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우리는 왜 이런 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나쁘고 역하다고 느낄까? 맡았을 때 기분 좋은 꽃향기나 맛있는 간식 냄새와는 뭐가 다른 걸까?
냄새를 인지하는 과정
2. 냄새 분자가 콧구멍을 통해 코 안쪽의 비강으로 들어와요.
3. 후각 수용체 세포가 냄새 분자를 인식하고 전기 신호를 만들어요.
4. 신호들이 신경을 타고 뇌의 편도체, 해마 등으로 전달돼요.
5. 과거에 맡았던 냄새 기억들을 떠올려 이 신호가 좋은 냄새인지 나쁜 냄새인지 구분해요.
악취 감지는 위험을 피하려는 본능
불쾌한 냄새는 ‘지금 당장 피해야 할 위험 신호’로 인식되기도 해요. 집에서 요리나 난방에 쓰는 석유가스와 도시가스는 원래 색도 냄새도 없는 물질이에요. 가스가 누출됐을 때 사람들이 쉽게 알아차릴 수 있도록 매캐하게 썩은 달걀 냄새가 나는 메르캅탄 계열의 물질을 섞어요.
인간은 진화 과정에서 세균이 부패할 때 만드는 화학물질을 위험하다고 인지하게 됐어요. 썩은 것을 먹거나 가까이하면 몸에 나쁠 것이라고 느끼는 거예요. 가스에 섞는 메르캅탄 계열의 물질도 세균이 부패할 때 만들어내는 VOCs 중 하나예요.
냄새를 느낄 때는 후각 수용체 세포가 큰 역할을 합니다. 콧구멍 속 빈 공간인 비강은 부드럽고 끈끈한 막으로 덮여 있어요. 비강은 공기에 섞인 이물질을 거르고 냄새를 느끼게 해 줘요. 후각 수용체 세포는 비강 천장 점막에 있는 세포로 화학물질을 만나면 자극을 느끼고 반응해요.
대부분의 냄새는 한 가지 화학물질이 아닌 수십, 수백 종류의 분자가 섞인 상태예요. 사람은 저마다 350~400종류의 후각 수용체를 갖고 있어요. 하나의 후각 수용체 세포는 여러 냄새 분자와 반응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초콜릿 향’은 수백 가지 냄새 분자가 저마다 다른 후각 수용체 세포를 자극해요. 이때 여러 수용체 세포에서 만들어진 전기 신호들이 뇌에 전달되어 최종적으로 ‘이 조합은 초콜릿 냄새’라고 느껴지는 거예요.
같은 냄새라도 사람의 경험, 기억에 따라 다르게 와닿을 수도 있어요. 후각 수용체 세포가 받아들인 자극은 편도체와 해마, 시상하부에 전달돼요. 편도체는 감정을 조절하고 공포, 불안에 관한 기억을 다뤄요. 해마는 여러 기억을 저장하고 떠올리는 역할을 하고 시상하부는 몸의 여러 생명 활동을 관리해요. 후각 신호를 받은 뇌는 냄새 자체의 기억과 그 냄새에 얽힌 기억을 함께 떠올려요.
만약 팝콘 냄새를 맡으면 뇌는 먼저 ‘옥수수를 기름지게 튀긴 냄새’라는 것을 인지해요. 동시에 각자의 경험도 함께 떠올려요. 어릴 때 영화관에서 가족과 팝콘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사람은 팝콘 냄새를 좋아해요. 반대로 팝콘을 먹고 식중독에 걸렸던 사람은 팝콘 냄새를 싫어할 수 있죠. 이런 차이가 생기는 까닭이 바로 ‘냄새 기억’ 때문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