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합니다~♫. 생일이 되면 먹는 미역국의 미역. 우리가 미역을 처음 먹기 시작한 지는 1000년이 넘었어요. 동물도 식물도 아니지만 성별은 있는 신비한 미역을 보러 풍덩!
미역, 1000년 전부터 식탁 위에
미역국 등 다양한 음식에 들어가는 미역은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수산물 연간 생산량 중 약 15.69%를 차지해요. 미역을 수확하는 시기는 겨울부터 초여름까지로, 일본과 우리나라 바다 조하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조하대는 해양과 육지의 접점으로부터 수심 40~60m까지의 구역을 의미해요.
우리나라가 미역을 음식으로 활용한 지는 1000년이 넘었어요. 고려 역사서 <고려사>에는 1310년 고려가 원나라에 미역과 건어 등의 물품을 바쳤다는 기록이 있어요.
미역(Undaria pinnatifida) 자체는 한 종이지만, 우리가 미역이라고 묶어 부르는 미역류에는 여러 종이 있어요. 부산 기장 미역은 표면이 매끄럽고 잎이 좁고 길며 암갈색인 반면, 울릉도 바다 미역은 청색과 검은색을 띠고 표면이 껄끄럽기도 해요.
미역은 성별이 있다?
지구상의 생물을 4개의 계(kingdom)로 분류하면 식물계, 동물계, 균계로 나눠지고 여기에 속하지 않는 생물들을 원생생물계로 분류합니다. 미역은 식물계도 동물계도, 균류도 아니에요. 원생생물계 조류에 속해요. 우리가 식물성 플랑크톤이라고 부르는 미생물 중에 물에 떠다니면서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진 것을 조류(algae)라고 합니다. 하늘을 나는 새 조류(birds)나 바다의 흐름 조류(tidal current)와 헷갈리지 않게 보통 해조류라고 하지요.
미역은 암수 구분 없이 자손을 만드는 무성생식, 암수가 만나 자손을 만드는 유성생식을 동시에 합니다. 이러한 생식을 ‘세대교번’이라고 해요. 미역 성체에서는 ‘유주자’라는 포자가 나오고 유주자가 성장해 성별에 따라 남배우체나 여배우체로 자라나요. 남배우체의 정자와 여배우체의 알이 수정한 뒤 다시 성체로 성장합니다.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저는 울릉도와 독도 주변의 미역 서식 현황을 조사했어요. 울릉도에서는 수심 깊은 곳에서 자란 미역과 얕은 곳에서 자란 미역이 다른 형태로 성장하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수심 40m에서는 넓적한 형태의 넓미역을 확인했고, 수심 50m 근처에서는 구멍이 송송 뚫린 구멍쇠미역류를 발견했지요. 특히 구멍쇠미역류는 이전까지 기록되지 않은 종류의 미역이었어요.
미역은 긴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동해가 따뜻해지면서 점점 살기 어려워지고 있어요. 미역이 가장 성장하기 좋은 바다의 온도는 10~20℃인데 동해 수온이 이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미역이 바닷물의 온도를 버티지 못하고 녹기도 하지요. 미역은 1년 동안 자라나서 살다가 죽는 생물인데 우리와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지고 있어요. 미역이 녹으면 플랑크톤으로 분해되면서 동해의 바다 생물들이 이를 섭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역의 성장 시기가 바뀌면 먹이사슬 등 다른 생물들이 살아가는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