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마트와 적립카드, 수학으로 엮인 사연은?


집으로 쿠폰이 도착했다. 어머니와 함께 자주 가는 근처 마트에서 보낸 쿠폰이다. 쿠폰에는 어머니 이름이 적혀 있었다. 어머니가 자주 샀던 물건도 있고 계절에 맞게 제철 과일인 귤 쿠폰도 있었다. 크리스마스 때 선물로 주면 좋을 물건들도 여럿 있었다. 신문에 같이 끼어 들어오는 큼지막한 전단지에서는 볼 수 없었던 맞춤 쿠폰이다. 이런 쿠폰에 수학이 있다.


맞춤 쿠폰의 비밀

마트에서 어머니에게 딱 맞는 쿠폰을 보낼 수 있는 이유는 적립카드 덕분이다. 적립카드를 이용하면 물건을 산 금액의 일정 부분을 적립해 둘 수 있다. 이 적립금이 쌓이면 경품을 받거나 다시 물건을 살 수 있다. 마트가 이런 적립카드를 만든 이유는 단골을 만들기 위해서다. 적립금 모으는 재미에 많은 사람들이 마트 한 곳을 정해 놓고 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물건을 계산할 때 적립카드를 내면 물건을 산 내용이 마트에 고스란히 기록된다. 이 기록을 분석해 손님의 한명 한명이 자주 사는 물건을 파악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쿠폰을 제공하는 것이다. 적립카드를 만들 때 적은 개인정보도 함께 이용해 더 정확하게 상품을 추천할 수 있다.

맞춤 쿠폰을 보내는 데에는 수학적 알고리즘을 이용한다. 엄청나게 많은 손님에게 마트에 있는 엄청나게 많은 물건 중 몇몇을 추천해야 하는데, 이걸 사람이 일일이 다 할 수는 없다. 빠르고 정확하게 추천하기 위해선 수학과 컴퓨터의 도움이 필수다.

마트는 손님에게 딱 맞는 쿠폰을 전달하기 위해 여러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먼저 비슷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사는 물건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이 있다. 빵과 계란을 많이 산 사람들이 우유도 같이 많이 샀다면, 빵과 계란을 많이 산 어머니에게 우유 쿠폰이 날아오는 식이다.

이 알고리즘은 손님이 물건을 산 기록으로 행렬을 만들어 취향을 수치화한다. 그리고 다른 손님과의 상관관계를 구한다. 두 손님의 선호도가 비슷하면 1에 가까운 값을 갖고, 다르면 -1에 가까운 값을 갖는다. 이를 이용해 비슷한 손님이 산 물건을 서로 추천해 주기도 한다.

미리 알아둔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쿠폰을 발행하는 알고리즘도 있다. 적립카드에 가족의 생일을 기록해 뒀다면,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생일이 있는 달에 쿠폰 모음을 보낸다. 여기에는 생일 축하 카드와 함께 미역국거리, 케이크를 싸게 살 수 있는 쿠폰이 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알고리즘이 있고, 이를 만들기 위해선 수학이 꼭 필요하다.
 

적립카드는 포인트나 마일리지를 모으는 기능뿐만 아니라 손님의 구매내역을 기록한다.



나만을 위한 광고

추천 알고리즘이 마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컴퓨터를 켜 인터넷 브라우저 창을 띄우는 순간부터 계속 만난다. 포털사이트의 광고는 두 가지가 있다. 누가 들어가도 똑같은 광고를 내보내는 것과, 사람에 따라 다른 광고를 내보내는 것이다.

미국의 인터넷 검색회사 구글은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매번 다른 광고가 나오게끔 화면을 만든다. 신기하게도 내가 관심 있어 할 만한 광고가 계속 뜬다. 인터넷 서핑을 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척척맞히는 비결은 ‘쿠키’에 있다. 이 쿠키는 먹는 쿠키가 아니다. '익스플로러’나 ‘파이어폭스’ 같은 인터넷 브라우저에는 컴퓨터를 이용하는 사람의 각종 개인정보를 저장하는 공간이 있는데, 이를 쿠키라고 부른다.

쿠키에는 우리가 접속한 인터넷 사이트부터 아이디, 암호, 검색 내역까지 다양한 정보가 저장된다. 이 쿠키는 개인정보 공개 설정 정도에 따라 남들도 볼 수 있다. 많이 공개돼 있으면 인터넷을 돌아다니기만 해도 개인정보가 알려진다. 구글은 이 개인정보를 이용해 광고를 한다.

만약 인터넷에 들어가 ‘기말고사 잘 보는 법’, ‘원더걸스 새 앨범’이라는 단어를 검색했다고 하자.이 정보를 바탕으로 ‘아이돌 그룹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다. 기말고사를 앞둔 학생일 테니 문제집이나 인터넷 강의 광고를 띄운다. 그리고 온라인 음악 서비스 광고나 아이돌 그룹의 홍보 광고를 띄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의 인터넷 서점 ‘아마존’은 쇼핑했던 기록을 토대로 관심 있어 할 만한 책을 추천한다. 이 때 나이와 성별 같은 정보는 꼭 참고한다. 예전에 ‘어린이 과학동아’를 보다 더 이상 보지 않고 ‘수학동아’를 보기 시작했다면, ‘어린이과학동아’를 권하지 않는다.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니라고 판단해 ‘과학동아’나 중고등학생용 과학, 수학책을 권한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점 아마존, 아마존에서는구매내역과 검색어를 분석해 손님이 사고 싶어할 만한 책을 추천하는 기능이 있다.



오래오래 쇼핑하게끔 만들어라

백화점이나 마트는 손님이 한 번 들어가서 오랫동안 머물도록 설계돼 있다. 오래 머물면 머물수록 더 많은 물건을 살 거라는 생각에서다. 이 때문에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바깥이 보이지 않고 시계가 보이지 않는다. 쇼핑을 오래해도 시간이 지난 것을 알아차리기 힘들게 하기 위해서다.

엘리베이터를 찾기 힘든 것도 마찬가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원하는 층으로 바로 올라가면 주변에 진열된 물건을 선보일 수 없다. 그래서 엘리베이터는 찾기 힘든 구석에 놓고, 에스컬레이터를 백화점의 가운데에 놓는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층한층 오르내리면서 더 많은 상품을 보고 만지고 입어보게 하는 것이다. 에스컬레이터 앞에 세일하는 상품을 놔서 잠시 멈추고 구경하게끔 하는 건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다. 세일 상품 때문에 잠시 멈췄다 그 층을 한 바퀴 도는 경우도 많다.

상품을 진열해 놓는 높이도 중요하다. 실제로 조사한 결과 눈높이에 있는 제품이 가장 많이 팔렸으며, 눈높이보다 낮거나 높은 위치에 있으면 덜 팔렸다. 그래서 가게에선 눈높이에 가장 이득을 많이 볼 수 있는 상품을 둔다.

이런 쇼핑몰에 적용된 과학도 점차 변하고 있다. 쇼핑몰에 바깥이 시원하게 보이는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고 놀이공간과 식당을 적절히 배치하는 식이다. 변화하는 생활방식과 수학으로 분석한 결과를 고려해 더 나은 설계로 바꾸는 것이다.
 

에스컬레이터는 손님이 타고 다니며 상품을 볼 수 있게 백화점의 가운데에 배치되어 있다.



편의점 계산대의 비밀

요즘 어느 가게를 가더라도 계산대에 컴퓨터 비슷한 단말기가 하나씩 있다. 바로 POS라 불리는 판매시점관리 단말기다. 편의점에서는 이를 이용해 1500여 가지의 상품을 관리하고, 판매한다. 그리고 손님의 정보를 모아 분석한다. 손님이 물건을 살 때마다 품목, 가격, 수량이 입력돼 얼마나 팔리는지를 보고, 편의점에 물건이 충분히 있는지 계산하는 것이다. 손님의 나이와 성별을 구분하는 정보 입력 칸이 있어, 편의점 점원이 정보를 입력한다.

이를 이용해 손님에 따라, 시간대에 따라, 날씨에 따라 무엇이 많이 팔리는지를 알아 낸다. 학생들이 많이 오는 학교 근처의 편의점이라면 날씨가 추워질 것이라는 예보에 맞춰 호빵이나 따뜻한 음료를 더 가져다 놓고 부족함 없이 물건을 파는 식이다.
 

편의점 계산대의 비밀



빵과 우유 같이 놓으면 좋을까?
 

마트


예전엔 쇼핑에 과학을 적용하기 위해 사람들이 일일이 손님을 관찰했다. 이젠 이를 수학이 대신한다. 미국의 한 마트는 적립카드로 손님이 어떤 시간에 무슨 제품을 샀는지를 찾아봤다. 적립카드를 통해 손님의 개인정보와 어떤 물건을 샀는지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평일 낮에는 껌이나 사탕, 음료수가 많이 팔렸다. 이 물건을 산 사람들은 대부분 주부들이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같이 마트에 가 장을 보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걸 샀다.

마트는 이를 분석해 물건의 진열을 바꿨다. 우선 청량음료와 껌, 사탕을 식료품 코너에서 떼어내 계산대 앞에 놨다. 손님이 번거롭게 식료품 코너까지 가는 대신 계산하기 전 간단히 고를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그리고 주부들이 읽을 만한 잡지도 같이 뒀다. 이로써 손님은 더 편히 쇼핑을 즐길 수 있게 됐고, 마트는 물건을 더 많이 팔 수 있게 됐다.

청량음료와 잡지를 함께 두는 것도 고도의 계산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빵을 사면 우유도 같이 산다는 식으로 하나를 사면 다른 하나를 같이 사는 상품이 있다. 음료수와 잡지도 그런 상품 중 하나라고볼 수 있다. 문제는 마트에 있는 수천, 수만 가지의 물건 중 어떤 물건을 함께 둬야 하냐는 것이다. 이를 사람이 일일이 계산할 수도 없고 감에 의지할 수도 없다.

이 때 마트의 수학자들은 장바구니 분석이라고 말하는 수학적 기법인 ‘연관성 분석’을 한다. 이 방법은 동일한 장바구니에 함께 담기는 상품을 찾는 방법이다. 마트에 빵, 계란, 우유, 통닭, 치즈의 5개 상품이 있다고 하자. 10명이 쇼핑을 했는데 그 중 5명이 빵을 샀다. 그 5명의 장바구니에 계란과 우유가 함께 있는 경우가 3명이다. 그렇다면 ‘빵’과‘계란, 우유’는 60%의 연관성을 가진다. 이런 식으로 수천 개, 수만 개의 상품 간의 연관성을 계산한다.

엄청나게 많은 상품의 연관성을 일일이 계산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마트는 수학자에게 간단히 계산하는 방법을 묻는다. 수학자가 계산 방법을 알아 내면 컴퓨터를 이용해 계산한다.

이 밖에도 쇼핑에는 많은 수학이 숨어 있다. 갈수록 수학을 이용해 쇼핑을 더 편리하게 돕는 기술이 늘어나고 있어, 미국의 대형 마트나 백화점에서는 수학자를 직원으로 뽑는다. 예전에는 로켓을 만들 때 쓰던 최첨단 수학이 생활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우리나라 마트 대부분의 상품은 같은 품목끼리 배치돼 있다. 하지만 함께 잘 팔리는 상품은 빵과 음료수처럼 같이 진열하기도 한다.



데이터에서 금을 캐는 데이터마이닝

쇼핑을 도와 주는 여러 방법은 ‘데이터마이닝’이란 분야에서 유래했다. 데이터마이닝은 많은 양의 데이터에서 쓸 만한 정보를 뽑아 내는 것이다. 수학과 통계는 데이터마이닝에서 없으면 안 될 정도로 필수적이다.

데이터마이닝은 쇼핑 말고도 군사, 의학 등 여러 분야에서 사용하고 있다. 미사일의 정확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찾거나, 국가정보기관에서는 도청하는 엄청난 양의 통신에서 테러와 관련된 내용을 찾아내기 위해 이용한다. 그리고 의학에서는 암의 재발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데이터마이닝을 활용한다.

2011년 12월 수학동아 정보

  • 김종립 기자
  • 도움

    장영재 교수

🎓️ 진로 추천

  • 컴퓨터공학
  • 수학
  • 통계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