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는 자신을 지키려고 매운맛이라는 무기를 만들었대. 그런데 그 무기가 약에도 쓰인다는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고추 배달부, 새
대부분의 열매는 동물을 유인하려고 달콤한 맛을 내요. 하지만 고추는 생존을 위해 매운맛으로 진화했죠.
많은 포유류는 열매의 씨앗까지 씹어 먹어요. 씨앗이 손상되면 싹을 틔우지 못하죠. 고추는 통증을 주는 캡사이신이라는 무기를 만들어 포유류가 열매를 먹지 못하게 막았어요.
반면 새는 열매의 씨앗을 통째로 씹지 않고 삼켜요. TRPV1 수용체의 구조도 포유류와 달라 캡사이신의 매운맛을 느끼지 못하죠. 고추를 먹은 새는 배설물을 통해 씨앗을 멀리까지 퍼뜨리는 씨앗 배달부 역할을 한답니다.
아픈 걸 잊게 하는 캡사이신
포유류를 쫓아내기 위한 무기였던 캡사이신을 사람은 오히려 약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우리 몸은 같은 자극을 계속 받으면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이 점점 둔해져요. 캡사이신을 반복해서 바르면 통증을 덜 느끼게 되죠. 덕분에 캡사이신은 근육통, 관절염, 신경통을 완화하는 파스와 크림의 성분으로 쓰여요.
제약회사 ‘신신제약’은 고추에서 추출한 캡사이신을 온감 파스에 사용해요. 파스를 붙이면 혈액순환이 활발해지면서 근육 긴장이 풀리고 통증이 줄어들어요.
캡사이신이 위를 지켜준다고?
고추의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이 위를 지켜줄 수 있다는 연구도 있어요. 중국 톈진대 연구팀은 쥐에게 캡사이신을 먼저 먹인 뒤 알코올을 먹였어요. 술만 먹은 쥐의 위 점막 상처 수치는 36점까지 올랐지만 캡사이신을 먼저 먹은 쥐는 7점에 그쳤어요. 연구팀은 캡사이신이 몸속 방어 스위치 역할을 하는 단백질인 ‘NRF2’를 활성화해 위 점막을 보호한 것으로 분석했어요. 몸속 다른 물질을 공격해 세포를 손상시키는 활성 산소도 줄었어요.
다만 이 실험은 쥐를 대상으로 한 만큼 사람에게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더 연구해야 해요.
캡사이신으로 만든 소화제
캡사이신은 소화가 안 될 때 먹는 액상 소화제에도 들어가요. 위와 장에는 통증 수용체 TRPV1이 많이 있어요. 액상 소화제 속 캡사이신이 TRPV1을 활성화하면 신경이 자극 신호를 보내요. 신호를 받은 위와 장 주변의 근육은 평소보다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하죠. 그래서 음식물이 더 잘 소화되고 속도 한결 편안해져요.
옥수수 속대로 캡사이신 성분 만든다!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매운맛부터 고추의 생존 전략까지. 알고 보니 매운맛 속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과학이 숨어 있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