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아얏! 꿈이 아닌 건가?”
폴은 수학 시간에 졸다가 이상한 나라로 떨어졌다는게 도무지 믿겨지지가 않아 자신의 볼을 있는 힘껏 꼬집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눈물이 핑 돌 만큼 아팠다. 볼을 문지르며 학교 밖으로 나서던 폴의 눈에 이상한 건물들이 들어왔다.
“뭐…, 뭐야? 왜 건물들이 뒤집혀 있어?”

문제1 뒤바뀐 비밀번호

학교 밖 거리의 이상한 모습을 보고 폴은 혼자 낯선 곳에 내던져졌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왈칵 밀려 왔다.
‘괜히 혼자 나왔어! 살짝 후회되네…. 폴리스 말을 들을 걸 그랬나?’
무서운 마음에 뒤도 안 돌아보고 한참을 집으로 달려가던 폴. 하지만 점차 마음이 진정되며 한결 편한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건물들이 뒤집히거나 일그러졌을 뿐이지, 평소에 보던 건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어? 내가 자주 가던 떡볶이 가게인데…. 건물이 사다리꼴이네?”
“오! 저긴 학원 건물인데…, 뒤집어져 있네? 저기서 어떻게 공부를 하지? 신기하다!”
어느새 긴장이 풀린 폴은 겁먹었던 자신이 부끄러워 괜히 큰소리를 쳤다.
“이봐! 폴리스, 나 혼자서도 잘 한다고! 너만 다 안다는 듯이 혼자 잘난 척하지 말라고!”
씩씩하게 집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폴은 이제 오히려 집이 어떻게 변했을지 기대가 됐다. 하지만 학교에서 나온 순간부터 지금껏 이상한 거리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흘끔흘끔 쳐다보며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저 골목 모퉁이만 돌면 우리 집이지…. 어디 보자…, 엥?”
폴이 사는 집은 재미 없게 생긴 직사각형 건물 그대로였다. 왠지 실망스런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살던 집만큼은 그대로라는 점이 위로가 됐다.
“자, 집으로 들어가 볼까?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면…. 응? 잘못 눌렀나?”
폴은 몇 번이고 비밀번호를 눌렀지만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상하네…. 그새 비밀번호가 바뀌었나?”
뭐가 잘못됐나 싶어서 자세히 도어락 버튼을 들여다보는데…. 아뿔싸! 도어락 버튼에는 조그만 숫자들과 도형들이 그려져 있었다.
“이게 뭐야? 윽, 설마 또 문제야?”
문제2 가족 사진에서 사라진 폴

간신히 문제를 풀고 집 안으로 들어 온 폴. 그런데 “왜 아무도 없지? 엄마? 아빠! 다들 어디 간 거야? 에이~, 맨날 귀찮게만 굴던 여동생이 없으니 오히려 조용하고 좋네.”
폴은 집 이곳저곳을 둘러봤지만 특별히 달라진 점은 눈에 띄지 않았다.
“흠, 이상한 나라라고 해서 모든 게 다 달라지진 않나 보네.”
거실을 둘러 보던 폴은 자신의 집만큼은 변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니 기뻤다. 그러다가 벽에 걸려 있는 사진들을 무심코 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가족 사진 중에서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 해 여름, 가족들과 함께 바닷가에서 찍은 단체 사진에도 폴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저 사진은 분명 나도 찍었는데…! 아빠가 타이머를 맞추고 헐레벌떡 뛰어오던 게 아직도 생생한데…. 어떻게 저 사진에 내가 없을 수 있지? 어디, 다른 사진들은…? 윽!”
예기치 않은 충격에 폴은 갑자기 배가 아파왔다.
하루 종일 이상한 일을 겪다가 집에 들어와 긴장이 풀렸는데, 사진을 보고 다시 충격을 받자 복통이 시작된 것이다.
“윽, 화장실! 화장실은 어디 있지?”
다행히 화장실은 원래 있던 곳에 그대로 있었다.
폴은 얼른 뛰어들어가 일을 해결했다.
“아, 이제 좀 살겠네. 나가서 꼼꼼하게 사진들을 좀 더 살펴봐야겠어!”
하지만 폴이 변기에서 일어나려고 화장지를 찾다 보니 뭔가 이상했다. 화장지가 눈에 뻔히 보이는데 손으로 만져지지 않았던 것이다. 보이는 게 만져지지 않다니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문 앞에 화장지를 쓰려면 문제를 풀라는 화면이 깜빡이고 있었다.
“하아…, 정말 그냥 되는 게 하나도 없구만. 화장지조차 문제를 풀어야 쓸 수 있다니….”
화장지의 길이를 구하는 문제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한참을 변기에 앉아 문제를 푸느라 엉덩이가 시릴 지경이었다.
문제3 끈 길이를 구하라

“휴, 겨우 화장실을 나왔네. 집을 꼼꼼히 볼까?”
폴은 가족 사진처럼 달라진 것들이 분명 더 많을 것 같았다. 그걸 하나둘 찾다 보면 원래 있던 세상과의 차이점을 발견해, 돌아갈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지금 당장 그 차이점들이 뭘 의미하는지 알 수 없더라도, 언젠가 알게 되는 날이 오겠지.”
폴이 혼자 중얼거리는데 갑자기 집이 흔들렸다.
“헉, 집이 왜 이래? 지진인가?”
이 때 집 문이 벌컥 열리며 폴리스가 집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폴! 어서 집 밖으로 나가자!”
폴은 위험할 때마다 때 맞춰 나타나는 폴리스가 수상쩍기만 했다. 그래서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이 손 놔! 폴리스,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야?”
“길게 말할 때가 아냐. 어서 집밖으로 나가야….”
이 때 밖에서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당신들은 지금 포위됐습니다. 얌전히 집밖으로 나오세요. 3분 드리겠습니다. 그 때까지 나오지 않으면 집을 공중 분해해 버리겠습니다.”
이 소리를 듣고 폴리스가 말했다.
“이미 늦었군. 폴, 여긴 너희 집이었으니까 구조는 잘 알지? 문 말고 나갈 수 있는 통로가 있니?”
“저건 누구야? 왜 우리 집을 없앤다는 거야?
“잔소리 말고. 지금 시간이 없어.”
“어…, 옥상과 연결된 문이 있어.”
집 안에는 마침 비상시를 대비해 밧줄을 담아놓은 상자가 놓여 있었다.
“옥상에 가서 이 줄을 타고 내려가면 되겠다!”
하지만 끈을 꺼내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상자는 열리지 않았다. 대신 옆에 있는 스위치를 누르자 상자에 문제가 나타났다.
문제4 건물을 탈출하라!

“너희들 지금 집을 탈출하려는 거지? 쉽지 않을텐데? 줄만 구했다고 탈출할 수 있을 것 같아?”
옥상으로 올라가자 하늘에 떠 있는 비행선이 보였다. 그 안에 있는 괴상하게 생긴 녀석이 폴과 폴리스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폴, 왜 그렇게 도망가려고만 하는 거야? 킥킥.”
“저 괴상하게 생긴 건 뭔데 내 이름을 알고 있지?”
“무례하군! 좋아. 내 소개가 늦었군. 난 모일러라고 하네. 폴, 자네가 유명인사라는 걸 아직도 모르겠나? 이미 뮤클리드 녀석이 다녀간 걸로 아는데?”
폴이 모일러에게 눈을 못 떼자 폴리스가 말했다.
“지금 저 녀석에게 집중할 때가 아니야. 모일러는 네가 주사위를 갖고 있는 걸 알고 일부러 시간을 끄는 거라고. 어서 이 끈을 이용해 탈출하자고!”
“주사위라고? 무슨 말이야?”
폴리스는 폴의 말을 무시한 채 건물 한 켠에 매듭을 지어 줄을 고정할 수 있는 장치를 보여 줬다.
“아무 줄이나 타고 내려가면 되는 거야?”
“아니, 줄 옆에 문제가 있어.”
폴은 문제라면 지긋지긋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문제를 읽기 시작했다. 이 곳은 정말 문제를 풀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상한 나라였다.
“문제! 여섯 개의 매듭 중 네가 건물 밑으로 타고 내려갈 줄을 선택할 것! 하지만 신중하라. 이 중에는 매듭이 풀리면 끊어지는 위험한 줄이 있다. 잘못하면 건물에서 추락할 것이다!”

수학이 어긋난 이상한 나라

“폴리스, 넌 정답을 알고 있지? 피곤하게 자꾸 나 보고 생각하라고 하지 말고 네가 한번 풀어 봐.”
이 말에 폴리스가 폴을 쳐다보며 말했다.
“폴, 미안하지만 난 네 문제를 대신 풀 수 없어.”
“뭐? 이건 내 문제가 아니라 우리 문제라고. 왜 나 혼자만 이 매듭 문제며 미션들을 해결해야 되지?”
“오직 너만 문제를 풀 수 있어. 그게 규칙이야. 내가 끼어들면 규칙이 더 복잡해져서 네가 원래 있던 세상으로 돌아가는 데 방해만 될 거라구.”
“뭐? 그렇다면 할 수 없지. 하지만 이 문제만 풀면 네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알려 줘야 해. 넌 날 도와 주려고 하는 것 맞지?”
폴의 말에 폴리스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폴은 정신을 차리고 안전한 매듭을 선택해 건물 밑으로 탈출하는 데에 성공했다. 폴이 문제를 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모일러는 폴이 건물 밑으로 내려가자 다시 큰 소리로 말을 했다.
“흥, 뮤클리드 말대로 제법이군. 그렇게 수학을 싫어했다는 녀석이 어떻게 푸는 족족 다 해결하는거지? 왜 이 곳에 온 건지 이해가 안 되는군.”
폴은 모일러의 말을 듣고 다시 한번 흠칫 놀랐다.
‘이 사람들은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거지?
내가 수학을 싫어하는 것까지…. 정말 이상해.’
이 때 폴리스가 말했다.
“궁금한 게 많을 거야. 원래 아까 학교에서 어떻게 된 건지 얘기해 주려고 했는데 네가 그렇게 가 버리는 바람에 이렇게 일이 꼬인 거지.”
폴리스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왜 날 믿지 않고 학교 밖으로 나간 거야? 학교가 가장 안전한데…. 게다가 괴짜 수학자들이 너를 노리고 있다고까지 말했는데…. 생각이 있는 거니?”
이 말에 폴이 발끈하며 말했다.
“아깐 너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었어.
생각해 봐. 난 그저 수학 시간에 졸았을 뿐이라고.
그런데 눈을 떠 보니 이상해진 학교며, 거리며, 사람들이며…. 물론 지금은 내가 이상한 나라에 왔다는 사실을 인정해. 하지만 솔직히 지금도 난 누가 몰래카메라를 찍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로 혼란스러워.”
“좋아. 그럼 지금부터 내가 알고 있는 걸 설명해 줄게. 넌 수학이란 학문이 몇 천년에 걸쳐 차근차근 발전을 이룬 세상에서 왔어. 수학은 모든 과학과 사회의 기본이지. 하지만 이 곳은 달라. 수학이 있긴 하지만, 수학 개념들이 뒤죽박죽 뒤섞여 멀쩡하다가도 금세 이상하게 변해 버리지.”
폴리스의 설명에 폴이 손뼉을 탁 치며 말했다.
“아, 그래서 건물들이 그런 모습으로…?”
폴리스가 여기까지 설명을 하자 비행선에 있던 모일러가 말했다.
“자, 지루한 설명은 여기까지! 폴, 이제 본격적으로 나랑 놀아 볼까?”

2012년 02월 수학동아 정보

  • 김정 기자
  • 일러스트

    김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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