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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담수담] 몸으로 느끼는 수학은 좋은 기억을 남겨요-손대원 진주외국어고등학교 수석 교사

 

‘수학이 너무 어려워요’, ‘수학이 재미없어요’ 수담수담 온라인 클래스 강연에 참여한 많은 학생이 이런 질문을 올렸습니다. 수학을 재미있게 공부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여기, 수학에 재미를 느끼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사단법인 전국수학문화연구회 회장이기도 한 손대원 진주외국어고등학교 수석 교사입니다. 쉽고 재미있는 수학 수업을 만들기 위해 여행 코스를 짜기도 하고, 3차원(3D) 프린터를 직접 조립하기도 하죠. 손대원 선생님이 추천하는 즐거운 수학공부법은 무엇인지 살펴볼까요?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손대원 진주외국어고등학교 수석 교사의 연구실은 마치 장난감 가게 같았습니다. 다양한 수학 교구들이 칠판과 책상, 책장 위를 가득 채우고 있었거든요. 신기한 듯 이리저리 둘러보는 기자에게 손 선생님은 직접 제작한 오더리탱글을 주셨습니다. 손 선생님이 만든 오더리탱글은 조금 특별했습니다. ‘Cabri 3D’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도면 설계부터 3D 프린터로 재료를 출력하는 것까지 직접 한 수제 오더리탱글이었거든요. 오더리탱글을 한참 동안 만지작거린 기자는 막대들이 서로를 어떻게 지지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오더리탱글의 원리를 묻자 손 선생님은 기다렸다는 듯 원리를 설명해 주시며 “직접 만지고 놀면서 한 수학 공부는 쉽게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기자 어릴 때부터 수학을 잘하셨나요?

손대원 선생님 어렸을 적엔 수학을 유달리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 수학보다 디자인이나 음악 등 예체능에 관심이 더 많았죠. 하지만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후로 수학의 정직함에 매료됐습니다. 다른 과목과 달리 수학은 노력에 비례해 점수가 나왔거든요. 영어나 국어는 아무리 공부해도 점수가 잘 안 오르는 반면, 수학은 노력한 대로 점수가 쑥쑥 올랐어요. 또 과정을 이해하면서 어떤 명제로부터 규칙에 따라 결론을 이끌어 내는 연역적 접근 방식이 마음에 들었어요. 삼각형의 무게중심을 배울 때는 중선 3개가 한 점에서 만난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신기했고, 무게중심이 중선을 2:1로 내분한다는 사실이 놀라웠죠. 교사로 근무한 아버지와 형님의 영향을 받아 대구대학교에서 수학교육 학사를, 경남대학교에서 석사를 취득했습니다. 지금은 경상대학교에서 박사 과정 중으로 여전히 수학교육에 대해 공부 중입니다.

 

기자 수학 교구에 관심이 많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손대원 선생님 요즘은 ‘다면체를 이용한 교육학적 활동’에 관한 논문을 준비 중이라 다면체에 관심이 많습니다. 학생들이 다면체 같은 기하학적 도형과 관련된 수학 교구를 그리거나 만들다 보면 흥미와 궁금증이 커지는 것을 볼 수 있거든요. 음식도 배가 고플 때 먹어야 더 맛있는 것처럼 수학도 재미를 느끼게 만든 다음에 알려줘야 효과가 커진다고 생각해요. 수학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교육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작도 프로그램은 방정식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상상으로만 풀던 수학의 막연함을 줄여줄 수 있어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학생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2차원을 작도하는 GSP5와 3D를 작도하는 Cabri 3D를 한글화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수학 교구를 만들 때나 수업 중에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곤 합니다.

 

참여할수록 더 재미있는 수학

 

올해 전국수학문화연구회 회장을 맡은 손 선생님은 수학체험전이나 수학문화관에 관심이 많습니다. 체험을 통해 수학을 만나면 수학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죠. 손 선생님이 처음 수학 체험에 관심을 가진 건 2004년 창원대학교에서 전국 최초로 열린 무료 수학 체험전에 참여하면서부터였습니다. 경남에서 처음 열리는 수학 체험전이라 큰 반응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큰 호응을 얻은 겁니다. 당시 손 선생님은 사람들이 수학을 보고 느끼는 체험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후 경남수학문화관, 진주 수학체험센터 등 여러 곳에서 수학 체험 전시에 사용될 수학 교구를 만들어 제공하고 있습니다. 여행을 하며 수학 원리를 발견하는 ‘통영 매스 투어 1코스.2코스.3코스’도 직접 기획했는데요. 손 선생님은 수학을 꼭 교과서만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흥미로운 장소를 찾아다니며 추억을 쌓는 과정 자체도 멋진 수학 공부라고 강조했습니다.

 

학생이 주인공인 수학

 

기자는 손 선생님의 수학 연구실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칠판에 손 선생님이 판서한 내용이 아닌, 여러 글씨체로 적힌 수학 풀이가 가득했거든요. 수업 시간마다 아이들이 직접 푼 수학 문제였습니다. 손 선생님은 수학 수업의 주인공은 학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강의라도 듣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는 거죠. 그래서 손 선생님의 수업 시간에는 아이들이 선생님이 돼 친구들에게 수학 개념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손 선생님은 아이들이 설명하는 모습을 수업 시간에 촬영해 학급 밴드에 올리죠. 손 선생님은 “처음에는 부끄럽다는 이유로 발표를 꺼리던 학생들이 점차 자신의 모습을 보고 뿌듯해한다”며 “발표를 더 잘하기 위해 예습까지 할 정도여서 기특하다”고 말했습니다.

 

 

 

익숙함이 중요한 수학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이 많다는 기자의 질문에 손 선생님은 수학 공부에도 익숙함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영어를 못하던 사람이 미국에서 지내다 보면 영어 실력이 느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미국에서는 어디서든 영어를 들을 수 있어 영어에 익숙해진 덕분이라는 겁니다.

 

손 선생님은 수학 역시 계속 가까이하다 보면 수학에 대한 낯설음이 줄어 흥미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손 선생님은 학생들이 수학을 익숙하게 느끼도록 수업 시작 전 10분 동안 수학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수학과 관련된 흥미로운 주제로 이루어진 책을 매일 2~3쪽씩 소리 내어 읽는 프로그램입니다. 한 번은 모의고사 국어 지문에 함께 읽은 내용이 나왔는데요, 국어 시험에서 수학과 관련된 지문은 읽기도 전에 포기하던 친구가 아는 내용이어서 도전했는데 정답을 맞힌 적도 있었죠. 손 선생님은 “수학 자체가 친근하고 익숙해져야 미리부터 겁먹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재미난 수학 체험을 통해 수학에 대한 즐거운 기억을 많이 쌓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2021년 07월 수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김미래 기자 기자
  • 디자인

    유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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