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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황당한 이그노벨상, 알고 보면 의미심장해

매년 10월 초면 스웨덴에서 노벨상 소식이 들려온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미국 하버드대에 세계의 눈길이 쏠린다. 노벨상을 풍자해 만든‘이그노벨상’시상식이 열리기 때문이다. 노벨상과 달리 이그노벨상에는 엄연히 수학상이 존재한다. 그동안 어떤 연구 업적들이 수학상을 받았을까?

지구 최후의 날에 지옥 갈 사람의 수까지 계산하다
 

엽기노벨상으로 불리는 이그노벨상은 시상식도 자유분방한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올해 이그노벨상 수학상은 한국인 이장림 씨를 포함해 6명의 종말론자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모두 지구 종말의 날을 예언했다가 그날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경력을 갖고 있다. 주최 측은 수학적 가설을 세우고 계산할 때 조심해야 할 필요성을 가르쳐준 공로를 수상 이유로 밝혔다.

이장림 씨는 1992년 10월 28일에 메시야의 재림과 함께 그를 따르는 이들의 승천을 예언했다가 거짓으로 판명 났다. 이 씨를 따르던 사람 중 일부는 올해 11월 15일 오전 3시가 정확한 날짜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종말론자인 해롤드 캠핑은 1994년 9월 6일에‘심판의 날’이 온다고 예언했다가 아무 일이 없자 날짜를 잘못 계산했다고 변명했다. 그는 다시 올해 5월 21일을 심판의 날이라고 주장하더니, 진정한 심판의 날은 10월 21일이라고 번복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1999년에 종말이 온다고 예언한 우간다사람과 1954년, 1982년, 1990년에 지구가 멸망한다고 예언했던 미국의 예언가들이 함께 상을 받았다.

지금까지 이그노벨상 수학상은 총 6개 팀이 수상했다. 올해 수학상이 지구 종말을 예언한 사람들에게주어졌다면, 1994년 수학상은 지옥에 가게 될 사람의 수를 계산한 팀에게 돌아갔다.

1990년 미국 남부 침례교회는 미국 앨라배마 주에 사는 사람 중에서 지옥에 가게 될 사람의 수를 계산한 보고서를 만들었다. 앨라배마 주의 각 카운티*에 사는 사람의 수와 종교를 조사한 뒤, 각 종교를 따르는 사람 중 구원받지 못한 영혼의 확률을 정리했다. 이 확률은 경험과 직감에 따라 정해졌다.예를 들어 침례교인은 대부분 구원을 받았다고 가정했고, 가톨릭교도는 많은 수가 구원받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유대교도나 이슬람교도, 무신론자 등이 구원받지 못한 확률은 100%에 가까웠다.

남부 침례교회가 예측한 앨라배마 주의 구원받지 못한 영혼의 총합= (가톨릭교도 중 구원받지 못한 영혼의 확률)×(가톨릭교도 수)+(유대교도 중 구원받지 못한 영혼의 확률)×(유대교도 수)+(이슬람교도 중 구원받지 못한 영혼의 확률)×(이슬람교도 수)+ …+(무신론자 중 구원받지 못한 영혼의 확률)×(무신론자 수)

그 결과, 앨라배마 주에 사는 사람 중 46.1%에 해당하는 186만 명이 회개하지 않으면 지옥에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남부 침례교회는 각 카운티별로 이 값을 계산해, 어느 카운티를 집중적으로 전도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았다.

이 공식을 적용하면 누구든 현재 살고 있는 지역에서 지옥에 가게 될 사람의 수를 계산할 수 있다. 지역 사람의 수와 종교를 조사한 뒤, 각 종교별로 구원받지 못한 영혼의 확률만 다시 정리하면 된다.

1993년 이그노벨상 수학상은 더 황당하다. 미국의 통계학자 로버트 페이드는 1990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러시아의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적그리스도일 확률을 계산했다. 그 결과, 확률은710609175188282000분의 1로 나왔다. 적그리스도일 가능성이 없다는 뜻과 마찬가지다. 참으로 다시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연구 업적이다.

모두가 눈 뜬 단체 사진 얻으려면 몇 장이나 찍어야?

이그노벨상의 로고에는 생각하는 사람의 동상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앞서 소개한 연구 업적들은 이 로고처럼 황당무계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황당하면서도 의미까지 담고 있는 연구 업적도 있다.

단체 사진에서 눈을 감은 사람이 한 명도 없으려면 사진을 몇 장이나 찍어야 할까? 하나, 둘, 셋 하면 눈을 뜨자고 약속해도 말뿐이다. 몇 번을 찍어도 꼭 한 명이 눈을 감았다고 다시 찍자고 한다. 이애매한 상황을 해결한 연구팀에게 2006년 이그노벨상 수학상의 영광이 돌아갔다. 호주의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의 피어스 반스 박사와 닉 스벤슨은 20명 이하의 사람이 사진을 찍는다면 밝은 곳에서는 사람 수에서 3을 나눈 수만큼, 어두운 곳에서는 2로 나눈 수만큼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밝혔다. 예를들어 18명이 단체 사진을 찍을 때, 밝은 곳에서는 적어도 6장, 어두운 곳에서는 9장을 찍어야 한다는뜻이다.

연구팀은 카메라 셔터가 열려 있는 동안 한 사람이라도 눈을 감고 있을 확률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사진을 찍을 때 사람들은 1분에 평균 10번 눈을 깜박인다. 이때 눈꺼풀이 움직여 사진이 이상하게 나올 수 있는 시간은 0.25초다. 카메라 셔터가 열렸다가 닫히는 시간은 보통$\frac{1}{125}$(=0.008)초다.

한 사람이 눈을 감아 사진을 망칠 확률을 구해 보자. 이 확률은 눈을 감는 횟수를 1초당 으로 환산한값(x)에 눈을 감고 있는 시간(t)를 곱하면 된다. 반대로 눈을 감지 않고 사진을 찍을 확률은 1-xt다.1분에 눈을 12번 깜박이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1초에는 눈을 0.2번 깜박인 셈이다. 눈을 깜박일 때 눈꺼풀이 움직이는 시간이 0.25초이므로, 이 사람이 눈을 감아 사진을 망칠 확률은 0.2×0.25=0.05다.눈을 감지 않은 사진이 나올 확률은 0.95다.

두 명이 사진을 찍을 때 둘 다 눈을 감지 않은 사진을 얻을 확률은 (1-xt)(1-xt)로 구할 수 있다. n명이서 단체 사진을 찍을 때 눈을 감지 않은 사진이 나올 확률은 ${(1-xt)}^{n}$이다. 그러므로 사진은 적어도 $\frac{1}{{1-xt}^{n}}$번 찍어야 한다.

줄자 하나로 코끼리 표면적 재기

동물은 나이가 들수록,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인 대사량이 많이 든다. 대사량을 측정할때는 표면적이 중요하다. 표면적이 넓을수록 열을 많이 뺏기기 때문이다. 코끼리 같이 큰 동물의 표면적을 측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도 케랄라농업대학교 카노스 스리쿠마르 교수는 인도코끼리의 신체 일부의 길이만 알면 몸 전체의 표면적을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는 다 자란 인도코끼리 24마리를 대상으로 신체 각 부위의 길이를 재고, 이것을 바탕으로 각 부위의 면적을 계산했다. 코, 귀, 몸통, 꼬리 등 13군데의 면적을 더해 전체 표면적도 구했다. 암컷 코끼리의 표면적은 13.56~21.18m², 수컷 코끼리는 12.16~20.97m²가 나왔다. 전체 표면적을 신체 각 부위의 길이와 비교해, 몇몇 부위의 길이만으로도 표면적을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세웠다. 그 결과 아래와 같은 식을 얻을 수 있었다.

전체 표면적 = -8.245 + 6.807 × (어깨 높이) + 7.073 × (앞발 발굽의 둘레)

바닥에서 코끼리 어깨까지의 높이와 앞발 발굽의 둘레만 알면 코끼리 몸 전체의 표면적을 알 수 있다는 결론이다. 각 코끼리는 표면적이 다르고 몸무게도 1880kg에서 5290kg으로 차이가 컸지만 위 식은 꽤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이 연구는 2002년 이그노벨상 수학상을 받았다.

X note
재미있는 노벨상, 이그노벨상

미국 하버드대의 과학유머잡지사‘AIR’는 1991년부터 다시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연구 업적에 이그노벨상을 수상하기 시작했다. 상의 이름은‘다이너마이트처럼 터지는 소다수’를 발명한 가상의 인물 이그나시우스 노벨의 이름에서 따왔다. 다이너마이트를 만든 알프레드 노벨이 노벨상을 제정한 것을 흉내낸 것이다.‘품위 없는’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이그노블(ignoble)’과도 뜻이 통한다.

하지만 진짜 노벨상을 받은 사람들이 수상자의 심사와 선정에 참여하고 시상식에서 상을 수여하는 만큼, 세계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한 상이다. 시상식은 과학 뮤지컬과 함께 진행되는데, 올해의 주제는‘화학’이었다. 주제에 걸맞게 이그노벨상 수상자에게는 주기율표가 새겨진 나무 상패가 주어졌다.

백만장자? 이 나라에선 모두가 조만장자

100,000,000,000,000.
읽기조차 힘든 이 숫자는 한 나라의 지폐에 적혀 있던 금액이다. 자그마치 100조 달러짜리 지폐. 짐바브웨 중앙은행은 100조 짐바브웨달러를 발행해 국민들에게 큰 숫자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시킨 공로로 2009년 이그노벨상 수학상을 받았다. 이 나라의 2008년 물가상승률은 2억%를 넘었다. 100원짜리 물건의 값이 1년만에 2억 원이 넘게 올랐다는 뜻이다. 한때 1000억 짐바브웨달러를 주면 겨우 달걀 3개를 살 수 있었다고 한다. 2009년 초, 짐바브웨는 1조 짐바브웨달러를 1짐바브웨달러로 바꾸는 개혁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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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수학 연구, 재미있거나 의미 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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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수학동아 정보

  • 이재웅 기자
  • 박응서
  • 허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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