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낯선 땅에서 만난 고려인 친구


에베레스트 산에 오르며 도형이 소중한 존재임을 깨달은 허풍은 뜬금없이 친구를 찾아가겠다고 난리다. 친구를 찾기 위해 우즈베키스탄의 농촌지역을 샅샅이 뒤지는데…. 허풍에겐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1 가슴 아픈 사연의 주인공

“도형아, 여긴 말이다. 우리 동포들의 가슴 아픈 사연이 있는 곳이란다.”
평소와 달리 진지해 보이는 허풍의 모습에 도형은 아무 말 없이 허풍을 따라 걷는다.
“여기가 고려인의 땅이지.”
“네? 고려인이 어떤 사람들인데요?”
“이 낯선 땅에 강제로 이주된 우리나라 사람들이지. 최근엔 독립운동가도 많이 망명해 있단다.”
한참을 수소문한 끝에 한 마을에 다다른 허풍 일행. 허풍은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이 근처라고 들었는데…. 겉모습은 조선 사람 같아 보이지만 말이 통하질 않으니 원!”
그때 누군가가 허풍의 등을 두드린다.
“자네 혹시 허풍이 아닌가?”
“으허엉. 이 친구 정말 살아 있었구먼.”
허풍은 눈물 콧물을 쏟으며 남자를 부둥켜안는다. 하지만 남자는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잠깐 진정하시게, 허풍이. 우리가 마냥 반가워할 상황은 아니네. 요즘 흉흉한 소문이 떠돌고 있거든.미안하지만 여기선 말할 수가 없네. 예전처럼 문제를 하나 낼 테니 이걸 풀어 찾아오게나.”
쪽지를 전해 받은 허풍은 유심히 살펴본다.
“시작점에서 끝점까지 선을 잇는데, 1칸 이동한 뒤에는 2칸을 이동해야 하고 다시 1칸, 2칸 이렇게 반복해서 가라는 거군. 이때 방향은 반드시 바꿔야 하고. 주어진 점은 반드시 지나쳐야 하는 거지? 여기서 방향도 바뀌고.”
“맞네. 일단 이대로 길을 찾아오게나.”
뭔가에 몰두하는 허풍을 오랜만에 보는 도형은 어찌 된 일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쪽지의 퍼즐도 궁금하다.
 

시작점에서 끝점까지 선을 잇는데, 1칸 이동한 뒤에는 2칸을 이동해야 하고 다시 1칸, 2칸 이렇게 반복해서 가라


2 독립운동가, 허풍

조그만 마당이 있는 집에 도착한 허풍 일행.
“이보게 홍석이, 나야. 어서 나와 봐.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잠시 뒤 아까 만났던 남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허풍이, 자네를 다시 보게 되다니. 하하.”
두 사람은 얼싸안고 눈물을 흘린다.
“도형아, 내가 말이다. 항상 허풍만 친다고 생각하겠지만 어설프게나마 독립운동을 한 것은 사실이란다. 이 친구는 함께 독립운동을 했던 홍석이라는 죽마고우야.”
“선생님, 왜 이제야 이런 중요한 걸 말씀하세요. 자랑스러운 일이잖아요.”
“다른 독립운동가들처럼 훌륭한 일을 하지 못했단다. 그래서 떳떳하지 못했지. 그리고 만에 하나 붙잡히기라도 한다면 너까지 사달이 날까 두려웠단다. 그래도 이렇게 알게 되는구나.”
“정말 예전 그대로구먼. 누가 뭐래도 자네는 훌륭한 의열단 단원일세.”
“그나저나 여기까지 와서 무슨 일이 생긴 건가? 방금은 왜 그런 거야?”
“러시아 정부에서 농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우리 고려인들을 강제로 이주시켜 이곳으로 보낸 것은 알고 있지? 이 일 말고도 뭔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네.”
홍석은 알 수 없는 점이 여러 군데 찍혀 있는 지도를 보여준다.
“지도에 있는 숫자는 그 숫자 주위를 둘러싼 네 점을 잇게 될 선의 개수라네. 모든 점을 지나지 않아도 되고. 아마도 문제를 해결하면 시작과 끝이 연결된 어떤 구역이 나올 것 같네.”
“이 구역이 무슨 의미인 거죠?”
도형의 질문에 홍석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한다.
“다음 강제 이주 지역으로 예상하고 있단다. 미리 안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지만….”
 

지도에 있는 숫자는 그 숫자 주위를 둘러싼 네 점을 잇게 될 선의 개수


3 강제 이주에 대한 공포

“선생님, 밖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와 있어요. 무슨 일이 있나 봐요.”
마을 사람들 여럿이 몰려온 모습을 보고 세 사람은 밖으로 나간다.
“홍석 선생님, 우리 중에 왜놈의 첩자가 있다는 게 사실입니까?”
“러시아 군인들이 또다시 우리를 쫓아낸다는 소문이 사실인가요?”
강제 이주의 고통을 겪은 사람들의 눈에는 불안과 공포가 가득하다.
“몇 해 전이었네. 러시아 정부에 협조적이지 않아 보인다는 이유로 강제 이주를 시작했지. 마치 짐짝처럼 기차에 실려 이곳까지 오게 된 거라네.”
“선생님, 아저씨. 경성에 있을 때도 힘든 일이 많았지만 나라 밖의 서러움은 더 심했었군요.”
도형은 마을 사람들의 손을 붙잡고 엉엉 울기 시작한다.
“도형아, 운다고 해결되는 건 없단다. 우린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냈잖니. 고려인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함께 찾아보자꾸나.”
“허풍이, 근처에 이주민을 관리하는 곳이 있는데, 이건 그곳에서 몰래 얻어낸 정보네. 그곳에 우리 쪽 사람이 있으니 아마 오늘 저녁이면 다른 정보를 가져올 거야. 그전에 이 숫자 퍼즐을 풀어 두세.”
“선생님, 예전에 일본에서 풀었던 퍼즐과 비슷해요. 스도쿠인가….”
“가로·세로 각 줄에 1부터 9까지 숫자가 한 번씩 나와야 한단다. 다만 색칠된 곳에는 주어진 숫자 외에는 적을 수 없고, 색칠된 칸 이전까지의 흰색 칸에는 숫자를 차례대로 쓰는 건 아니지만 숫자가 연결돼야 하지. 이건 가로·세로줄 모두에 적용되는 규칙이고. 예를 들면 3, 6, 4, 5는 되지만, 7, 2, 5는 안 된단다.”
 

가로·세로 각 줄에 1부터 9까지 숫자가 한 번씩 나와야 한다.


4 새로운 정보

“선생님, 선생님은 양파 같은 사람인 것 같아요.
껍질을 벗겨도 계속해서 껍질이 나오잖아요. 이런 양파처럼 선생님은 정말 알 수가 없어요.”
“모든 음식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양파는 맛도 좋고 특히 맵기도 하면서 달기까지 하니 그런 채소가 어디에 있겠니. 이 허풍을 그런 양파에 비교하다니 우리 도형이, 말솜씨가 제법이야. 하긴 이 허풍, 달콤하면서 매콤한 남자지. 하하하.”
이럴 때는 영락없는 평소의 허풍이다.
“이 친구 정말 변한 것이 하나 없구먼. 그러고 보니 아직 음식 대접을 못했군, 그래. 이곳저곳 여행을 하면서 경성의 맛을 잊지 않았을까 걱정일세. 사실 차린 것은 없네. 이곳 사정 알잖나? 하하.”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조국의 맛에 두 사람은 눈물이 핑 돈다.
“역시 우리나라의 맛이 제일이야. 하하.”
“정말 맛있어요. 다른 나라 요리하고는 정말 비교가 안 돼요.”
“이 맛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빨리 독립을 이뤄야 할 텐데 말이야.”
저녁식사를 마치고 초조하게 시계를 지켜보는 세사람. 밤이 늦도록 연락이 없는 것이 걱정돼 밖을 서성인다.
자정이 다 돼 갈 무렵 드디어 또 다른 정보가 전달된다.
“숫자배열에 대한 퍼즐 같구나. 아까 해결한 문제와 연결돼 무언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쪽지에 있는 숫자는 간단했다.
“검은색은 숫자와 위치가 맞는 것이고, 흰색은 숫자만 맞고 위치는 다른 것이에요. 아마도 네 자리 숫자를 맞히는 것 같아요.”
 

검은색은 숫자와 위치가 맞는 것이고, 흰색은 숫자만 맞고 위치는 다른 것이다. 네 자리 숫자를 맞히는 것이다.


★ 다음을 기약하며…

허풍 일행은 ‘1937’이라는 숫자를 얻었다.
“단순한 연도는 아닐 텐데…. 아마도 1937년에 무슨 일이 있을 것 같구나.”
그때 정보원이 다시 돌아온다.
“당분간 강제 이주는 없을 것 같습니다. 계속되는 강제 이주는 러일 전쟁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이 러시아의 입장이에요."
정보원의 말을 듣던 허풍과 홍석은 안도하면서도 언젠가 또다시 이런 일을 겪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다.
“언제 또 강제 이주가 있을지 모르겠군. 언제쯤 이런 일을 겪지 않을지….”
“자네가 여기서 힘을 좀 써주게. 난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워 경성으로 돌아가겠네.”
“아니야. 나는 하루라도 빨리 조국으로 돌아가서 자네들이 돌아오기 전에 여러 가지를 준비해 두겠네. 부디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와 주게. 분명히 자네들의 경험과 지식이 필요하게 될 거야.”
먼 이국땅에서 강인한 생명력으로 살아가는 동포를 만난 허풍과 도형. 뜨거운 마음을 안고 다음 여행지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정답
 

2011년 07월 수학동아 정보

  • 조가현 기자

🎓️ 진로 추천

  • 역사·고고학
  • 문화인류학
  • 노어노문·러시아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