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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천문학자] 그거, 짝퉁 암흑물질 아니에요?

 

휴일을 맞아 집에서 아이들과 영화를 보기로 했습니다. 보고 싶었던 영화가 요즘 나온 영화는 아닌지라, 검색 버튼을 눌러도 맨 앞에 뜨지 않았어요. 그렇다 해도 영화 하나 찾는 데 시간이 왜 이리 오래 걸리는지! 제목은 한두 글자 빼고 비슷한데, 포스터의 상태가 조금 이상해 보이는 영화들이 가득했죠.

 

다 같은 ‘암흑’이 아니다?!

 

알고 보니, 유명한 영화가 나오면 그 줄거리를 베낀 저예산 영화가 많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소위 ‘짝퉁’이라는 거죠. 아이들은 “이름이 이렇게 똑같으면 그게 그거죠! 이 영화가 더 저렴하니 그냥 원래 보려던 것 대신 보면 되는 거 아니에요?”라며 투덜댔어요. 이름이 비슷해도 전혀 다른 영화이고, 원래 기대한 것과 내용이 달라서 나중에 분명 후회할 거라고 한참 설명했죠.

 

저는 우주 전체가 어떻게 시작되어 자라는지, 우주는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를 다루는 ‘우주론’을 연구하고 있답니다. 그중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다 보면, 사람들이 꼭 우리 집 아이들처럼 “그게 그것 아니냐”라고 묻는 이야깃거리 두 개가 있어요. 아니, 차라리 물어보면 다행이죠. 그 두 개는 서로 다르다고 그렇게 설명했는데도, 나중에 사람들이 쓴 소감문이나 댓글을 보면 ‘아직 헷갈리고 있구나’ 싶은 게 있답니다. 바로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에요. 이름은 닮았지만, 전혀 다른 존재랍니다.

 

이 두 가지 존재의 이름에는 ‘암흑’이 들어가는데, 이건 그냥 둘 다 눈에 안 보여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둘 다 아직 과학자들이 그 성질을 완전히 알아내지 못한 개념이지요. 그것 말고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는 닮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암흑물질은 지난 10화에서도 조금 소개했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질 수 있는 물질과 살짝 비슷하답니다. 다만 빛과 부딪혀도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고, 중력 말고는 다른 힘에 영향을 받지 않을 뿐이에요. 반면 암흑에너지는 물질과는 전혀 닮은 구석이 없답니다. 그래서 물질이 아닌, 뭔가 애매한 의미의 ‘에너지’라는 말을 암흑 뒤에 붙인 것이죠. 그렇다면 암흑에너지는 대체 어떤 존재일까요?

 

▲ NASA/ESA/Richard Massey
암흑물질의 분포를 나타낸 3차원 지도.

 

▲한국천문연구원
암흑에너지분광장비(DESI)를 통해 만든 우주의 3차원 지도. DESI는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관측 장비다.

 

▲GIB
 

 

▲홍성욱/DALL-E
암흑에너지는 아무리 불어도 두께가 줄어들지 않는 풍선과 같다.

 

▲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Scott Wiessinger/Aaron E. Lepsch
우리 우주를 이루는 에너지의 구성을 나타낸 표. 일반 물질이 5%, 암흑물질이 27%, 암흑에너지가 68%로 알려져 있다.

 

아무리 불어도 얇아지지 않는 풍선 재료?!

 

혹시 풍선을 불어본 적이 있나요? 처음엔 진한 색을 띠던 풍선 껍질이, 공기가 차면서 늘어날수록 점차 연한 색으로 바뀌죠. 풍선을 이루는 고무의 양은 정해져 있는데 공기를 불어 넣을수록 넓이는 늘어나니까, 대신 두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죠. 고무뿐만 아니라, 그 어떤 물질로 만들어진 풍선이라도 전체 넓이가 늘어날수록 두께는 줄어들어야 해요.

 

그런데 늘어나도 두께가 그만큼 줄어들진 않는 풍선이 있다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볼게요. A라는 재료로 만든 풍선은 불면 두께가 줄긴 하지만, 고무풍선만큼 얇아지지는 않아요. B로 만든 풍선은 아무리 커져도 두께가 처음과 똑같고요. 심지어 C로 만든 풍선은 공기를 넣을수록 늘어나면서 두께는 더 두꺼워지네요!

 

세 풍선 모두 성질이 조금씩 다르지만, 확실히 고무와 같은 ‘물질’로 만들어진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암흑에너지란 마치 이런 세 풍선의 재료와 같다고도 말할 수 있답니다.

 

우리 우주는 빅뱅으로 태어난 후 138억 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 풍선처럼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안에 있는 물질들은 처음에는 빽빽하게 모여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우주 공간도 늘어난 탓에 지금은 드문드문 퍼져 있어요. 하지만 암흑에너지는 우주 공간이 아무리 늘어나도 빈 공간을 균일하게 채웠습니다. 세 가지 풍선과 같은 일이죠. 아무리 불어도 얇아지지 않는 풍선 껍질처럼, 우주 공간은 계속 늘어나지만 암흑에너지 양은 물질처럼 줄어들지 않아요. 현재는 암흑에너지가 암흑물질과 물질을 합친 양보다도 두 배나 더 많은 것으로 예측됩니다.

 

아직 과학자들도 암흑에너지의 정체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정확히 밝히지 못했습니다. 뭐,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다 잊어버려도 이건 꼭 기억하세요. 암흑에너지는 암흑물질의 짝퉁이 아니라는 사실이요! 

 

필자 소개
홍성욱(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우주론과 외계생명 등을 연구하는 천문학자로, 우주의 가장 큰 구조물인 우주거대구조를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인공지능을 이용해 연구하고 있다. 현재 한국천문연구원 이론천문센터의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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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1일 어린이과학동아(21호) 정보

  • 홍성욱(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 에디터

    조현영
  • 디자인

    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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