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핫이슈] 소떡소떡? 소쌀소쌀! 지구를 지키는 쌀 등장!

소고기는 싫어! 좁은 공간에 동물을 꽉 채워서 키우는 공장식 축산이 기후 위기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박현선 기자는 고기를 먹지 않기로 결심했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 쌀만 먹어도 소고기의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는 밥이 개발됐대요! 얼른 알아봐야겠어요.

 

지구와 식탁은 연결돼 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은 어디에서 올까요? 마트에 가면 쉽게 살 수 있는 식료품은 만들어지는 동안 지구에 큰 영향을 줘요. 동식물이 자라는 동안 땅을 얼마나 차지하는지, 물은 얼마나 먹는지, 오염물질은 얼마나 나오는지에 따라 환경을 해칠 수 있거든요. 특히 소고기는 축사에서 태어난 소가 도축되어 식탁에 오기까지 정말 많은 온실가스가 나와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축산업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모든 교통수단이 내뿜는 탄소보다 많은데, 그중 소를 사육해 나오는 온실가스는 전체 축산업의 약 60%를 차지해요.

 

온실가스가 많이 나오면 지구가 뜨거워져 이상 기후가 나타나고 감염병도 생길 수 있어요. 그리고 소고기를 얻으려면 넓은 땅과 많은 물이 필요한데 지구의 땅과 물은 한정적이라 늘어나는 인구수에 맞게 소고기를 생산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그런데 최근 국내 연구팀이 ‘소쌀’이라는 새로운 식품을 만들었어요. 소쌀은 소에서 얻는 영양소를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소를 키우는 것보다 훨씬 적은 온실가스를 내는 신종 쌀이에요.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요?

 

 

 

소를 품은 쌀의 탄생

 

연세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홍진기 교수팀은 지난 2월 14일 국제 학술지 ‘매터’에 새로운 쌀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어요. 젤라틴으로 코팅한 쌀에 소 세포를 키워 소와 쌀을 합친 하이브리드 쌀을 개발했다는 내용이었지요. 

 

연구팀은 소 근육세포를 붙인 ‘단백질쌀’과 소 지방세포를 붙인 ‘지방쌀’을 만드는 데 성공했어요. 이 쌀들을 적절히 섞어 밥을 지으면 소고기를 먹지 않고도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을 섭취할 수 있어요.

 

소쌀의 영양 함량을 분석한 결과 소쌀은 일반 쌀보다 단백질과 지방은 많았고 온실가스 발생량은 소고기보다 8배 낮았어요. 또한 목장에서 키운 소를 잡아 소고기를 얻으려면 최소 1~3년이 걸리는데, 소쌀은 104~260일이면 만들 수 있어 생산기간도 짧았어요. 지구에 피해를 적게 주면서 동물성 영양분도 얻을 수 있는 미래 식품 후보인 거예요. 가격도 일반 쌀과 비슷한 정도로 예상되어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어요. 소쌀 100g을 먹으면 일반 쌀 100g과 양지머리 1g을 함께 먹는 것과 같답니다.

 

 

소세포의 쌀알 정착기

 

마음에 드는 곳에만 정착하는 소 세포가 쌀알에 오래 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젤라틴과 mTG 효소를 코팅해 쌀알을 살기 좋게 꾸며 보아요.

 

▲PDF에서 고화질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왜 하필 쌀이었을까?

 

굳이 소 세포를 쌀알에서 키운 이유는 뭘까요? 그냥 소 세포만 키우면 단백질과 지방 함량이 더 높을 텐데 말이에요. 논문에 참여한 연세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이미래 연구원은 “소 세포만으로 덩어리 고기를 만들려면 한 층으로 된 얇은 소고기를 아주 많이 쌓아야 하는데, 효율도 떨어지고, 별도의 기술과 첨가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어요. 

 

그래서 소 세포를 큰 덩어리로 키우기 위해서는 세포가 붙어서 자랄 수 있는 ‘지지체’가 필요해요. 연구팀은 쌀이 아주 좋은 지지체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쌀알에는 작은 구멍이 많아 세포가 자랄 공간이 많고 쌀 자체에 영양분이 들어 있어 따로 영양분을 넣어주지 않아도 되거든요. 문제는 동물 세포가 붙을 때 필요한 물질이 쌀알에 없다는 것이었어요.

 

동물 세포는 다른 세포랑 붙을 때 아민기라는 특별한 부분과 결합해요. 쌀에는 이 부분이 없어서 동물 세포가 잘 붙지 않으려 하죠. 그래서 연구팀은 특별한 방법을 생각해 냈어요. 물고기에서 얻은 젤라틴과 mTG라고 불리는 효소로 쌀알을 코팅하는 거지요. 젤라틴에는 아민기가 있어 소 세포가 쌀에 잘 붙을 수 있게 해주고, mTG는 코팅이 쉽게 벗겨지지 않도록 도와줘요. 

 

연구팀은 코팅한 쌀알에 소의 근육세포와 지방세포의 줄기세포를 올려놓고 열흘 정도 기다렸어요. 그랬더니 줄기세포는 근관세포와 지방세포로 자랐어요. 이 연구원은 “아기가 점점 커서 어른이 되는 것처럼 쌀알에 붙은 소 줄기세포가 소의 근육과 지방으로 자란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소쌀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라 우리가 먹을 수 있기까지는 시간이 걸려요. 이번에 만든 소쌀은 실제 소고기 조직과 비교했을 때 유전자가 18.54% 같았어요. 유전자가 많이 일치할수록 맛이나 영양가가 진짜 소고기와 비슷하다는 뜻이에요. 

 

연구팀은 “실험의 편의성 등 현실적인 이유로 배양 기간을 일주일 정도로 잡았던 것”이라며 “배양 기간을 늘리면 유전자 일치도는 계속 높아질 수 있다”고 소쌀의 발전 가능성을 설명했어요. 같은 실험을 수십 번 반복해야 하는데 세포를 너무 오래 키우면 연구 기간이 무한정 길어지니까 우선 쌀알에 붙은 소 세포가 제대로 자라는지 확인한 셈이지요. 

 

소쌀과 같은 연구가 많아지면 우리가 앞으로 마주할 자원 부족이나 기후 위기 같은 큰 문제를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앞으로 또 어떤 신기한 미래 식량들이 만들어질까요? 


 

 

용어 설명

●mTG : 식품첨가제로 많이 쓰이는 효소. 단백질끼리 붙일 때 주로 쓰여 ‘단백질 접착제’로 불리기도 한다.

2024년 3월 15일 어린이과학동아(6호) 정보

  • 박현선 기자
  • 도움

    홍진기(연세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교수), 박소현(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방사선과 박사 후 연구원), 이미래(연세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박사과정)
  • 일러스트

    박정제
  • 디자인

    정영진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