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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AI에게 배워 AI와 겨룬 신진서 9단

신진서 9단은 평소 AI로 수를 분석하며 바둑을 연구해 왔어요. 카타고와 직접 맞붙었을 때는 평소 훈련과 무엇이 달랐을까요? 신진서 9단에게 AI를 활용한 훈련법과 카타고 대국 전략, 인간 바둑기사만의 강점을 물었습니다.

 

신진서 9단은 카타고 대국을 한 달여 앞두고 다른 경기에 나가지 않고 훈련에만 매진했어요. 아침저녁으로 간단한 운동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AI를 이길 방법을 궁리했죠.

 

Q.AI로 어떻게 훈련하나요?

2018년부터 AI로 훈련했어요. 처음에는 AI가 두는 수를 외우는 데 시간을 썼어요. 지금은 AI가 왜 그런 수를 두는지 이해하는 방향으로 훈련해요. 바둑판은 넓어서 정답도 다양하거든요.


AI의 추천 수를 무조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대국 초반에는 AI가 이끄는 대로 많게는 30~40수까지 따라가지만, 중반부터는 기사 개인의 기량을 발휘해야 하는 순간이 와요. AI를 바탕으로 나만의 수를 만들고 인간이 잘 둘 수 있는 방향으로 대국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카타고와 대국을 앞두고는 공격성을 줄이는 연습을 했어요. 두 점을 놓고 유리하게 시작한 만큼 이미 확보한 우위를 지켜야 한다고 판단했거든요. 카타고의 공격에 대비해 큰 집을 하나 만드는 대신 판을 작게 쪼갰어요. 일부러 프로기사들의 맞바둑 영상도 보지 않았죠. 치열한 승부 감각은 줄이고 수비 감각을 키우면서 AI와 최대한 많은 대국을 두는 데 집중했어요.

 

▲사이버오로 화면 캡처
신진서 9단을 당황하게 한  카타고의 두 번째 수예요.

 

Q.카타고와 대국은 어땠나요?

AI는 승률이 가장 높은 수를 찾는 데 집중해요. 상대가 대처하기 까다로워도 승률이 낮다고 판단하는 수는 잘 두지 않아요. 반대로 상대가 쉽게 대응할 수 있어도 승률이 높으면 선택하죠.


카타고가 상대를 곤경에 빠뜨리는 것보다 최적의 수를 둔다는 점을 공략했어요. 판을 단조롭게 구상하려고 했죠. 3국에서는 전략을 짰던 대로 대국이 흘러갔어요.
패배한 1국에서는 카타고의 두 번째 수에 크게 당황했어요. 인간과 AI 모두 잘 두지 않는 수였거든요. 카타고의 설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오류가 나왔다고 봐요. 이후에도 그런 수가 나올까 신경이 쓰여서 아쉽게 대처한 것 같아요. 대국 장소가 처음이어서 낯설었던 것도 영향을 미쳤고요.

 

▲GIB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바둑을 두는 신진서 9단은 AI와 근접한 수를 구사해 ‘신공지능’이라고 불려요.

 

Q.신진서 9단에게 AI란?

AI는 스승이에요. 알파고가 등장하기 전인 15~16세 무렵 여러 국내 대회에서 우승하며 기량이 빠르게 올랐어요. 바둑이 쉽다고 생각하며 자만했고 대국에서 경솔한 모습을 보였죠. 이 시기에 강력한 AI가 등장했어요.


바둑을 더 잘 두고 싶어서 AI를 깊이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AI가 계산한 수를 하나씩 보면서 ‘이렇게 바둑을 둘 수 있구나’, ‘정말 아름다운 수를 뒀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바둑을 다시 어렵고 경이로운 게임으로 바라보게 됐죠.


돌이켜 보면 AI의 발전과 함께 세계대회 우승도 세계 랭킹 1위도 이뤘다고 생각해요. ‘신공지능’이라는 별명도 생겼고요. 저에게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스승이자 큰 도움을 주는 존재예요.

 

 

Q.인간 바둑기사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인간의 강점은 ‘재미’라고 생각해요. AI는 상대를 압박하기보다 승률이 높은 수를 선택해 대국을 단조롭게 이끌어요. 정수●에 가까워 아름다울 순 있지만, 관전의 재미를 주는 수와는 다를 수 있죠.


바둑도 결국 스포츠인 만큼 보는 사람이 재미를 느껴야 해요. 인간 바둑기사는 불리해질 가능성을 감수하면서 상대를 압박하거나 잔잔한 대국에 싸움을 거는 ‘재미있는’ 수를 둘 수 있어요.


AI의 등장으로 바둑 환경은 바뀌었지만 서로 마주 앉아 최선의 한 수를 찾아가는 바둑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AI를 따라가기보다 깊이 생각해서 최선의 수를 찾으려 애쓰는 기사들이 이전처럼 높은 랭킹을 차지하고 있어요.

 

Q.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바둑기사들에게는 10년이 지나도 당장 복기●할 수 있는 대국, 과장하자면 10초밖에 안 지났는데도 잊어버리는 대국이 있어요. 저에게 2024년 농심신라면배에서 치른 대국은 지금도 바로 복기할 수 있을 만큼 선명해요. 아마 10년 뒤에도 기보 순서대로 둘 수 있을 거예요.


한국과 중국, 일본이 맞붙는 국가대항전에서 치른 대국으로 당시 중국 기사 5명과 일본 기사 1명, 그리고 제가 마지막까지 남았어요. 저는 6명을 모두 이겨 한국의 우승을 확정했습니다.


선수들이 함께 힘을 모아 참가한 대회라 우승의 의미도 컸어요. 기사 생활에서 절대 잊지 못할 대국을 경험한 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신진서 9단의 어린이 시절은?
신진서 9단은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하던 평범한 어린이였어요. 어린이집 대신 부모님이 운영하던 바둑학원에 다니면서 바둑을 두기 시작했죠. 12살에 프로기사로 입단한 뒤에는 하루 종일 기보를 연구하고 사활● 문제를 풀거나 인터넷 바둑을 두며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신 9단이 바둑에 몰입할 수 있었던 비결은 ‘재미’였어요. 신 9단은 “어릴 때부터 눈 떠서 잠들 때까지 바둑만 두다 보니 다른 분야에는 뭐가 재밌는지 몰랐다”며 “12시간 넘게 바둑만 두다 바둑판 위에서 잠든 적도 있다”고 전했어요.

 

 

신진서 9단은 어린 시절 인터넷 바둑의 고수였어요. 
강한 승부욕 때문에 이길 때까지 두다 아침을 맞은 적도 많았다고 해요.

 

Q.AI와 함께 살아갈 어과동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요?

AI 같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자신만의 분야에 깊이 몰입하는 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AI를 잘 활용하는 법을 계속 배우고 있어서 AI 활용법을 조언할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신 한 분야에 깊이 몰입하는 경험만큼은 누구보다 많이 해봤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적당히 도전한 사람과 한 분야에 온 힘을 쏟아본 사람은 같은 실패를 겪더라도 이후의 삶이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AI가 여러분이 좋아하는 분야에 들어온다고 해서 미리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바둑은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에요. 취미로 즐겨도 좋죠. 앞으로도 바둑 경기에 많은 관심을 가져 주세요!

 

신 9단은 차분한 겉모습과 달리 바둑판 위에서 공격적인 성향을 띠는 기사예요.

 

 

용어 설명
●정수: 바둑에서 그 상황에 가장 최선이라고 여겨지는 수를 뜻해요.
●복기: 대국이 끝난 뒤 두었던 수를 처음부터 다시 놓으며 잘 둔 수와 실수, 상대방의 의도를 분석하는 과정이에요.
●사활: 바둑에서 돌이 살아 있는지 상대 돌에 잡혀 죽은 상태인지 결정하는 개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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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15일 어린이과학동아 (18호)  정보

  • 전하연
  • 디자인

    김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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