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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 물체를 바라보는 각도의 중요성

 

가도 가도 커지지 않는 건물이 있다?!

 

한참 보고 나서야 작은 세모 모양이 서울 잠실에 있는 롯데월드타워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롯데월드타워는 높이가 무려 555m로, 만들어진 지 8년이 된 지금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건물로 꼽힙니다. 워낙 우뚝 솟아 있다 보니, 30km 정도 떨어진 경기도 수원에서도 날씨만 좋으면 롯데월드타워가 보이는 것이죠.

 

롯데월드타워가 멀리 떨어진 수원에서 보인다는 것도 신기한데, 계속 운전하다 보면 점차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합니다. 고속도로 양쪽 옆에 있는 여러 건물은 멀리 있을 땐 아주 작게 보이다 가까이 갈수록 조금씩 커 보여요.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커지는 데 1분도 채 안 걸리지요. 그런데 롯데월드타워만큼은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처음 보였던 그 크기 그대로 뾰족하게 우뚝 서 있어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우리가 보는 물체의 크기는 물체에서 반사된 빛이 우리 눈에 들어오는 각도에 따라 달라져요. 빛의 각도가 크면 우리는 물체가 크다고 생각하고, 각도가 작으면 물체도 작다고 생각하지요. 롯데월드타워는 실제로는 매우 크고 높지만, 수원처럼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볼 때는 작아 보여요. 이는 롯데월드타워에서 나오는 빛의 각도가 크지 않기 때문이에요. 워낙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자동차로 조금 이동한다고 해서 각도가 크게 달라지지도 않죠.

 

이렇게 멈춰 있는 물체를 바라보는 관찰자가 움직이고 있다면, 그 물체를 바라보는 각도도 달라집니다. 반대로 관찰자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면, 멈춰 있는 물체를 바라보는 각도가 달라질 일은 없겠죠. 그런데 바로 이것이 16세기에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했을 때 문제가 되었어요.

 

태양보다 큰 별이 있을 줄이야

코페르니쿠스가 살아 있던 1500년대 당시 지동설에 따르면,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가장 바깥쪽 투명한 구 표면에 붙어 있는 별은 움직이지 않아요. 그러면 지구가 도는 것에 따라 우리가 보는 별의 각도가 계속 달라져야 해요. 이렇게 바뀌는 각도를 ‘연주시차’라고 합니다. 그런데 1년 동안 하늘을 계속 쳐다봐도, 연주시차는 아주 미미해 각도 차이를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죠. 그래서 당시 덴마크의 천문학자 티코 브라헤는 지동설이 틀렸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브라헤는 연주시차를 관찰하며 두 가지를 알아냈어요. 첫 번째는 지구에서 별까지의 거리가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보다도 더 멀어야 한다는 점이었지요. 연주시차가 눈에 띄지 않으려면, 별까지의 거리는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보다 100배는 더 멀어야 해요. 당시 사람들은 우주가 그렇게 큰 공간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죠.

 

두 번째로, 브라헤는 지구와 별이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면 별의 실제 크기도 보기보다 훨씬 더 클 거라고 생각했어요. 대략 계산해 보니, 별의 크기는 태양보다도 컸죠. 당시 사람들은 태양이 가장 크다고 생각했기에 브라헤의 계산을 믿지 않았어요.

 

약 300년 후 천문관측기기가 정교해지면서 미세한 연주시차를 직접 잴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우주의 크기가 수백 년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거대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오랫동안 사람들은 밤하늘에 빛나는 별이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을 거예요. 그러다 가만히 있는 별 덕분에 우주가 얼마나 넓은지를 처음으로 깨달았을 때는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여러분 주변의 당연해 보이는 일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엄청난 비밀을 숨기고 있을지 몰라요.

*필자소개

홍성욱(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우주론과 외계생명 등을 연구하는 천문학자로, 우주의 가장 큰 구조물인 우주거대구조를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인공지능을 이용해 연구하고 있다. 현재 한국천문연구원 이론천문센터의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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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일 어린이과학동아(7호) 정보

  • 홍성욱(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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