽입되기 때문에 인접 화소 간에 관계를 그래프로 그려도
스테가노그래피 영상을 찾아낼 수 있다. 원본 영상은 그래프가 매끄럽게 이어지지만, 스테가노그래피 영상은 그래프가 부자연스럽게 뚝뚝 끊어진다(아래).

 
수학자 납치 사건 파일 2. 디지털포렌식 수사 결과

1. 인터넷 사용 내역
납치범이 금융 시스템과 암호, 수학 이론과 수학자에 대해 주로 검색하고 관련 사이트를 많이 방문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스위스 은행의 금융시스템에 접근해 해킹을 시도한 적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2. CCTV 영상
복원 결과 아쉽게도 모자 때문에 얼굴을 정확히 확인하기 힘들었다.

3. 납치범의 컴퓨터에서 발견된 명화
명화 이미지 파일에 암호화된 메시지가 들어 있진 않는지 스테그분석을 했다. 그 결과 명화 이미지 속에 비밀 메시지가 들어 있음을 알게 된다. 납치범은 스위스 은행의 보안암호를 알아내 돈을 탈취하려는 금융 범죄 시나리오를 누군가와 논의하고 있었다.
 

사건 파일 3 막으려는 수학 vs 뚫으려는 수학

대규모 금융 범죄 계획이 발견되다니, 수학자를 납치한 이유는 분명 암호 때문일 거예요. 좀 더 알아봐야겠어요.

뭐? 그게 수학자랑 무슨 상관이야?

보안 시스템 암호를 설정하고 푸는 데 수학이 꼭 필요하거든요. 한국대학교 수학과 교수들과 학생들을 만나 직접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맹 반장님도 같이 가시죠.
 

수학으로 막아라! RSA 암호 체계

6이 2와 3을 곱해 만들 수 있다는 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아래의 수가 어떤 두 수의 곱으로 만들어졌는지는 이 수를 만든 사람 외에는 거의 알아내기 어렵다.
 
1 2 2 8 3 2 6 1

만약 이 수가 어떤 두 수의 곱으로 만들어졌는지 알아낸 독자가 있다면 수학동아 편집실로 연락주길 바란다. 그만큼 큰 수가 소수인지 판정하거나 소인수분해 하는 건 굉장히 어렵다. RSA 암호화 방식은 바로 이런 소인수분해의 어려움에 기초한다.

1977년 MIT공대의 론 라이베스트, 아디 샤미르, 레너드 애들먼은 소수와 소인수분해의 원리를 이용해 RSA 암호 체계를 만들었다. RSA 암호 체계는 두 개의 거대한 소수와, 두 소수를 곱해서 만든 합성수 n으로 암호를 만든다. 이렇게 암호화된 암호문을 개인 열쇠 없이 해독하려면 n을 소인수분해 해야 하기 때문에, 암호를 해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1977년 당시에는 n이 100자리 수면 충분했고, 컴퓨터의 계산 성능이 굉장히 좋아진 현재에도 여전히 n이 200자리 수라면 암호가 뚫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아무리 성능 좋은 컴퓨터라고 해도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RSA 암호 체계는 국방, 금융 등 대부분의 보안 체계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현금지급기에서 비밀번호를 누르거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기 위해 신용카드 번호를 기입할 때마다 이 암호 체계가 사용되고 있다.
 

수학으로 암호를 풀어라! 리만가설

리만가설은 1859년에 등장한 이후 많은 수학자들이 매달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난제다. 지난 2000년 클레이 수학연구소(CMI)에서는 리만가설을 수학분야에서 중요한 미해결 문제 7개 중 하나로 선정하고, 100만 달러의 상금을 내걸었을 정도다.

리만가설은 소수가 어떤 규칙을 갖고 분포하는지를 밝히기 위한 가설이다. 독일의 수학자 베른하르트 리만은 1859년 베를린 학술원에 <;주어진 양보다 적은 소수의 개수에 관하여>;란 논문을 제출했다. 그리고 논문의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소수의 개수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예를 들어, 20 미만의 숫자들 중 소수는 몇 개일까? 답은 2, 3, 5, 7, 11, 13, 17, 19, 즉 8개다. 또 1000 미만의 숫자들 중 소수는 몇 개나 있을까? 100만보다 작은 숫자들 중 소수의 개수는? 리만은 논문에서 ‘리만제타함수’라고 부르는 함수에 대해 논의하고, 소수가 일정한 규칙을 갖고 있다는 몇 가지 추측들을 남겼다. 이것이 후배 수학자들에게 골치 아픈 난제로 남은 것이다.

만약 리만가설이 참이면 소수의 배열에 어떤 규칙성이 있다는 수학적인 입증을 하게 된다. 리만가설이 증명되면 소수의 분포에 대한 중요한 단서가 제공되기 때문에, RSA 암호 체계의 생명인 소인수분해를 단숨에 풀 수 있다. 그럼 소수의 원리를 이용해 만들어진 군사 암호 시스템이나 컴퓨터, 금융 보안 시스템 등이 모두 무용지물이 돼 버린다.
 

탐문 수사 결과

탐문 수사 결과, 납치범들의 범행 동기를 알아낼 수 있었다. 납치범들은 전세계 금융 보안 시스템을 무력화시키고 막대한 돈을 훔치기 위해 리만가설을 풀 것으로 예상되는 수학자를 납치한 것이다. 맹 반장은 납치범들이 전세계 금융망을 노리고 있다고 보고, 인터폴에 협조를 요청했다.
 

사건 파일 4 몽타주로 범죄자의 얼굴을 찾아라!

결국 수학자를 납치해 은행을 털려는 거였군. 납치가 일어날 당시 목격자로부터 쓸 만한 몽타주를 얻어내지 못한 것이 영 아쉽구먼.

과학수사센터에서 최면을 통해 몽타주를 다시 그려 보고 있습니다. 범행을 목격할 당시 충격으로 인해 정확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다가도, 최면을 통해 기억을 되살리는 경우도 있거든요. 몽타주가 나올 때까지 유사 금융 범죄자들에 대한 데이터마이닝도 시도해 보겠습니다.
 

범인 얼굴의 경우의 수는? 몽타주

몽타주란, 피해자나 목격자의 진술을 토대로 범인의 모습과 비슷한 눈, 코, 입 등의 자료를 합성해 범인의 모습과 유사하게 그린 얼굴 그림을 말한다. 만약 피해자나 목격자가 사건에 대해 제대로 기억을 하지 못할 경우에는 심리적 부담을 줄이면서도 진술을 확보하기 위해 최면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최면은 1960년대 미국에서 처음 범죄 수사에 응용되기 시작해,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주로 수사 초기에 피해자 등 주요한 목격증인의 불완전한 기억을 되살려 단서를 찾거나, 진술을 확보하는 목적으로 활용한다.
 
 


그런데 몽타주로 제각기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다 표현할 수 있을까? 몽타주를 통해 그릴 수 있는 범인의 얼굴은 몇 가지나 될까? 우리나라에서 쓰는 한국형 몽타주 프로그램에는 얼굴형, 머리, 이마, 눈썹, 눈, 코, 광대뼈, 볼, 입, 턱, 귀 등에 따라 총 1만 1000여 개의 유형이 저장돼 있다. 이 데이터는 2년에 한 번씩 업데이트 되며, 몽타주는 이 각각의 데이터들을 조합해 컴퓨터상에서 범인의 얼굴을 완성해 낸다.

예를 들어 현재 한국형 몽타주 프로그램에는 얼굴형 1041개, 머리 1185개, 눈 1205개, 코 1200개, 입 1140개가 저장돼 있다. 다른 얼굴 부위와 소품을 제외하고 얼굴형, 머리, 눈, 코, 입만 조합해도 나올 수 있는 몽타주의 개수는 2000조 개 이상이다. 이 정도면 웬만한 범인의 얼굴은 다 찾아낼 수 있다.

최근에는 몽타주를 비롯한 각종 정보가 모두 디지털로 처리되면서 범죄 수사를 위해 수집되는 자료의 양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정보가 많다고 좋은 건 아니다. 정보가 담고 있는 의미나 각 정보들 간의 연결고리를 밝혀내지 못하면 범죄를 입증하기 힘들고, 앞으로 일어날 범죄를 예측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넘쳐나는 자료 속에서 사건 수사에 필요한 데이터를 골라내고 그 의미를 찾는 데에는 데이터마이닝이 쓰이기도 한다.



사건 파일 5 범인의 위치를 찾아라!

데이터마이닝을 이용한 수사는 실패했지만 다행히 몽타주를 보고 범인과 비슷한 사람이 며칠 전부터 지역을 어슬렁거렸다는 제보 전화가 걸려 왔다. 수사팀은 당장 그 곳으로 출동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한발 늦고 만다. 벌써 도망을 가서 집이 휑~하구먼. 엥? 바닥에 구겨진 저 종이는 뭐야? 쓰레기인가? 어디 보자…. 글씨가 적혀 있네?
 

어둠은 연쇄된 어둠을 따르는 법. 빛을 구하려면 연쇄된 어둠을 찾아라. H.M.H.
*L dp wkh, fulplqdo, jrrg ebh


 이게 무슨 말이지?

연쇄된 어둠이란 범죄가 집중된 지역을 말하는 게 아닐까요? GeoPros를 검색해 봐야겠어요!

이봐, 쥐포…. 뭐라고?


수식을 이용해 연쇄 범죄 구역을 찾아라

 

범죄를 수사할 때 범죄자의 위치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수사 대상지역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관들은 범죄가 발생한 장소에서부터 범죄자의 거주지나 회사 등 범죄자의 거점을 예측한다. 여기에 수학이 활용된다.

지리프로파일링은 범죄가 일어난 위치의 특징을 분석해 범죄자의 거점을 예측하는 수사 기법으로, 두 가지 방식이 쓰인다. 먼저 범행 위치들 사이의 중심 지점을 찾는 공간 분포 방식이 있다. 범죄가 일어난 위치들의 분포를 보고 거리의 평균 지점 또는 중간점을 찾거나, 범행 위치들과 거리의 합이 가장 작은 위치를 찾는 식이다. 하지만 범죄자가 실제로 평균점이나 중간점을 찾아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공간 분포 방식은 잘 맞지 않는 편이다.

좀 더 수학적인 방식은 확률 거리 방식이다. 확률 거리 방식은 범죄자의 거점으로부터 거리가 먼 지역일수록 범죄 발생 수가 줄어든다는 걸 이용한다(거리 감퇴 모델). 다양한 수식을 사용해 한 영역 내에서 범죄가 발생한 위치와 거리에 따른 확률을 계산해 범죄자의 거점을 예측한다.

한국형 지리프로파일링 시스템인 지오프로스(GeoPros)는 2009년 시스템이 구축돼 2010년부터 쓰이고 있다. 범죄자의 거점으로부터 거리가 너무 먼 지역일수록 범죄 발생 수는 줄어든다. 반대로 범인은 자신의 거점으로부터 너무 가까워도 자신의 정체가 들통날까봐 범행을 저지르지 않는다(버퍼존 이론). 지오프로스는 두 이론을 바탕으로 함수식을 만들어 범죄자의 거점을 예측한다.
 


 
이를 이용하면 ‘범죄 위험 지역’을 예측할 수 있다. 예측 결과 위험도가 95% 이상이 나오면 범죄자의 거점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집중수사할 수 있다. 또한 범죄 현황이나 범죄자의 범행 경로 등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 범죄 예방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지오프로스를 이용해 찾은 범죄 위험 지역. 경찰은 붉은색으로 표시된 지역을 범죄 위험 지역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한다.
 

GeoPros 개발자,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강은경 경위

“지오프로스를 개발하기 전에는 미국 사법연구소가 개발한 크라임스탯(CrimeStat)을 활용했습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범인의 거점지를 2.7 km 반경으로 예측해 도심에 인구가 밀집한 우리나라의 지역적 특성이 반영되지 못했습니다. 지오프로스는 범인의 거점지를 반경 200m이내로 확 좁혔기 때문에 수사에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지오프로스에 유사 범죄 데이터를 입력하면 유사 범죄들이 어디에 얼만큼 일어났는지 전자지도에 쫙 펼쳐지기 때문에 이용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K는 지리프로파일링을 통해 납치범들이 최근 사라진 지점 근처에 범죄가 집중된 지역이 있음을 알아낸다. 이곳을 중심으로 탐문 수사를 벌인 결과 용의자들과 일치하는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그리고 잠복 끝에 이들을 잡아낸다. 납치범들은 자신들이 한국대학교 교수를 납치한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지만, 금융 범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게다가 수학자는 이미 풀어 줬으며, 자신들은 그저 누군가 시키는 대로 한 것뿐이라는데….
 

사건종결 보고서 수학으로 범죄를 막는다!

K가 납치범들을 심문하고 있는 사이, 수학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감사합니다. 애써 주신 덕분에 무사히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서울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돌아가면 바로 수사 본부를 방문해 감사인사를 전하겠습니다.

그래도 피해자가 풀려났다는 연락을 받으니 마음이 편하구먼. 자백만 받아 내면 사건 종료인가? 에구, 힘들구먼. 범죄가 안 일어나면 얼마나 좋겠어?

범죄 예보 시스템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이 시스템이 좀 더 발전하면 미래에는 정말 범죄를 미리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죠.


범죄 발생 확률이 높은 핫스팟을 찾아라! 범죄 예보 시스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2054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이 영화에는 ‘프리크라임’이라는 시스템이 등장한다. 프리크라임은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범행이 일어날 시간과 장소, 범인까지 미리 알려 줘 사전에 범죄를 차단한다. 첨단 미래 영화인데도, 범죄를 예측하는 시스템의 기초는 예언자다. 만약 예언자가 앞으로 당신은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 예언한다면, 그걸 어떻게 믿냐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예언자가 아니라 수학이 범죄를 예측한다면 어떨까? 최근 미국에서는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장소와 예상 시간대를 매일 알려 주는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이 프로그램은 UC 샌타크루즈대 수학과 조지 몰러 교수와 마틴 쇼트가 여진 발생 가능성을 계산할 때 쓰는 알고리즘을 참고해 만들었다. 도시를 2만 3000㎡ 단위로 나눈 뒤, 과거 8년간 발생한 범죄 패턴을 분석해 각 구역 별로 앞으로 일어날 범죄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샌타크루즈 경찰은 지난 해 7월 이 범죄 예보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 결과, 도입 후 3주간의 예보 정확도가 71%에 달했다. 예보에 따라 순찰 중이던 경찰이 범인을 현장 체포하기도 했다.

지오프로스로도 범죄를 예측할 수 있다. 지오프로스에 특정 범죄에 대한 데이터 대신 기존에 일어났던 일반적인 범죄 데이터를 유형별로 입력하면, 앞으로 그 범죄가 일어날 확률이 높은 지역을 알려 준다. 아직 범죄가 일어나지 않은 지역이라도 범죄 위험 지역으로 나왔다면, 범죄자들이 범행을 저지르기 좋은 장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그 곳의 순찰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사전에 범죄를 차단하는 것이다.
 

현상수배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수사팀은 납치범들을 상대로 공범을 캐물었지만 소득이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돌아오기로 한 수학자에게서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K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수학자에게 아직도 연락이 없나요?

뭐 올 때 되면 오겠지….

 
 

잠깐! 왜 목격자와 수학자가 서명한 서체가 똑같죠? 그러고 보니 이니셜도 비슷하잖아? 뭔가 이상해요. 혹시…? 수학자! 수학자를 잡아야 한다고요!

수학자를 의심하는 거야? 하지만 수학자는 납치범을 잡을 수 있도록 범인에 대한 힌트를 줬다고.

자신이 피해자인 척 수사에 혼란을 빚기 위한 술수일지도 모르죠! 뭔가 놓친게 있는 것 같은데…. 엇? TV 볼륨 좀 높여 봐! 뭐? 스위스 은행의 철통 보안 시스템이 뚫렸다고?

K, 설마 정말로 범인이…?!

2012년 06월 수학동아 정보

  • 김정 기자
  • 도움

    이상진 교수
  • 도움

    강은경 경위
  • 도움

    이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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