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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별 수학 교과서가 도입되는 이유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2014년부터 수준별 교과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 3년 동안 교과서가 차례로 바뀌고 있는데, 왜 또 교과서를 바꾸려는 것일까. 수준별 교과서는 어떤 것일까.

수학 학습을 구성하는 3대 요소는 학생, 교사, 수학 지식이다. 우리나라 학생이 배워야 할 수학 지식을 국가 수준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이 수학과 교육과정이고, 이를 학생 수준에 맞게 구체적으로 설명해 놓은 것이 수학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학생의 수학 학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은 수학 교과서인 셈이다.

지난 1월 24일 교과부는 올해 말까지 ‘2009 개정 교육과정’의 학년군과 교과군 도입 취지를 살려 교과별 교육과정을 개정하고, 2014년부터 개정된 교과별 교육과정을 초1·2, 중1, 고1 학생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수학과 영어에 수준별 교과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해 수학 교과서도 바뀔 예정이다.

교과부에 따르면 교과내용의 양과 수준이 적정하게 조정되고, 교과간·학년간 연계성이 강화된다. 또 과목별로 성취수준이 명확해지고 구체적으로 제시되며, 수준과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수학은 기본과 보통, 심화 과정으로 분류돼 수준별 교육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교과부가 발표한 수준별 수학 교과서는 지금까지의 수학 교과서와는 많은 차이점이 있을 것으로 보여 많은 사람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에 그동안 사용됐거나 사용 중인 수학 교과서는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고, 2014년부터 학교현장에서 사용하게 될 새 교과서에 대해 초등과 중등 분야로 나눠 전망해 보고자 한다.

초등 수학 교과서 변화에 대해서

수학과 교과내용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초등학교 수학 교과서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미지수다. 수준별 교육과정도 과거 교육과정이 바뀔 때마다 언급되던 내용이다. 실제 2007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수준별 수학 교과서에 대해서 많이 논의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수학과에서 수준별 교과서를 만드는 건 매우 어렵다. 특히 반을 이동하는 방식을 일반 초등학교에까지 적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새로 언급되는 수준별 교과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될지 예상하는 것은 아직까지 불가능하다.

대신 최근까지 변화해온 수학 교과서의 흐름을 살피면 새 교과서의 방향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이에 가장 최근인 2007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 변화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앞으로의 변화를 가늠해보자.

수학을 배우는 즐거움 높이며, 개념을 확인하고 다지기

제7차 교육과정에서 2007 개정 교육과정으로 바뀌면서 초등학교 수학과 교육과정과 수학 교과서도 주요 내용이 달라졌다. 우선 단계형 수준별 교육과정이 폐지됐다. 대신 수준별 수업 방법은 학교에 자율권을 부여하고, 교수·학습 방법으로서 수준별 수업을 권장하고 있다.

두 번째로 심화과정이 사라지고, 논리적인 추론 능력과 수학적인 문제해결력을 키우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 의사소통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수업에 공학적인 도구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세 번째로 학생이 실생활에서 수학의 역할과 유용성을 잘 알 수 있도록 수학 교육을 진행하고, 수학을 배우는 즐거움과 자신감, 흥미 등 긍정적인 수학 태도를 키우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평가 항목에 학생이 수학으로 자신의 의견을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고, 수학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가를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제7차 수학과 교육과정에 따른 초등학교 수학 교과서는 내용이 수학교육 교수·학습 지도 모형인 현실, 모델, 약속, 방법의 단계로 구성됐다. 그러나 2007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여러 가지 경험을 바탕으로 형성된 개념을 확인하고 다지기 위해 약속, 모델, 현실의 단계를 거치도록 바뀌었다. 3학년 1학기 ‘4. 나눗셈 단원’에서 형성한 자연수 나눗셈의 개념을 확인하고 다지기 위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제시했다.

 

같은 수를 거듭 빼 나눗셈 개념을 확인하고 다지는 과정 & 똑같게 나눠 나눗셈 개념을 확인하고 다지는 과정


같은 수를 거듭 빼 나눗셈 개념을 확인하고 다지는 과정

●나눗셈 24 ÷ 4 = 6에 알맞은 것을 여러 가지로 나타내시오.
ㆍ축구공 24개를 4개씩 묶어 덜어 내시오.
ㆍ24에서 0이 될 때까지 4를 빼는 뺄셈식으로 만들어 보시오.
ㆍ연필과 어린이를 이용하여 나눗셈식 24 ÷ 4 = 6에 알맞은 문장을 만들어 보시오.

똑같게 나눠 나눗셈 개념을 확인하고 다지는 과정

●나눗셈 20 ÷ 5 = 4에 알맞은 것을 여러 가지로 나타내시오.
·공깃돌 20개를 5개의 접시에 똑같게 나누어 보시오.
·공깃돌과 어린이를 이용하여 나눗셈식 20 ÷ 5 = 4에 알맞은 문장을 만들어 보시오.

어림셈, 머리셈, 필산 등으로 계산 순서 지도하고, 열린 질문은 적정하게

실생활에서 계산은 대부분 대략적으로 값을 계산하는 ‘어림셈’으로 한다. 그런데 여기서 정확한 계산이 필요하면 먼저 머리로 계산하는 ‘머리셈(속셈)’을 한다. 그런데 숫자가 크거나 복잡해 머리셈이 어려울 때는 종이와 연필을 이용해 써서 하는 ‘필산’으로 계산한다. 이처럼 2007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는 계산에서 어림셈, 머리셈, 필산의 순서로 가르치고, 마지막에 다양한 방법으로 계산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3학년 1학기 ‘2. 덧셈과 뺄셈’ 단원에서 문제가 나오는 순서를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3학년 학생 568명과 4학년 학생 585명이 박물관 체험학습을 갔습니다.

3학년 학생 568명과 4학년 학생 585명이 박물관 체험학습을 갔습니다.


·학생 수는 모두 몇천 몇백 몇십 명으로 어림할 수 있습니까(어림셈)?
·568 + 585를 머리셈과 필산으로 계산하시오(머리셈과 필산).
·568 + 585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계산하여 봅시다(다양한 방법으로 계산).

‘왜 그렇게 생각했습니까?’라는 열린 질문은 제7차 수학과 교육과정에 새롭게 도입된 질문의 핵심이다. 학생이 논리적인 사고력을 키우고 창의적인 사고력을 기르도록 하는 좋은 질문이다. 그런데 학교 현장에서 열린 질문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혼란이 생기기도 했다. 이에 2007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는 열린 질문을 잘 다듬고 골라 실었다. 5학년 1학기 ‘2. 약분과 통분’ 단원에서 형성한, 분수의 크기 비교 개념을 논리적으로 확인하고 다지기 위해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frac{1}{4}$ 과 $\frac{2}{8}$의 값은 같습니까?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

수학 교과서의 평가 문항도 열린 질문으로

수학 교과서에서 평가 문항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새로운 평가 방법을 도입하기에 앞서 다음 3가지 평가 방법 중에서 어느 평가 방법이 가장 교육적인지를 교사와 학부모, 학생에게 조사했다.

[평가방법 1] 45+19의 값을 구하시오.
[평가방법 2] 45+19의 값을 구하는 과정을 쓰시오.
[평가방법 3] 왜 45+19=64인지 서로 다른 3가지 방법으로 설명하시오.

그 결과 ‘평가방법 3’이 가장 교육적이라는 반응을 얻었다. 이에 따라 현행 대한민국의 수학교육을 정상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평가방법 3이라고 판단하고 2007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에 평가방법 3을 도입했다. 먼저 개념 형성을 확인하고 다지는 문장 만들기가 도입됐다.

● ‘3475’를 넣어 문장을 만들어 보시오(3학년 1학기).
●식 3 + 24 ÷ ( 8 - 2 ) = 7에 알맞은 문제를 만들어 보시오(4학년 1학기).
●나눗셈 $\frac{9}{10}$÷$\frac{2}{5}$에 알맞은 문제를 만들고 답을 구하시오(6학년 1학기).

그리고 개념 형성을 확인하고 다지는 평가 문항에 평가방법 3이 적용됐다.

●21 ÷ 3의 몫은 7입니다. 왜 21 ÷ 3 = 7인지 서로 다른 3가지 방법으로 설명하시오(3학년 1학기).
●왜 2.7 + 3.48 = 6.18인지 2가지 방법으로 설명하시오(4학년 2학기).
●삼각형의 넓이를 구하는 방법은 왜 (밑변) × (높이) ÷ 2인지 2가지 방법으로 설명하시오(5학년 1학기).

이와 같은 교과서의 평가 문항의 변화로 교과부는 몇 가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첫째, 교사가 다양한 풀이 방법을 요구하는 학생에게 항상 답변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해, 학교 수학교육이 정상화될 것이다. 둘째, 학생이 수학 개념과 원리, 법칙에 대한 다양한 풀이 방법을 찾으면서 학생의 창의력이 길러질 것이다. 셋째, 학교 수학교육이 정상화되면서 교사가 학교 수학교육의 주체가 돼 교권이 확립되고, 교사의 사기가 올라가 공교육이 활성화될 것이다. 넷째, 수학교육에서 ‘왜 그렇게 생각했습니까?’와 같은 열린 질문을 통해 초등학교에 다양한 토론 문화가 형성될 것이다.

사실 평가 문항의 변화로 얻어지는 효과만 제대로 나타나도 더 이상의 변화가 필요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교육과정 전체의 흐름이 크게 바뀔 수 있어 수학에서도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어쨌든 과거처럼 논의 수준으로 진행될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2014년 중·고 수학 교과서, 수준별 도입은 어디까지?

정부는 국가 교육과정이 개정될 때마다 개정 교육과정의 내용을 반영한 새 교과서를 학교에 보급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교과서의 질을 심사하는 교과서 검인정 제도를 운영해, 이를 통과해야만 학교에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교과서가 일정 수준 이상의 우수한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수학은 제6차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부터 조금씩 변해 왔다. 제6차 교육과정에 따른 수학 교과서는 학생이 자습서 없이도 스스로 수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하려고 수학 개념을 더 상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교과서 뒷부분에 교과서에 실린 문제의 답과 간단한 풀이를 제공했다.

이것은 학생 스스로 많이 탐구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만 그 수학 지식이 진정으로 자신의 것이 된다는 교육철학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교육철학은 제7차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에서 더 강화돼 제7차 교육과정을 따른 교과서부터는 더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스스로 탐구하고 생각해야 자신의 지식 된다
 

고등학교 수학 10-가 두산 수학 교과서(제7차) 154쪽.


우선 수학 개념을 소개하는 방식이 바뀌었다. 이전 수학 교과서가 새로운 수학 개념이나 원리를 설명하고 이에 따른 문제를 제시하는 형태였다면, 제7차 교과서부터는 새 개념이 나올 때마다 ‘탐구활동’이나 ‘생각 열기’ ‘다가서기’ 등을 제시해 그 개념이 실생활과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 또는 이전에 배운 지식과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먼저 제시하고 이들과 관련지어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그림과 같이 고등학교 1학년 수학 교과서에 제시된 사례를 보자. 이 사례는 고등학교 1학년에서 이차부등식을 도입할 때, 이차부등식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사용될 수 있으며, 왜 필요한지 보여주려고 이차부등식 풀이 방법을 소개하기 전에 생각해보기 문제로 제시한 것이다.

두 번째로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학습 활동이 강화됐다. 제7차 교육과정에 따른 거의 모든 수학 교과서는 새로 배운 수학 개념이나 원리와 관련된 실생활 문제를 제시해, 배운 개념과 원리를 이용해 실생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코너를 제공했다. 수학 지식이 교과서에 머물지 않고 우리가 살고 있는 생활 주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알려줘 학생이 수학의 유용성과 필요성을 인식하게 하고,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기 위한 목적이었다.

세 번째로 제7차 수학과 교육과정에 ‘심화과정’이라는 항목이 생기고, 교과서에 포함됐다. 제7차 수학과 교육과정에서는 학생마다 능력과 수준 차이가 큰 점을 고려해, 우수 학생이 더 깊이 있는 수학을 학습할 수 있도록 대단원마다 그 단원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는 내용을 심화과정이라는 항목으로 제시했다. 교과서에서는 대단원이 끝나기 직전에 1~2쪽에 걸쳐 이와 관련된 학습 내용을 제시했다.

한편 심화과정은 수학에 흥미가 있는 학생, 수학 실력이 우수한 학생이 더 깊이 있게 수학을 공부할 수 있게 하려고 제공했는데, 부작용이 나타났다. 많은 학부모와 학생이 이를 필수로 배우길 원하는데다 교사들도 교과서의 모든 내용을 다루려다 보니, 학습량이 많아졌다는 불만이 생겼다.

컬러로 관심 유발하고, 익힘책으로 수준별 학습 강화
 

중학교 1학년 (주)두산 수학 교과서 70쪽.


2007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서 수학 교과서는 또 바뀌었다. 제7차 교과서에서 추구한 방향 중 올바른 것은 유지·강화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과감하게 개선했다. 2007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수학 교과서는 외형적으로 가장 크게 변했다. 제7차 교과서에서 수학만 2도 컬러였는데, 2007 개정 교과서에서는 수학도 4도 컬러를 사용할 수 있게 돼 다양한 컬러 사진이 학습 자료로 활용됐다. 이에 따라 시각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학생의 관심과 호기심을 유발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두 번째로 중·고등학교에 교과서 외에 익힘책이라는 보조 학습교재가 함께 제공됐다. 이때 교과서에는 모든 학생이 필수로 학습해야 할 내용을 담고, 익힘책에는 학생이 자신의 수준과 능력에 맞게 학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수준의 학습 내용을 담았다. 예를 들어 중학교 1학년은 본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이 내용과 관련된 초등학교 수학 내용을 문제 형태로 미리 제시해 기초가 부족한 학생이 보완 학습을 할 수 있게 했다. 수학 실력이 우수한 학생은 더욱 깊이 있는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수준 높은 심화문제를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또한 기본적인 학습내용에 대해서도 학생이 충분히 반복하고 연습하면서 익힐 수 있도록 풍부한 문제를 제공해 학생이 교과서와 익힘책만으로도 충분하게 수학을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세 번째로는 교과서뿐만 아니라 익힘책에서 수학과 관련된 재미있거나 유용한 읽기 학습자료를 풍부하게 제시했다. 학생의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하고 수학의 다양한 활용과 필요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려는 노력이다.

네 번째로는 제7차 교과서에서 강조한 탐구활동이나 실생활 문제해결 활동을 더욱 체계화해 강조했다. 또 수학 실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제시됐다. 2007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에 따른 수학 교과서는 탐구활동을 통해 새로운 수학 개념을 발견하거나 조직하는 학습 과정을 더욱 강조했고, 문제해결 능력뿐만 아니라 의사소통 능력, 수학적 추론 능력을 키우기 위한 학습 상황을 뚜렷하게 제시했다.

이와 같은 교과서의 변화 방향은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2014년부터 적용될 새 교과서에서도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고등학교 교과서는 기초·보통·심화과정으로
 

고등학교 교과서는 기초·보통·심화과정으로


2014년에 수준별 교과서를 도입한다는 교과부의 발표는 앞으로 더 구체화될 것이다. 이번 발표로 많은 국민은 수학 교과서가 앞으로 동일 과목 내에서도 수준별로 발행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즉 중학교 1학년 수학 교과서가 수준별로 상, 중, 하의 3권으로 발행되는 것처럼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교과부에서 이 정도까지 교과서 체제를 변화시킬지에 대해서 아직까지는 확정한 것이 없기 때문에 섣부르게 예측하지 않는 것이 좋다.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에 따라 예상하면 교과부에서 수준별 교과서를 도입한다고 발표한 것은 고등학교 수학과 교육과정이 기본과정, 보통과정, 심화과정으로 구분되고, 각 과정에 따라 다른 수준의 수학 내용이 제공되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 수준별 교과서가 도입된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즉 기본과정에 제시되는 ‘기초수학(가칭)’ 교과서는 고등학교 수학을 정상적으로 배우기에 기초가 부족한 학생을 대상으로 고등학교 수학을 학습하기 전에 먼저 갖춰야 할 수학 지식을 쌓기 위해 중학교 수준의 수학 내용을 학습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반면 심화과정의 수학, 즉 고급수학Ⅰ 또는 고급수학Ⅱ 교과서는 수학 실력이 우수한 학생이 보통과정보다 더 깊이 있는 수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연계해 심화 내용으로 구성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앞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은 자신의 수학 실력에서 기초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먼저 기초수학을 배워 수학 기초를 탄탄히 하고, 이어서 보통과정에 있는 수학Ⅰ, 수학Ⅱ 등의 과목을 배우면 된다. 한편 수학 실력이 우수한 학생은 보통과정에 있는 수학Ⅰ, 수학Ⅱ, 미적분Ⅰ, 미적분Ⅱ, 확률과 통계, 기하와 벡터 등과 같은 과목 중에서 자신의 진로와 흥미, 관심을 고려해 적절한 과목을 선택해서 배운 뒤, 더 깊이 있는 내용을 학습하고 싶으면 심화과정에 있는 고급수학Ⅰ, 고급수학Ⅱ를 선택해 배우면 된다.

새 교육과정에 따른 수준별 교과서는 학교에서의 수학 수업이 학생의 수학 수준과 능력, 진로와 관심사를 더 깊이 있게 반영하는 형태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고등학교에서의 변화일 뿐, 중학교 수학 교과서까지 수준별 교과서가 도입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중학교에서 수준별 교과서를 도입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서는 더 깊이 있는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의무교육 단계인 중학교에서 학생별로 다른 수학 내용을 배우도록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없는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 같은 학년에서 내용이 다른 수준별 교과서로 학습할 경우,한 번 ‘하’ 수준에서 공부한 학생은 다음 학년에서도 이 수준에 고착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수학에 대한 학습 의욕이 떨어져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이 늘어날 수 있다. 이처럼 중학교 수준에서는 수준별 교과서를 도입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충분하게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한 뒤에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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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3월 수학동아 정보

  • 박선화 학력향상연구실장
  • 배종수 교수
  • 진행

    박응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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