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 학생들은 수학을 어떻게 공부할까? 수학수업은 1주일에 몇 시간이나 될까? 시험도 우리만큼 자주 칠까? 외국에 살다가 온 친구도 속 시원히 말해 주지 않는 이야기. 수학동아와 함께 외국의 수학교육 현장을 찾아 가자.
내년부터 수학시간이 늘어나는 중학교가 많아질 거라고 해요. 각 학교별로 전체 수업시간의 20% 범위 안에서 원하는 과목의 수업시간을 조절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죠.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학교가 수학과 영어 수업시간을 늘릴 계획이라고 해요.
분명 수학이 더 중요해진다는 뜻인데 뭔가 자꾸 바뀌는 건 반갑지 않은 일이에요. 교과서가 바뀌어서 형·누나의 참고서를 물려받지 못한 친구도 있을 거예요. 입시 정책도 자꾸 바뀐다고 하잖아요. 과연 이런 변화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요? 가장 좋은 것이 있긴 한 걸까요?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지만 스스로 답을 찾기란 어려워요. 이럴 때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마침 우리나라의 수학 선생님들이 외국에 가서 그 나라 학생을 직접 가르치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고 해요. 우리나라의 수학교육을 잘 알고 계신 만큼 외국과 우리나라의 차이점을 누구보다 잘 알려 주실 거라 믿어요.
그 전에! 먼저 다른 나라의 수학교육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세계의 수학교육에 대한 전체 그림을 그려 보는 거죠. 숲을 본 다음에 나무를 봐야 각 나무의 특성을 더 잘 알수 있는 거랍니다.
같지만 다른 수학공부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1주일에 수학을 보통 4시간씩 공부해요. 수학수업 시간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1주일에 4시간 정도로 비슷해요.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와 수학을 공부하는 방식이 가장 비슷한 나라는 일본이에요.
일본에서는 모든 학생이 똑같이 수학을 공부해요. 수학을 못 한다고 수업 시간에 쉬운 걸 배우거나 잘 한다고 다른 걸 공부하지는 않는다는 뜻이지요. 학교 수업이 어려운 학생은 학원에서 보충하기도 해요. 물론 수학을 잘 하는 학생은 중학교 3학년부터 수학을 더 깊게 공부하는 수업을 추가로 들을 수 있답니다.
영국의 학생도 중등학교까지 같은 수준의 수학을 배워요. 다만 수학을 14개 영역으로 나눠 각 영역마다 학생의 성취 수준을 10단계로 나눠서 평가하죠. 좋은 단계에 오르는 학생은 그만큼 좋은 대학교로 진학할 가능성이 높다고 해요.
포르투갈 역시 모든 학생이 같은 수학을 배워요. 하지만 배우는 방식이 독특하답니다. 총 3번의 순환과정을 거치며 수학을 단계적으로 공부하거든요. 7~11세까지 첫 번째 과정에서는 수를 계산하고 도형과 측정의 개념을 배워요. 11~13세까지 두 번째 과정에서는 수학의 각 분야를 전체적으로 공부하죠. 16세까지 세 번째 과정에서는 두 번째 과정에서 배운 것을 더 깊게 공부해요. 그 뒤로 상위 과정에 올라가면 복잡한 수학을 배울 수 있답니다.
진로에 맞는 수학공부
많은 나라들이 초등과정에서는 비슷한 수준의 수학을 배우지만 어느 시점부터 수준을 나눠서 공부하기 시작해요.
프랑스에서는 16세 때부터 기술과 경영, 미술 등의 진로에 따라 수학을 배우는 시간이 바뀌어요. 비서나 서기의 길을 선택한 학생은 수학을 전혀 배우지 않아요. 수학이나 물리학을 선택한 학생은 1주일에 수학을 9시간이나 배워요.
네덜란드와 독일은 더 일찍부터 수학공부를 나눠서 해요. 네덜란드에서는 12세까지 기본적으로 1주일에 5시간씩 같은 수준의 수학을 배워요. 하지만 그 뒤로는 진로에 따라 4개의 그룹으로 나눠서 각각에 맞는 수학을 배우지요.
독일도 초등과정에서는 같은 수학을 공부하지만, 중등과정에서는 3개의 모듬으로 나눠 서로 다른 수준의 수학을 공부해요. 잘 알려진 ‘김나지움’은 대학교까지 계속 진학할 학생이 속하는 첫 번째 모듬이지요. 중등과정의 마지막인 10학년을 마치면 수학인증시험을 치기도 해요. 이 시험에 통과한 학생에게는 자격증을 주거든요.
물론 모든 나라가 수학교육 환경을 잘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이탈리아에서는 수학이 많은 과목 중 하나일 뿐이랍니다. 공부를 계속하겠다고 선택한 학생도 1주일에 수학수업이 3시간 밖에 안 돼요. 라틴어수업이 4시간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특이한 일이죠.
이와 반대로 수학교육을 더욱 강조하는 나라도 있어요. 동유럽의 나라들이 대표적인데 이들 나라에서는 옛날부터 유명한 수학자들이 많이 나왔어요. 특히 헝가리는 수학교육의 수준이 높아요. 2학년 때 이미 간단한 분수를 배운다거나,5~6학년 때 확률을 계산하는 법을 배우는 식이거든요.
이처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학을 배우는 방법은 조금씩 달라요. 수학에 대한 생각도 다르고 학생들이 공부하는 수학의 수준도 다르답니다. 하지만 거의 모든 나라에서 수학은 중요한 과목으로 다뤄지고 있어요. 특히 수학수업 시간도 많아요. 대학교까지 공부를 계속할 학생에게 수학은 없어선 안 될 과목이랍니다.
수학시험이 없는 나라가 있을까?
‘수학시험이 없는 나라가 있다면 거기서 살래.’ 혹시 나라마다 수학을 공부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말에 이런 기대를 한 친구가 있지 않나요? 안타깝지만 답은 ‘없다’랍니다. 무언가를 배웠다면 실제로 얼마나 이해했는지를 알기 위해 시험이 필요해요. 수업을 들을 때는 알았더라도 배운 것을 응용할 수 있어야 진짜 아는 것이거든요.
모든 나라에서 수학을 배우고는 꼭 시험을 친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시험은 학생의 현재 수준을 알기 위한 과정이에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시험이 수준에 대한 평가보다 다음 단계의 학교로 진학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기준이 돼 버렸어요.
외국은 계속 공부를 하려는 열정이 우리나라보다 덜 해요. 대학교를 꼭 가야 하는 것도 아니지요. 중·고등학교 정도의 의무교육만 마치면 자신이 선택한 길에 맞는 공부를 한답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수학공부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많이 공부한 효과를 잘 살리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서로 다른 미국
미국은 국가가 정한 수학교육의 틀이 없다. 주마다 수학을 공부하는 방식과 평가방법이 다르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미국의 수학교육’을 다루지 않았다.
우리학교 선생님, 외국학교 선생님 되다
우리나라의 수학 선생님이 외국 학생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 시작됐어요. 전국에서 훌륭한 수학 선생님 10명을 선정해 캐나다와 영국으로 파견했답니다. 8월 말 캐나다에 4명, 9월 말 영국에 6명의 선생님이 현지 학교에 도착했어요. 이 분들은 앞으로 6개월에서 9개월 동안 외국 학생들을 가르칠 예정이에요. 수학동아는 선생님들이 전해 주는 외국 수학교육의 현장을 소개할 거랍니다. 이 코너를 통해 외국의 수학수업을 경험해 보세요. 혹시 외국(캐나다, 영국) 학생에게 수학과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수학동아 홈페이지(math.dongascience.com)에 질문을 올려 주세요. 우리 선생님들이 여러분을 대신해서 질문하고 답을 전해 주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