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의 동그란 고리가 있다. 이 3개의 고리는 서로 연결돼 있는데, 이 중 하나를 자르면 어떻게 될까? 놀랍게도 나머지 고리가 모두 풀린다.
이것은 수학에서 ‘브륀 연결(Brunian link)’이라 부르는 구조 중에서 가장 단순한 ‘보로메오 고리(Borromean ring)’다. 이와 같은 연결구조는 수학의 한 분야인 위상수학에서 다룬다. 위상수학에서 손잡이가 하나인 컵은 도넛과 모양은 다르지만 연결 상태와 구조가 같다고 본다.
보로메오 고리는 이론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2006년 초저온 세슘 원자 가스에서 발견됐다. 절대영도(영하 273.15℃) 근처에서 세슘 원자는 3개가 하나의 분자를 구성하는데, 세슘 원자 중 하나를 들어 올리자 3개의 원자가 함께 움직였다. 즉 3개의 세슘 원자가 보로메오 고리처럼 연결돼 있다는 뜻이다. 이후 보로메오 구조는 2010년 일본 연구진에 의해 원자핵 사이에서도 발견됐다.
한편 노르웨이공대의 수학자 닐스 바스 교수는 고리가 3개일 때뿐 아니라 4개 이상일 때도 브륀 연결구조가 만들어짐을 증명했다. 4개 이상의 고리로 연결된 구조는 ‘초구조’라고 부르는데, 현재 바스 교수는 뉴욕대 네트 시먼 교수와 함께 초구조를 연구하고 있다.
바스 교수는 “초구조는 아직까지 실제로 발견되지 않았지만, 입자들 중에 초구조를 이루는 물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기존 컴퓨터보다 성능이 뛰어난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영국의 과학주간지 ‘뉴사이언티스트’ 1월 8일자에 보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