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컴퓨터 없인 금융 없다?


이제 우리는 컴퓨터 없이 살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수조 원에서 수백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액수의 돈을 관리하는 은행 같은 금융기관에서는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입금과 출금 같은 은행 고유의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도 필요하겠지만 금융기관에서 투자한 상품의 위험을 측정하거나 거래되는 상품의 공정한 가격이 얼마나 되는지 평가하기 위해서도 컴퓨터는 없어서는 안 될 도구랍니다. 이번 호에서는 금융과 컴퓨터에 대한 이야기를 하도록 해요.


계산을 빨리 하려고 개발된 컴퓨터

요즘에는 컴퓨터를 이용해 인터넷을 하거나 문서작성, 게임 등을 많이 합니다. 컴퓨터가 워낙 다양하게 사용되다보니 컴퓨터 고유의 역할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컴퓨터는 계산을 빨리 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답니다. 컴퓨터는 영어로 computer인데, compute(계산하다)에서 나온 말입니다. 계산하는 장치나 기계라는 뜻이죠. 이처럼 컴퓨터는 사람이 직접 계산하기 어려운 문제를 빠르고 쉽게 풀 수 있게 하려고 만들었답니다.

우리나라에서 덧셈과 뺄셈 등을 빠르게 하려고 사용하는 주산과 같은 역할을 컴퓨터가 한 셈이지요. 주산에서 작은 알을 올리고 내리면서 숫자를 바꾸며 빠르게 계산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컴퓨터에서는 회로에 전기가 들어오는 것으로 합니다.

회로에 전기가 흐르면 1, 흐르지 않으면 0이 되는 것이죠. 이런 회로를 두 개 연결하면, 둘 다 전기가 흐르지 않는 경우는 00, 두 번째만 전기가 흐르는 경우는 01, 첫 번째만 흐르는 경우는 10, 둘 다 흐르는 경우는 11이 되므로 총 4가지 경우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컴퓨터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여기서 다 다룰 수 없지만 아무튼 컴퓨터가 수학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사실은 알 수 있겠지요? ‘컴퓨터의 아버지’라 불리는 폰 노이만도 다재다능한 수학자랍니다.


순식간에 반복 계산을 해결하는 엑셀

컴퓨터로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는 우철이에게 물었습니다.

아빠 | 우철아, 컴퓨터를 사용해서 23+47을 계산해 보자.
우철 | 컴퓨터로 더하기를 어떻게 하죠? 아, 계산기가 있구나! (우철이는 보조프로그램에 있는 계산기를 클릭하고 ‘23+47=’을 눌러 70이라는 값을 구했습니다.)
아빠 | 그럼, 1부터 1000 사이에서 홀수만 다 더해 볼래?
우철 | 아빤, 그걸 다 어떻게 더해요. 다 더하다가는 손에 쥐가 날 거예요.
아빠 | 우철아, 컴퓨터는 방금 내가 물은 것처럼 사람이 직접 계산할 경우 몇 시간 걸리는 것도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해결할 수 있단다.
우철 | 믿어지지가 않는데요?
아빠 | 그럼, 프로그램에서 엑셀프로그램을 열어보렴.
우철 | (엑셀을 연 뒤) 빈칸이 아주 많네요.
아빠 | 그래, 이 빈칸들은 계산을 하거나 많은 데이터를 다루기 편리하도록 있는 거란다. 자, 아빠가 몇 가지를 보여주마.

먼저 엑셀의 첫 번째 칸에 ‘=23+57’이라고 쓰고 Enter 키를 쳤더니, 그림처럼 답 70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우철이는 신기해 했습니다. 이번에는 자판에서 Alt와 F11 키를 동시에 눌러 새 창을 띄웁니다. 그리고 메뉴 삽입 항목에서 모듈을 누른 다음, 프러시저를 클릭하니 팝업창이 만들어졌어요. 이 팝업창에 있는 이름 칸에 임의로 oddsum이라고 쓴 뒤 확인 버튼을 누르고 이때 만들어진 화면에 그림처럼 프로그램 명령어를 입력했습니다.
 

엑셀


다시 엑셀로 돌아와 시작이라는 단추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단추를 누르니 1부터 1000 사이의 홀수를 더한 답 250000이 첫 번째 칸에 나타났습니다. 이걸 본 우철이의 입이 쫙 벌어졌습니다.
 

미국 노던콜로라도대 먼포트경영대는 컴퓨터를 이용해 금융이론 수업을 한다.


엑셀에서는 이처럼 복잡한 계산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비주얼베이직이라는 프로그램을 연결시켜 놓았는데, 이것으로 반복 계산을 쉽게 하는 방법을 우철이에게 보여준 것이지요. 컴퓨터가 이렇게 계산을 잘하는지 몰랐던 우철이가 깜짝 놀랄 만한 일이죠.

실제로 우리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엑셀프로그램을 이용해 주식의 가격이나 이자율의 움직임을 모델링할 수도 있고,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권리를 얻는 옵션이나 신용부도스와프(CDS)와 같은 금융상품들의 공정한 가격도 알아낼 수 있답니다. 투자한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측정하는 위험값(VaR)도 당연히 계산할 수 있지요.


1초에 수십만 번 주문 내는 알고리듬 트레이딩

최근에는 주식이나 옵션 등을 사고파는 거래소에서 가격이 보통 때와 다르게 변하면 빠른 속도로 주문을 해 다른 사람보다 빨리 사고팔아 이익을 보는 ‘알고리듬 트레이딩’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알고리듬 트레이딩은 컴퓨터가 자동으로 주문 수량과 가격을 결정하고 적당한 주문 시점을 선택해,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사고팔면서 이익을 내는 거래방법을 말합니다.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컴퓨터가 거래 흐름을 파악하고 정해진 규정에 맞는 거래 흐름이 나타나면 자동으로 거래를 하도록 만든 것이지요.

예를 들어 어떤 투자자가 옵션가격에 대한 정교한 이론을 만듭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옵션이 자신이 정한 이론가격보다 오르거나 내리면 아주 빠른 시간에 다시 이론가격으로 돌아온다고 가정해요. 그러면 이 투자자는 옵션가격이 이론가격보다 높아지거나 낮아지면 재빠르게 팔거나 사서, 이론가격으로 되돌아왔을 때 다시 사거나 팔아 이익을 취할 수 있습니다.

세계의 금융시장에는 이런 사람들이 매우 많아 기회가 왔을 때 누구보다 빨리 거래를 할 수 있게 주문을 내는데, 이런 일을 컴퓨터가 도와주거나 대신한답니다. 미국과 영국 등 금융 선진국에서는 아주 활성화된 거래방법으로 좋은 프로그램을 가진 컴퓨터는 스스로 1초에 수십만 번의 주문을 내기도 한답니다.

항상 이익을 볼 수 없는 경우라도 만일 이익을 볼 확률이 55%, 손해를 볼 확률이 45%인 거래가 있다면, 이런 거래를 아주 많이 반복하면 큰 위험에 처하지 않으면서도 꾸준하게 이익을 낼 수 있지요. 이것이 통계적인 기법을 금융상품 거래에 응용한 것입니다.

실제 금융기관에서는 엑셀보다는 C 또는 C++이라는 프로그램을 더 많이 사용한답니다. 속도도 빠르고 엄청나게 많은 양을 다룰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이 외에도 많은 종류의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어요. 앞으로 금융전문가가 되려면 컴퓨터 프로그램을 잘하는 것이 필수랍니다. 비주얼베이직과 C 또는 C++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직접 프로그래밍을 하다 보면 더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수학도 더 잘하게 된답니다.


폰 노이만

폰 노이만은 헝가리 출신의 미국 수학자로 함수해석학, 수치해석, 집합론, 위상수학 등 수학 분야뿐만 아니라 컴퓨터, 양자역학, 경제학, 통계학 등 여러 학문 분야에 걸쳐 다양한 업적을 남겼습니다. 특히 경제학에서 많이 쓰이는 게임이론 같이 수학을 바탕으로 한 지식을 응용해 다양한 분야를 발달시킨 뛰어난 수학자 중 한 명입니다.

컴퓨터와 관련해서는 1940년대 컴퓨터 중앙처리장치에서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는 방법에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해 현대와 같은 컴퓨터가 가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노이만 방식 또는 프로그램 내장방식으로 불리는 현대식 컴퓨터가 등장해 디지털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할 수 있었죠. 현재 사용되는 컴퓨터의 99.9%가 노이만 방식이거나 이를 변형한 형태랍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1년 01월 수학동아 정보

  • 전인태 교수
  • 일러스트

    이경국
  • 사진

    동아일보

🎓️ 진로 추천

  • 컴퓨터공학
  • 금융·보험학
  • 수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