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잇, 오늘도 실패했어. 동생이랑 싸우지 않기로 다짐했는데 먼저 소리를 질렀지 뭐야. 달걀프라이도 불을 조절 못 해서 새까맣게 태웠어. 심부름 빼고는 뭐 하나 제대로 한 게 없는 한 주야. 이렇게 사소한 실패가 많은데, 과연 큰일은 잘할 수 있을까?

‘망한 과제 자랑대회’라는 특이한 대회의 초대장을 받았어. 이곳에선 나의 실패 경험을 얘기하고 다른 사람들의 실패담도 들을 수 있대. 혹시 달걀프라이 태우기처럼 사소한 실패도 있을까?
저의 실패담을 소개합니다
“무대 위에서 해야 할 말을 까먹었어요.”
“댄스 경연 대회에서 30번이나 탈락했어요.”
11월 5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존해너홀에서는 색다른 대회가 개최됐습니다. 바로 ‘망한 과제 자랑대회’예요. 망한 과제 자랑대회는 KAIST 학생들이 겪은 다양한 실패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예요. 2023년 처음 개최돼 올해 3회를 맞이했지요. 늦은 저녁에 열린 행사였지만 누군가의 실패를 듣기 위한 사람들로 홀이 붐볐습니다.
이날 행사장에는 학생들로 이뤄진 8개 팀이 부스를 만들어 실패담을 공유했어요. 부스엔 각자의 실패 경험을 담은 사진과 영상이 전시돼 있었어요. 관람객들은 부스를 돌며 실패담을 듣고, 가장 인상 깊었던 부스에 투표합니다. 가장 많은 투표수를 얻은 팀은 대회의 1등 상인 ‘최상’을 받아요. 이외에도 빛나는 잔해상, 재의 꽃상, 망함의 미학상, 아름다운 잔상 등 5개 부문에서 시상이 진행되지요.
솜사탕 기계가 고장 나 축제 부스를 운영하지 못한 이야기, 꿈꾸던 양자정보이론 연구실에 들어갔지만 이상과 현실의 차이로 연구실을 다섯 번이나 옮긴 이야기, 1년 동안 준비한 드론 본선 대회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이야기 등 다양한 실패담을 들을 수 있었어요. 그중 글로벌디지털혁신대학원 석사 과정의 라파엘 루빈 데 셀리스 우리아스 학생의 ‘Pride, Redacted’가 최상의 영예를 차지했습니다. 총 168표 중 무려 162표를 얻었지요.
라파엘은 완벽한 대본을 위해 수정을 거듭하다 결국 검은색으로 칠해진 대본을 마주하게 된 사연을 소개했어요. 그러던 중 부끄러운 기억을 종이에 적고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하늘로 날렸어요. 이후 자신의 부끄러움을 인정하게 됐지요. 라파엘은 “아무도 새까만 종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어요. 이어 “종이를 검게 칠해서 감추지 말라”며 “자랑스러운 것만 공유하면 여러분의 아름다운 부분을 놓친다”는 용기의 말을 전했어요.
KAIST 조성호 실패연구소장은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빠른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고 말했어요. 그러면서 “이에 따라 효율성을 찾고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문화가 생겼다”고 지적했지요. 조 소장은 “실패 경험을 서로 공유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며 대회를 연 이유를 밝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