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알파고가 등장했을 때 바둑계에서는 AI가 인간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어요. 바둑기사들은 AI를 밀어내는 대신 훈련과 복기에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AI의 등장은 프로기사의 훈련법부터 바둑을 연구하는 방식까지 바꿨죠. 지난 10년 동안 바둑계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요?
경쟁자에서 훈련 도구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자 바둑계에서는 ‘바둑은 망했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바둑기사들은 예상과 달리 AI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어요. 남치형 명지대 교수는 “바둑계는 AI를 적극 도입하며 상황에 적응해 나갔다”고 설명했어요. 한국기원 관계자는 “2000년대 들어 바둑은 침체기를 겪었는데 AI 덕분에 오히려 유명세를 탔다”고 말했죠.
가장 크게 달라진 분야는 훈련이에요. 과거 프로기사들은 기보와 정석을 익히고 사활 문제를 풀거나 대국을 통해 실력을 쌓았어요. AI가 등장한 뒤에는 자신이 둔 수와 AI의 추천 수를 비교하고, 그 차이를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복기 방식도 달라졌어요. 과거에는 상대 기사와 의견을 나누거나 연구회를 만들어 대국을 분석했어요. 한국기원 관계자는 “요즘은 대국이 끝나면 스마트폰부터 꺼내는 프로기사들이 많다”며 달라진 풍경을 설명했어요.
AI는 새로운 바둑 정석도 발견했어요. ‘3.3 정석’이 대표적이에요. 정석은 특정 상황에서 좋다고 여겨 자주 두는 수순으로, 3.3 정석은 대국 초반 좌표가 3, 3인 지점에 돌을 놓는 수순을 말해요.
조성배 연세대 교수는 “바둑계도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지만 지금은 오히려 AI 덕분에 새로운 수를 찾는 등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어요. 경쟁 상대였던 AI가 인간이 새로운 수를 연구하는 데 쓰는 도구가 된 셈이죠.
AI의 추천 수를 따라가는 것만으로 실력이 늘지는 않아요. 입문자와 아마추어 기사들은 여전히 기보를 익히고 사활 문제를 풀며 기본기를 쌓아요. AI부터 사용하면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없거든요. 일정 수준의 실력을 갖춘 뒤에 AI와 자신의 판단을 비교하며 새로운 수를 연구해요.
조 교수는 “무작정 AI를 배척하는 건 인간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주는 도구를 걷어차는 것과 같다”면서도 “과하게 의존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짚었어요. 이어 “인간과 AI가 각자 잘할 수 있는 영역에서 서로 협력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어요.
지난 10년 동안 바둑기사들은 AI가 제시한 수를 분석하고 자신의 판단과 비교하며 바둑을 연구하는 도구로 활용했습니다. AI가 알려주는 답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인간의 판단을 더하는 것. 바둑계가 보낸 10년은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하는 우리에게도 하나의 힌트를 줍니다.
AI 시대, 직접 바둑을 두는 이유는?
바둑을 오래 훈련한 사람의 뇌를 살펴본 연구도 있어요. 2010년 서울대병원은 바둑기사들과 일반인의 두뇌를 비교했어요. 주의력, 문제 해결 등에 관련된 일부 백질 영역에서 다른 구조적 특징을 발견했어요. 다만 연구 결과만으로 바둑이 뇌의 차이를 만들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복기에서도 생각은 이어져요. 남 교수는 “대국과 복기를 반복하면서 상대의 생각을 추론하고 깊이 생각하는 힘, 실패해도 다시 일어나는 회복탄력성을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