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아, 새로운 친구가 우리 반에 전학을 왔대! 어떤 아이일지 두근두근해. 어라? 그런데 말투가 조금 특이하잖아? 혹시 이상한 애면 어쩌지?
내 말과 행동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우리 반에 준수라는 친구가 전학을 왔다고 생각해 봅시다. 아주 먼 지역에서 살다 왔다는 준수는 어떤 말투로 여러분에게 인사를 건넬까요? 경상도 사투리나 전라도 사투리로 말할까요? 아니면 표준어를 썼을 수도 있겠군요. 말투를 떠올렸다면 준수의 성격도 함께 상상해 보세요. 온순하고 부드러운 성격일 수도 있고, 예민하거나 난폭한 성격일 수도 있겠지요. 이 질문은 여러분이 자기도 모르게 품고 있는 선입견을 다루기 위한 질문이에요.
2017년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6 미디어다양성 조사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드라마에 나오는 표준어와 사투리 사용 빈도를 조사한 결과 주인공 중 97%가 표준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사투리를 쓰는데, 드라마 속 주인공은 거의 모두 표준어만 쓰고 있다는 거죠. 게다가 사투리를 쓰는 캐릭터의 직업을 조사했더니 대부분 조직폭력배나 불량배, 사기꾼, 술주정뱅이 등 억척스럽고 폭력적인 인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학교는 가까운 곳에 사는 친구들끼리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여러분은 평소에 다른 지역의 사투리를 들을 기회가 많지 않을 거예요. 사투리는 TV나 인터넷 같은 디지털 미디어에서 주로 접하지요.
그런데 드라마나 영화에 사투리를 쓰는 캐릭터가 부정적인 이미지로 많이 나온다면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디지털 미디어가 보여준 모습에 익숙해져 나쁜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어요. 사투리뿐만이 아니에요. 나이, 인종, 성 등에 대한 생각도 디지털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모습에 따라 달라질 수 있죠.
이처럼 무심코 보는 영상이나 이미지, 미디어에서 다른 사람과 나눈 대화는 사용자의 생각과 감정, 말과 행동에 큰 영향을 줘요. 비슷한 경험이 쌓이다 보면 사실과 관계없는 고정관념이 생기기도 하고요. 우리는 왜 디지털 미디어의 영향을 받을까요? 이러한 영향에서 스스로를 안전하게 지킬 방법은 없을까요?
좋은 콘텐츠로 나쁜 콘텐츠를 막아라!
디지털 미디어는 세상을 전달하고 보여주는 역할을 해요. 달에 직접 간 적이 없는데도 달의 모습을 떠올리거나, 공룡을 만나지 않고도 공룡의 크기를 아는 것도 모두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경험 덕분이죠. 미디어가 재현한 세상은 우리에게 여러 영향을 미쳐요.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 콘텐츠로 과학 공부를 하면 책을 읽거나 설명을 듣는 것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어요. 또 해외 뉴스를 보면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을 바로 알 수 있어 상식이 풍부해지죠.
반면 디지털 미디어가 재현한 세상이 우리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있어요. 한쪽으로 치우친 표현을 하는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면 자칫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생기기 쉬워요. 예를 들어 세계 최초로 유튜브 100억 조회수를 달성했을 만큼 큰 인기를 끈 동요 <;아기상어>; 속 캐릭터를 떠올려 보세요.
할머니, 엄마, 딸 상어는 모두 분홍색이나 노란색 계열이고, 아빠, 할아버지, 아들 상어는 모두 파란색이나 검은색 계열이에요. 색깔과 성별은 아무 상관이 없는데 이런 미디어를 많이 보면 ‘분홍색 옷을 입은 남자’나 ‘파란색 신발을 신은 여자’가 부자연스럽게 여겨질 수 있는 거죠.
온종일 스마트폰을 쓰는 우리가 디지털 미디어의 영향을 아예 받지 않는 것은 불가능해요. 그렇기에 더욱 예민하게 콘텐츠를 바라보고 이용하는 태도가 필요해요. 2018년 방송통신위원회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청소년 인터넷 개인방송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영상을 지속적으로 보면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이나 배려하는 마음이 점점 줄어들었어요.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청소년들이 정작 그런 영상이 왜 해로운지 정확하게 알면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계속 받는다는 것이었죠.
디지털 미디어의 부정적인 영향을 막으려면 우선 무분별하게 콘텐츠를 소비하는 태도를 경계해야 해요. 자극적인 영상이나 비속어가 많은 콘텐츠를 멀리하고, 믿을 수 있는 제작자가 만든 양질의 콘텐츠를 많이 접하는 거예요. 또 내가 직접 선택하지 않아도 친구들이 공유하거나 썸네일에 속아 실수로 유해 콘텐츠를 보게 될 수도 있으므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해요. “이것이 진짜일까?”, “이런 말이 옳은 것일까?”, “이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고요. 그리고 그 콘텐츠가 나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면 즉시 멈추어야 해요. 나쁜 콘텐츠가 나에게 스며들기 전에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