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운 여름, 도시의 거미들은 어떻게 더위를 견딜까요? 지구사랑탐사대(지사탐) 대원들이 직접 거미를 관찰하며 이 답을 찾는 연구에 힘을 보탰어요. 목표는 호랑거미! 하지만 호랑거미가 아직 몸집이 작았던 6월 6일 대원들은 먼저 늑대거미로 연습해 보기로 했어요.
40℃ 콘크리트 vs 22℃ 풀밭
태양 빛이 뜨겁게 땅을 달군 오후 무성한 풀 사이에서 재빠른 무언가가 기어 나왔어요. 바로 ‘늑대거미’였어요. 적외선 온도계로 늑대거미가 있던 풀밭의 온도를 재 보니 22℃. 곧이어 근처 콘크리트 바닥도 재 봤더니 40℃. 같은 장소인데도 무려 10℃ 이상이나 차이가 났어요.
왜 이런 차이가 날까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바닥은 햇빛을 많이 받고 열을 오래 머금어요. 반대로 풀숲과 나무 그늘은 햇빛이 가려지고 열이 덜 쌓이죠. 늑대거미가 있던 풀밭이 시원했던 것도 이 때문이에요.
거미는 몸의 온도를 스스로 조절하지 못해서 주변 온도의 영향을 받아요. 황청하 시민과학풀씨 오브랩 연구원은 “늑대거미는 거미줄을 치지 않고 먹이를 찾아다니기 때문에 온도에 조금 더 민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어요. 거미줄을 치지 않고 돌아다니며 사는 거미를 ‘배회성 거미’라고 해요.
이번 탐사는 서울 영등포구 안양천 생태초화원에서 열렸어요. 지구사랑탐사대(지사탐) 14기 대원 28명이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며 거미를 찾았어요. 시민과학풀씨 오브랩 연구팀이 이끈 현장 교육 활동이었죠.
시민과학풀씨는 환경, 안전, 보건 분야 연구팀이 시민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는 프로젝트예요. 오브랩 팀은 도시 곳곳의 뜨겁거나 시원한 환경이 거미의 행동과 생김새에 주는 영향을 연구해요.
오브랩 팀이 진짜로 궁금해하는 거미는 ‘호랑거미속’이에요. 호랑거미는 배에 노란색과 검은색 줄무늬가 뚜렷한 비교적 몸집이 큰 거미예요. 호랑거미는 7~8월은 되어야 성체로 자라 활발히 움직여요. 탐사를 한 6월 초에는 아직 몸집이 작아 발견하기 어려웠죠. 그래서 대원들은 늑대거미와 깡충거미 등을 먼저 관찰하며 호랑거미를 만났을 때 어떻게 온도를 재고 기록할지 미리 연습했어요.

시민과학풀씨는 재단법인 숲과나눔과 어린이과학동아가 함께 환경, 안전, 보건 분야 시민과학의 성장을 위해 지원하는 프로젝트입니다.
➋ 화단의 풀잎 사이에 숨은 풀거미를 밀웜으로 꾀어내 관찰했어요.
풀숲으로 숨고, 몸까지 바꾼다고?
대원들은 풀잎이 우거진 화단에서 하얗게 낀 거미줄을 발견했어요. 거미줄을 치고 한곳에 머무는 ‘정주성 거미’인 풀거미의 집이었죠. 더운 날 풀거미과 거미는 풀잎이 우거진 안쪽에 몸을 숨겨요. 그러다 거미줄에 먹이가 걸렸을 때만 잠깐 나와 먹이를 가지고 들어가요.
대원들은 거미줄 입구에 밀웜을 놓아 풀거미를 유인한 뒤 적외선 온도계로 몸의 온도를 쟀어요. 풀거미 몸의 온도는 25℃로 40℃인 바닥보다 훨씬 낮았죠. 늑대거미에 이어 풀거미까지 저마다의 방법으로 뜨거운 도시를 견디고 있었어요.
공원의 나무 난간과 벤치 주변에선 깡충거미도 발견됐어요. 깡충거미도 늑대거미처럼 거미줄을 치지 않고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아요.
호랑거미는 도시의 공원과 호수 등에서 많이 볼 수 있어요. 특유의 줄무늬와 지그재그 모양으로 거미줄을 꾸미는 습성 덕분에 구별하기 쉬워요.
대원들은 본격적으로 호랑거미를 기록할 준비를 했어요. 스케일바 카드를 거미 옆에 두고 사진을 찍는 방법이었죠. 스케일바 카드엔 거미의 실제 크기를 잴 수 있는 눈금과 색을 비교할 수 있는 색상표가 있어요.
호랑거미를 발견하면 정면과 옆면을 고루 찍어야 해요. 옆면에서 자세를, 정면에서 배의 모양과 무늬를 관찰할 수 있거든요. 서식하는 환경의 사진을 찍고, 거미 배와 거미 바로 아래 바닥의 표면 온도를 기록해요.
오브랩 팀은 대원들의 탐사 기록으로 호랑거미의 배가 얼마나 길고 가는지, 배에서 어두운 무늬가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되는지 살펴볼 예정이에요. 열에 많이 노출됐을 때 호랑거미의 배 형태는 좁고 길어지고 어두운 무늬의 비율은 줄어들 거라고 추측하기 때문이에요. 호랑거미는 시원한 장소에 거미줄을 칠 뿐만 아니라 몸의 자세와 형태, 무늬를 바꿔 더위와 싸우고 있는지도 몰라요.
대원들이 찍은 사진과 기록은 이 연구를 뒷받침하는 데이터가 돼 호랑거미가 도시의 더위에 어떻게 적응하는지 밝히는 데 쓰일 예정이에요.
황청하 연구원은 “거미줄 위 거미의 자세도 중요한 연구 자료이기 때문에 거미줄은 절대 건드리지 말아달라”고 당부했어요. 또 “호랑거미는 거미줄을 거의 떠나지 않아 늑대거미나 깡충거미보다 관찰하기 쉬울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탐사를 마친 뒤 김유나 종로꿀벌들 팀 대원은 “예전에 봤던 호랑거미를 다시 볼 생각에 기대된다”고 밝혔어요.
남정빈, 남서빈 제이마리오 팀 대원은 “탐사 전엔 거미가 징그러울 것 같았는데 탐사를 마치고 나니 익숙해졌다”고 소감을 전했어요. 이어 “호랑거미는 오늘 본 거미들보다 더 화려할 것 같아 기대된다”고 덧붙였어요.

➋ 늑대거미처럼 거미줄을 치지 않는 거미들은 풀밭 등의 시원한 장소를 찾아다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